Occupy Wall Street: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 시위는 처음 몇백명의 조촐한 시위대가 월스트리트를 행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백수들이 일도 없으니 그저 한 번 심심해서 나왔겠거니 하고,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뿐이었다. 불과 며칠 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만 해도, 월가 사람들은 테라스에 나와 신기한 광경을 보며 비웃으며 사진을 찍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한국시간 10월 8일)은 시위를 시작한지 20여일이 넘어섰고, 시위 참가 인원은 대략 추산으로 1만을 넘어섰다. 전세계 메이저급 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않던 내용이, 이제는 슬슬 뉴스로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이제 이들의 시위를 심심치 않게 보도하고 있다.



(사진출처: Occupy Wall St. 홈페이지 http://occupywallst.org/)

 

시위의 성격?


이 시위는 통일된 목적성 없이 시작됐다. 지금도 이들은 정권퇴진이라든가 복지향상이라든가 하는, 어떤 통일된 요구사항이 없다. 모인 사람들 모두 제각각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시위는 그 다양한 주장들이 한 데 묶여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명씩 임시로 마련된 무대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제안을 한다. 이때 인간 확성기가 그 사람의 주장을 다시 말해주어, 맨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제안에 대해 손가락으로 좋다, 나쁘다를 표시한다. 이 방법은 동네 사람들에게 최대한 소음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한번은 앞에 나온 사람이, '우리(시위대) 중에, 시위대에 악영향을 주는 사람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반대를 표시했다.

이 와중에 인간확성기 역할을 맡은 사람들 중, 이 사람의 주장을 전달해서 알려주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시위대의 임시 집행위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인간확성기 역할을 맡은 사람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음식을 가져와서 팔거나 공짜로 나눠주거나 하기도 하고, 벼룩시장이 형성되기도 했으며, 한쪽 구역에는 수면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수면공간이라 해봐야 길거리에서 노숙 하는 건데, 이 구역을 지날 때면 조용히 조심해서 지나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영상출처: 유튜브 http://youtu.be/cjqqtx57YNc)





이런식으로 이 시위는 아직 특정한 구호나 단일한 주제 없이, '문제가 있다'라는 의식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민의를 모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며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1%의 사람들이 99%의 소득을 차지하고 있고, 그 상징으로 대표되는 곳이 바로 월스트리트'라는 것이다.

이런 비조직성 때문에 언론들은 이 시위가 아나키(anarchy)적이라 하기도 하고, 일부에선 자본주의를 전복시키기 위한 불순한 세력들의 모임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정부를 비난하거나, 자본주의 철폐를 외치지 않고 있다. 



이런 모호한 상황 속에서 지금 이 시위의 성격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은, 시위의 임시 위원회 구성원 중 한 사람의 말이다. "무엇을 관철할 지 아직 모르지만, (어떤 것을) 관철시킬 프로세스를 만들고는 있다".

사실 초반에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대부분 오랜 실업과 경제난으로 삶이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이고는 있지만, 이제 시위는 굳이 직업 없이 오랜 기간을 버틴 백수들 뿐만이 아니라, 위기의식에 공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번지고 있다. 어쨌거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다들 삶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서, 어쩌면 이 시위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절규인지도 모른다.



(영상출처: Right Here All Over (Occupy Wall St.) from Alex Mallis on Vimeo)

(위 동영상은 꼭 한 번 보시라. 영상 자체도 하나의 영화지만,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중인 시위 현장을 볼 수 있다. 마치 옛날 히피 공동체의 모습 같다.)




각계의 반응들


이 시위에 대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일, '(이 시위는) 미국인들의 분노를 표현 한 것'이라며, '미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시민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도한 금융규제안이 금융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시킬 것이라 말하며, 은근히 지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날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인들의 위한 강연회 자리에서 이 시위에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소득 분배도 너무나 불균형적이어서 좌절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앙은행이 정치적 사안에 개입할 수는 없고, 정치인들이 쓸 데 없는 짓들을 끝내고 빨리 미국을 재정적자에서 구해낼 결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시위 현장에 참석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이 병적 도벽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모인 젊은이들과 이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말하며, 그의 작품에서 누누히 다뤄왔던 현 자본주의 화폐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며 월가에 적대감을 표시했다.



(사진출처: occupy wall st.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OccupyWallSt)




시위의 현황


시위가 무규정의 애매모호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각종 노조 등에서 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들은 작년(2010년)에 10만 명이나 모인 집회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은 점에서 분노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째서 이 시위는 이렇게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단체들이 이 시위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한다.

이런 가운데, 이 시위는 다른 도시에서도 호응을 불러 일으켜, 워싱턴, 시카고, 보스턴,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시위대 페이스북 소식에 따르면, 한국시간 10월 7일에는 수만명의 인원이 모였다 하고, 전세계 150여개 도시가 함께하고 있다 한다.)



언론이나 전문가(라고 스스로 칭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이 시위 역시 최근에 일어난 중동의 수많은 시위들처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사실 이들의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시위대를 다소 폭력적으로 진압할 때, 'whole world watching'이라는 구호로 맞서기도 할 정도로, SNS를 이용하며 함께하는 데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뜻'에 공감하지 않았다면, SNS 할배를 이용했다 한들 이런 호응이 일어나진 않았을 테다.




어쨌거나 시위는 아직도 무규정의 상태로 계속되어, 마치 옛날 히피 공동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내 일부 언론들이 이 시위를 '월가의 탐욕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집회'라며 전지적 언론 시점으로 딱 잘라 정의하기도 했는데, (아직은) 헛소리다. 그런 주장이 일부에서 있고, 많은 호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것이 핵심 논의나 주장으로 자리잡지는 않았다.
 

내가 이 시위를 주목하는 이유는, 옛날 히피 문화가 알게 모르게 사회 저변에 남아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숨쉬며 숨구멍을 조금씩 트여 주기도 하듯이, 이 시위 또한 그런 종류의 어떤 새로운 시대적 물결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건 개인적인 취향이라 치고, 다른 분들이 앞으로 이 시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그곳이 바로 자본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상징적 위치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위가 미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 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영상출처: 유튜브 http://youtu.be/4y3X2VFruLM)


p.s.
나도 여기 가고싶은데, 자본에게 뭐라 하려면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한 현실때매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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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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