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20일부터26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건프라 엑스포 2015 in KOREA' 전시회가 열렸다. 이미 많은 팬들(이라 쓰고 오타쿠라고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귀신같이 소식을 접하고 다들 잘 찾아갔으리라. 미처 못 간 분들은 다음 기회에~

 

대략 이런게 있었다는 기록용.

 

 

 

 

오랜만에 간 코엑스는 던전으로 바뀌어 있었고, 지하 던전에서 슬라임을 피해다니며 한참을 헤매다 찾아간 코엑스에선 또 D1 홀이 어딘지 한참 헤맸다. 이 동네는 모든게 미로 같아. 표지판은 미로의 트랩, 더욱 헷갈리게 만들지. 찾아가는 길부터 게임 같았지만, 어쨌든 입구에 딱 들어서니 커다란 고전 건담이 딱. 입장료가 무료여서 더욱 좋았던 전시회.

 

 

 

 

 

고전 건담(RX-78)은 지금와서 보기엔 뭔가 휑하니 비어보이고 좀 오래된 느낌이 나긴 한다. 하지만 뭔가 멋있게 보이려고 막 이것저것 붙여 넣은 요즘 건담 시리즈는 쓸 데 없는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보여서 또 거부감이 들고. 내 취향에 딱 맞는 건 역시 Z건담.

 

 

 

 

 

이번 전시회에는 프라모델 콘테스트에 출품한 작품들도 많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은 아주 일부일 뿐. 옛날에 디오라마 만들면서 기체가 탄 모습을 구현하겠다고 불로 태워봤는데 아무리해도 플라스틱 탄 느낌밖에 나지 않아서 좌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역시 내 취향은 Z와 ZZ건담이다. 여기까지가 딱 좋아. 화 유이리이의 아름다움이 느껴져(-_-?)

 

 

 

 

 

프라모델에 관한 이런저런 역사적 전시물도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요즘은 여러가지 색깔로 도색이 거의 다 돼서 나온다는 점이 놀라웠다. 최근엔 비싸서 프라모델을 살 수가 없었으니 알 수가 있나.

 

 

 

벌써 35년. 아마도 많은 어린이들 35년 전에 건담을 보면서, '35년 쯤 후에는 진짜로 저런 로보트가 나올 거야!'라는 꿈과 희망을 키웠겠지. 꿈과 희망따위 현실 앞에선 후훗.

 

 

 

 

 

전시장 여기저기에 사람 크기만 한 대형 건담 모형들이 전시돼 있었다. 어쩌면 한 천 년 후에, 후세들이 이걸 발견하고는 "우오~ 천 년 전엔 이미 사람 크기만 한 로봇을 만들어서 전쟁을 했어! 그래서 망했지!"라며 역사책에 쓸지도. 내부 부속품은 쇠라서 다 사라지고 플라스틱 외형만 남았다면서 막 소설 쓰고 자빠졌을지도.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들도 그런 수준일지도.

 

 

 

 

 

 

 

사실 더이상 프라모델을 사지 않기 시작한 이유가 가난한 떠돌이 신세에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기 시작한 때부텨였다. 집밥을 해먹으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하듯이, 사 모으는 용도 외엔 별달리 할 게 없는 프라모델 취미를 가지려면 우선 모아놓을 안정된 집이 필요하다. 근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는 입장에선 이런 고상한 취미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슬픈 현실. 그러니까 반다이는 건담 수집층을 늘리기 위해서 주택 보급 사업을 해야...

 

 

 

 

 

프라모델을 찍어내는 기계가 정말 무슨 건담 공장처럼 생겼다.

 

 

 

 

 

 

 

 

 

전시회 안쪽엔 한정판 프라모델도 판매중이었고, 조립 체험 같은 것들도 열리는 듯 했으나 자리는 비어있는데 사람은 없고 해서 어떻게 참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 딱히 기대하고 간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프라모델 판매 부스를 돌아보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지름의 포스. 안돼, 이런 가난뱅이 집에 건담을 모셔뒀다간 자다가 발로 차서 부수고 말 거야.

 

 

 

어쨌든 건담이다. 딱 적당한 규모의 적당한 행사였다. 아빠 손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꽤 많았는데, 아빠는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눈 똥글똥글 침 질질 흘리며 쇼윈도에 코 박고 뚫어져라 건단 쳐다보고 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와 로봇이다 하고는 별 관심 안 보이다가 급기야 지루해하던 신기한 전시회. 아마도 건담은 그 기억을 공유하는 세대와 함께 시간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건담 세대가 죽을 때까지 진짜 이런 로봇이 나올 수는 없을 거라는 적당한 현실 인식과 함께, 그래도 마음 한 켠에 품어두고 있는 어릴적 기억과 아련한 꿈과 희망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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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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