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에도 '이태원 지구촌축제'가 열렸다. 행사명은 간단하게 '이태원 지구촌축제 2015'.

 

이태원이라는 동네 특성에 맞게 외국인들이 꽤 많이 참여해서 여느 국내 축제와는 구분되는 축제 분위기. 이제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꽤 많이 찾아와서, 토요일 밤에 무슨 티비 방송을 위한 공연(?)이 있을 때는 무대 근처엔 발 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무대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윗쪽의 가게들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을 지경이었고.

 

 

그나마 나무에 가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나 무대 일부분을 구경할 수 있을 뿐이어서, 나름 최선을 다해 찍은 스테파니 공연 모습.

 

 

 

무대 뒷편에서 구경하기는 아예 무리. 뭐 한국에서 좀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테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고, 사람보다 카메라가 우선이고. 공연 보는 건 깨끗이 포기. 어떻게든 틈바구니 뚫고 앞으로 가면 대충 멀찌감치서라도 볼 수 있긴 하지만 귀찮다. 이태원 축제의 묘미는 이게 아니니까.

 

 

 

공연장에 사람들이 바짝 몰려 있을 동안에 다른 곳들을 둘러보자! 했는데, 예년과 다르게 온 동네가 사람으로 꽉꽉 들어차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각국 여러나라 부스들 중에서 음식과 맥주 파는 곳들은 인산인해. 사람들이 줄을 무지하게 서 있어서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건 이태원 축제에서 계속 있어왔던 문제인데, 부스에서 파는 먹거리를 사먹기 위해 사람들이 선 줄 때문에 길거리 걷기가 상당히 방해받는 건 좀 해결할 필요가 있다. 줄을 부스 뒷편으로 서게 하든지, 옆으로 잘 늘어서게 하든지. 게다가 임의로 구불구불하게 줄을 서기 때문에 새치기도 엄청나다. 정직하면 손해보는 세상.

 

 

 

 

 

느낌 탓인지 몰라도 여느 축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식(?) 술과 안주 파는 부스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 외국 나가도 한국 음식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이 축제에서도 한국 음식 부스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뭐 그까지는 괜찮은데, 이런 부스는 어째서 길 가운데까지 자리를 쫙 깔아서 장사를 하는지. 가뜩이나 사람 많아서 길 걷기도 힘든데.

 

어쨌든 뭐니뭐니해도 이태원 축제의 백미는 디제이 춤판. 길거리에서 나름 클럽 분위기 내며 놀 수 있는 독특한 이 무대가 이태원 축제를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뒷쪽은 그냥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만 많으므로, 제대로 놀려면 최대한 DJ 부스 앞쪽으로 가야 한다. 팁을 알려주자면, 미친듯이 막춤 추며 전진하면 사람들이 다 비켜줌.

 

 

 

이렇다 할 여행자 거리 하나 없는 상황에 이런 축제는 일 년에 두어번 진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연예인 부르는 삐까번쩍한 공연 무대는 다 빼버리고, 버스킹 등의 작은 무대 두어개만 살려두고 부스 운영하고, 춤판 벌이는 소규모로 2개월에 한 번 정도 운영해도 괜찮지 않을까. 상권이 꽤 살아날 것 같은데. 아님 말고.

 

 

 

난 주로 축제 끄트머리 부근의 '세계풍물관' 쪽에서 놀았다. 남미쪽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들이 꽤 재밌게 공연을 했기 때문. 큰 무대 뿐만 아니라 소소하게 여기저기 자기 취향에 맞는 작은 공연들이 있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세계 민속의상 패션쇼도 보긴 봤는데 너무 멀어서 그저 봤다는 데 의의를 둘 뿐이고.

 

 

 

이건 일요일 밤 무대. 티비 카메라 같은 엄청난 장비들이 다 빠지니까 이렇게 쾌적한 관람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문제는 어쩔 수 없고.

 

 

 

 

춤판. 다시 춤판이다, 에헤라디야. 참고로 축제 마지막 날(일요일) 밤에 가면 맥주나 먹거리 떨이로 싸게 파는 부스들이 꽤 생긴다. 각국에서 참여한 먹거리나 맥주 판매 부스들은 이 축제를 위해서만 음식을 만들어 온 경우가 많으므로 어떻게든 떨고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오천원에 한 잔 하던 맥주가 축제 막판에는 오 천원에 두 잔, 말 잘하면 세 잔 주기도 하고 막 그런다. 이런 팁을 알려주는 이유는,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내가 다시 여길 갈 일이 있을까 의문스러워서. 아마도 찾아가서 슥 둘러보기는 하겠지만.

 

 

 

이태원 축제는 이제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듯 하다. 몰려든 사람들도 많고, 축제 규모도 점점 커지는 듯 하고. 그런데 여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냥 그렇고 그런 부스들은 최대한 배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디제이 부스 만으로도 명맥을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이하게 다른 축제들을 닮아가버리면 외면받는 건 순식간이다.

 

이태원 자체가 독특한 축제를 만들어내기엔 입지가 좋다. 굳이 부스로 참여하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동네 곳곳에 있는 업소들의 참여도 이끌어내면 더 좋지 않을까. 축제 때만이라도 가게 앞에 간이 좌판을 펼쳐놓고 자기 음식점의 음식을 내놓고 판다든지 하는 것. 축제가 열리는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사람이 별로 없는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해결돼야 진정한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가 될 거라 본다. (많은 축제들이 그런 것을 못 하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나름 이것저것 신경 쓴 모습들이 꽤 보인다. 앞으로도 조금씩 개선해가며 가꿔간다면 꽤 괜찮은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듯 하다.

 

 

* 이태원 지구촌 축제 홈페이지: http://www.itae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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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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