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즐길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롯데 몰이다. 김포공항 국내선, 국제선 청사에서 방향만 제대로 찾으면 서서도 잘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는 롯데 몰. 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호텔 등으로 이루어진 꽤 큰 규모의 몰이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놀러 온 분위기지만, 공항과 가까워서 항공편 출발 시각을 기다리면서 둘러보기에도 괜찮을 듯 하다. 물론 국내선 청사 근처에는 이마트가 있으니, 취향따라 골라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국제선 청사에서도, 출구쪽에서 길을 건너서 쭉쭉 앞으로 가기만 하면 롯데 몰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걸어서 5~10분 정도. 공항 근처인데 제대로 돼 있으려나 생각했지만, 의외로 왠만한 곳들보다 오히려 큰 규모인 듯 싶었다.
1층 정문으로 딱 들어서자마자 영화관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보통 극장은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어서, 조금이라도 물건을 구경하고 매장을 둘러보도록 동선을 짜 놓았는데, 여기는 정말 영화만 딱 보고 갈 수도 있게끔 돼 있다. 공항 방문객들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위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이 마련돼 있다. 주위에 변변한 놀이시설이 없는 탓일까, 유료인 것 같은데 꽤 많은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었다. 여기는 보통 백화점들이 부모들의 쇼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잠시 애들을 놀게 해 주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아예 꼬마들을 위한 놀이동산으로 구색을 잘 갖춰놨다.
게다가 매주 주말에는 이벤트 무대에서 각종 이벤트들도 열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마술 쇼 같은 것도 했다는데, 이번에는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무대 앞 바닥에 앉아서 구경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그 불편한 자리들은 완전 매진. 인형이 조그만 점으로 보일만큼 먼 뒷쪽에도 이미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백화점 전체적으로는 주말이라고 딱히 사람이 그렇게 많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나 이벤트 무대는 정말 정신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에스컬레이터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다보면, 중간 층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맨 아래 한두 층과 맨 위의 한두 층 정도. 그러니까 한적하게 아이쇼핑을 즐길 요량이면 중간 쯤으로 가서 슬금슬금 둘러보면 되겠다. 아무 관심 없는 속옷 코너면 또 어떠랴, 그냥 조용히 산책(?)할 수 있으면 그 뿐.
사실 여기 온 것은 평소에도 잘 하지 않는 백화점 구경하러 온 건 아니고, 꼭대기 층에 전망대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옥상 같은 공간을 전망대로 꾸며 놓고, 거기도 아이들이 놀 공간과 조금 앉아서 쉴 수 있을만 한 공간들이 마련 돼있었다.
나름 전망대라서 김포공항 국내선 쪽이 내려다보이긴 했는데, 활주로 같은 것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국내선 청사와 그 앞의 주차장만 잘 내려다보일 뿐. 오르내리는 비행기들이 좀 보인다면 나름 공항 전망대다운 모습이 보일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착륙 하는 비행기들이 없으니, 그냥 바람 많이 부는 조용한 전망대일 뿐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니, 여름엔 꽤 시원하겠다.
전망대 층에도 한쪽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 돼 있었다. 김포공항 롯데 몰은 정말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특화된 쇼핑 몰 같았다. 아무래도 이 주변 지역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놀러 갈 가까운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김포공항을 찾는 여행자 입장에서도, 조금은 특이한 백화점을 구경할 수 있으니 한 번 쯤은 찾아가볼 만 하다.
김포공항 국제선과 롯데 몰 사이에는 빈 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제 한창 공원으로 꾸미고 있는 중이었다. 나무가 좀 자라고, 각종 시설물 단장이 마무리되면, 이 공원도 작지만 나름 의미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왕이면 이 빈 공간도,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공원이 아니라, 공항이라는 특징을 살려서 나름 특색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싶다.
예를 들면, 낡아서 버리는 항공기 본체를 갖다놓고 라면집을 한다든가, 주말에 세관에 압수당한 물품들을 경매하는 장이 선다든가, 혹은 김포공항에서 취항하는 각국의 특색있는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만든다든가... 좀 현실성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뭐 그런 특색을 갖춰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솔직히 롯데 몰 꼭대기의 전망대 하나를 보러 간 거였는데, 생각보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다른 것들에 더 정신이 팔려버렸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여행기(?)가 되어버렸는데, 혹시나 밤에도 전망대를 개방한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공항 불빛들이 아름다운 데이트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내와는 거리도 좀 있고 하니까, 전망대에서 데이트하다가 어머 지하철이 끊겼네 하고 호텔로 고고씽 할 수...는 없겠지? 비싸니까.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