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번동 일대에 위치한 '북서울 꿈의숲'은 약 66만 제곱미터 넓이다. 지하철 역으로는 미아역, 미아삼거리역이 가장 가까운데, 지하철로 찾아가기엔 좀 멀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버스로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강북 어느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이 용이하지는 않은 편.

 

어쩌다 갑자기 생각나서 가보게 된 '북서울꿈의숲' 사진이나 늘어놔보겠다.

  

 

아무래도 1번 출입구가 메인이겠지하고 찾아가보지만, 1번 출입구는 뒷문에 가깝다. 반대쪽 편, 지도 상으로는 서쪽이 정문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쪽에서 접근해야 전망대나 아트센터 같은 각종 시설물에 접근하기 더 쉽고.

 

사실 몇 년 만에 다시 찾아봤는데, 남아있는 기억이라곤 전망대 올라간 기억 외에는 별로 남아있지가 않았다. 큰 특색 없이 전체적으로 평범한 공원이기 때문일 듯 하다. 그나마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 북적북적하기도 했고, 시설물들도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는데, 다시 찾아가보니 겨울이라 그런지 동네 사람들 몇몇 보이고, 시설물들도 빛이 바래 있었다.

 

 

 

1번 출입구 옆쪽에 위치해 있는 '북서울꿈의숲 방문자센터'. 추울 때 들어가서 몸 녹이기 좋다. 북서울숲 관련한 자료들 전시해놓고 있는데, 굳이 보겠다면 들어가봐도 된다. 어린이들이 들어가서 쓸 데 없이 설명자료 베껴 적고 하기 좋은 공간. 이 옆쪽으로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주목할 필요는 없다.

 

 

 

월영지, 애월정. 달빛이 비치는 호수(?)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겨울이라 물은 다 말라있고, 그나마 손톱만큼 남아 있던 고인 물도 바짝 얼어 있다. 그렇다고 저 위를 걸어보기는 또 좀 위험해보이고. 눈 쌓였을 땐 어떨지 모르겠지만 겨울철의 북서울숲은 딱 이런 이미지다. 황량하고 허망하다. 물론 이건 이 나름대로 또 매력이 있고.

 

 

 

겨울철에 북서울숲을 가보려면 해가 지려고 하는 오후 다섯 시 쯤을 노려보라. 그냥 보기엔 황량한 모습들이 나름 부드러운 빛에 휩싸여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상상톡톡 미술관이라는 것도 있지만 잠겨 있다. 아무래도 이쪽은 포기했나보다. '여긴 이미 틀렸어, 전망대 쪽으로 가' 이런 느낌. 그래도 이쪽은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건물보다는 식물들이 많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겨울철엔 다 말라비틀어진 풀떼기지만.

 

 

 

멀찌감치 전망대가 보인다. 먼데서 일부러 놀러 온 사람들은 주 목적을 저 전망대로 잡을 수 밖에 없다. 북서울숲의 하일라이트이기도 하고. 공원 내부 어디서 봐도 잘 보이므로 잘 찾아가면 되는데, 쓸 데 없이 산으로 난 길 따라 올라갔다간 오히려 빙빙 두를 수 있으므로 건물들 뭉치를 찾아야 한다. 뭔 말인지는 가보면 안다.

 

 

 

말라붙은 대지에도 봄은 올 텐데, 아무래도 한국은 관광지 스토리 텔링 부분이 많이 약하다. 일본 같았으면 이 정도 그럴듯한 나무들이 서 있으면 어떻게든 이야기 만들어내서 뭔가 있어 보이게 소개하며 뭣 모르는 관광객들이 '뭔가 있나보다'하고 잔뜩 기대하며 꿈과 판타지를 잔뜩 가지게 했을 텐데. 그래서 일본 관광지들을 둘러보다보면 스토리 텔링과 사기가 한 끝 차이구나라는 걸 느끼고는 몇 번 그렇게 당하면 '아, 이 나라는 전국이 다 그렇구나'하고 더이상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사람씩 평생 한 번이라며 찾아가니 늘 관광객은 끊이지 않는 효과로 지들은 돈 벌고. 홋카이도에 무슨 칠대 나무인가 하는 곳 가서 나무들 찾아다녀보면 '와, 이 인간들 정말 너무한다'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야기 만들어내서 붙여놓은 것 보면 참 어이없어 감탄스러울 지경. 그러니까 이런 나무들에도 마음 먹고 스토리 갖다 붙이면 우리도 그런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라는 말이긴 한데, 아, 생각해보니 여행자에게는 몹쓸 짓이긴 하다. 모르겠다.

 

 

 

서울광장 잔디밭과 비교하며 엄청 넓다고 자랑하는 잔디밭도 누렇게 말라붙은 아름다운 겨울. 이런 걸 보면 아무데나 '숲' 같은 이름 갖다 붙이는 한국식 이름 갖다 붙이기가 좀 민망하기도 하다. 그냥 공원이라고 했어도 충분히 괜찮았을 것을. 괜히 숲 forest 이라는 이름 붙여서는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기 민망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겨울 속 어느 날이라 언덕길에 쌓인 눈도 마치 국도를 달리던 트럭이 쏟아놓은 밀가루 십 킬로그램 정도로 보일 뿐이다. 이게 눈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얼음이 얼어 붙었는데 사람 발에 밟힌 것 뿐인지도 좀 의문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눈 올 때 다시 한 번 가보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눈 오는데 뭘 나돌아다니냐 말도 안 돼.

 

 

 

내부의 길들은 다들 이렇게 저렇게 연결 돼 있다. 미로처럼 얽혀 있지만 어떻게 가다보면 공원 끄트머리로 나가게 돼 있어서 길 잃을 걱정은 없다. 단지 가고싶은 위치로 제대로 가지 못해서 좀 헤멜수는 있겠지만. 주요 볼거리들만 찾아다니면 언덕은 거의 올라갈 필요도 없고, 걷는 거리도 얼마 안 된다. 하지만 구석구석 찾아다녀보면 은근히 넓다.

 

 

 

 

 

드디어 전망대. 처음 이 공원이 생길 때 저 전망대가 엄청나게 인기 있었다. 게다가 초반에 저 전망대에서 '아이리스'라는 드라마를 촬영해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땐 여기 모든 것들이 반짝반짝 빛났는데. 전망대 한 번 오르려고 몇십 분 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서쪽에서 접근하면 바로 외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 건물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남산 쪽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엘리베이터다. 경사면을 오르내리는데, 조작방법은 일반 엘리베이터와 똑같다. 저거 타고 오르내리는 것도 나름 신기한 경험일 수도 있을 테다.

 

 

 

 

 

전망대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뭔가 엄청난 공간 낭비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팍팍 보이는 공간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바로 보이는 수직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전용. 그냥 계단으로 다음 층으로 올라가자. 한 칸 올라가면 다시 또 다른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 나온다.

 

 

 

전망대 건물 내부 엘리베이터. 한 층 올라와서 이런 경사각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몰이 한창 할 때는 이 엘리베이터 타려고 줄을 한 시간 씩 서기도 했었다. 지금은 평일엔 거의 사람이 없을 정도.

 

 

 

엘리베이터로 끝까지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엄청난 계단들이 쫙 펼쳐진다. 한 번 굴러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

 

이렇게 올라와서 다시 또 계단으로 두 층 정도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가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몇 번이나 타고 계단을 엄청나게 오르고 한 결과물. 그런데 그리 높게 느껴지진 않아서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자리 하나 차지하고 멍때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가 딱 좋은 전망대. 야경이 볼만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여기를 밤에 찾아오면 겨울엔 찾아오다가 얼어죽을 것 같다. 참고로 월요일은 문 닫는다.

 

 

 

아아 언제적 아이리스냐. 첩보하는 연애물이었지. 한국 드라마가 뭐 다들 그렇지, 역사적 내용의 연애물, 탐정 나오는 연애물, 귀신 나오는 연애물, 액션 조금 섞인 연애물, SF 약간 가미된 연애물, 재벌 나오는 연애물, 연애연애 아이 지겨워, 뭔 연애 못해 죽은 귀신들이 갖다 붙었나. 

 

근데 신기한(?) 것은 아이리스 이후에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여기서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도 나름 대단하다면 대단할 수 있는 스토리다. 드라마에서 잠깐 나온 이미지 하나로 엄청난 관광객들 끌어들였는데 이젠 소리소문 없이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곳. 굉장하지 않은가. 아니면 말고.

 

전망대 내부에는 백지영 씨가 불렀던 아이리스 노래가 흘러나왔다.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하는 노래. 노래가 끝나면 또 나온다. 무한반복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여기 오래 있다간 노래에 세뇌 될 정도. 아니 아이리스에 나온 노래나 음악이 이것 하나 뿐인가,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전망대 창 밖으로 내다본 모습들. 사실 별 게 없다. 전망대라곤 하지만 공원에서 좀 높은 곳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의미 뿐. 자리만 차지할 수 있다면 그냥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괜찮기도 하지만, 의자가 별로 없다. 자리를 잡기란 한적한 평일 낮에 가도 어려운 일.

 

그래서 '전망대에 올랐다!'라는 기쁨으로 잠시 뱅뱅 돌아보다가 '그래도 전망대니까 창 밖을 보자!'해서 내다보니 조그만 공원이나 주택가, 아파트 뿐. 슬슬 가만히 서 있기도 지겹고, 괜히 다리가 아파오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 서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초라해보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기도 한데 전화 걸 데는 없고, 에라 내려가야지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게 바로 북서울꿈의숲 전망대 이용 메뉴얼이다.

 

 

 

전망대 바로 아래층엔 카페가 있다. 카페전망대는 동절기에도 밤 9시 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나름 야경을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예상대로 카페는 거의 텅 비어있다. 윗층에서 경치를 본 사람들이 딱히 돈까지 내고 그 경치를 다시 즐길 마음은 없다는 뜻일 수도 있겠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어쨌든 이 카페는 바깥에 메뉴를 내걸고 있는데,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핫초코가 4500원 이었다. 나도 딱히 들어가서 돈 쓰고 싶지는 않아서 밖에서만 슬쩍 보고 끝냈지만.

 

전망대 윗층은 야외 전망대(옥상 전망대)가 있긴 한데, 동절기에는 열지 않는 듯 했다. 아마도 얼어 죽을까봐 그런 것 아닐까. 여름철을 노려보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전망대에 오리기 위해서 뭔가 엄청 열심히 많이 했는데 정작 전망대에선 한 삼 분 있었나, 사진 찍을 것도 별로 없고 살짝 허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일. 엘리베이터 탄다는 데 의의를 두자. 어디서 이런 엘리베이터 타 보겠냐. 물론 남산에서 타는 게 조금 더 좋기는 하다.

 

 

 

 

 

전망대 건물을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봤다. 무슨 아트홀이었다. 겨울이라 정말 건물쪽은 엄청나게 썰렁썰렁해서 문 열고 들어가도 되나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그래도 여기는 나름 시간 맞춰서 무슨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나 행사 같은 것도 하나보다. 물론 유료. 내부엔 꽤 넓은 카페도 있었다. 이 건물은 사실 여름철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곳이다.

 

 

 

내려가는 계단과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나는 마음껏 공간을 낭비할 것이다!"라는 의지가 보이는 배치. 엄청나다, 저 짜투리 공간을 내게 다오.

 

 

 

 

아트홀 1층엔 ATM기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현재 GS25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배 고프면 여기서 대충 떼우고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여름엔 사람들로 미어터지기도 한다. 한적한 것 좋아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겨울에 와서 아름답게 편의점 도시락 한 끼의 여유를 즐겨보자. 뭔가 이상한 것 같기는 하지만, 느낌 탓일 뿐이다. 여유란 좋은 것이니까.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진 줄줄이 때려넣은 상황에선 텍스트는 그저 심심해서 끄적거린 문자일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 한겨울에 북서울꿈의숲 - 신해철 기념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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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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