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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탑승 후기 - 인천 북경 치앙마이 경유편해외여행 2016. 6. 8. 19:52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탑승 후기를 쓰는 것이 관행(?)인 것 같길래 나도 한 번 써 보겠다.
나 역시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니까' 중국국제항공을 탔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북경을 경유해서 태국 치앙마이까지 가는데 왕복 33만 원이었으니 앞뒤 따지지 않고 살 만 했다. 환승시간도 적당한 걸로 찾았고.
그런데 일단 항공권을 사고 나서 수하물 문제로 검색해보니 악평이 자자하더라. 특히 수하물 분실이 꽤 자주 일어나는 듯 했다. 그래서 난 아예 수하물을 아주아주 최소한으로 줄여버렸다. 환승이기도 하니까 그냥 분실된다 생각하고 있으려고. 어쨌든 이런저런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보겠다.
(날개에 중국국제항공 마크가 보인다)
대기시간
싼 만큼 대기시간이 긴 연결편이 많다. 운 좋으면 적당한 것을 찾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대략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는 그 시간동안 득도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대기시간이 길 경우엔 이런 혜택들이 있다 한다.
* 라운지: 환승 대기시간이 4시간인가 5시간인가 그 이상 되면 중국국제항공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고 한다. 이건 항공권 살 때 여행사에 문의해야 한다고.
* 호텔 or 시내관광: 대기시간이 6시간인가 이상 되면 비행기 내릴 때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호텔 갈래, 시내관광 할래 물어본다고 한다. 대기하는 직원이 없다면 꽝, 다음 기회에. 이런 것들은 언제든 자기들 맘대로 바꿀 수 있으므로 이걸 굳건히 믿고 계획을 짜면 안 된다.
(난 그냥 공항 끄트머리 구석에 사람 없는 빈 자리에 드러누워 시간을 보냈다. 리디북스 앱으로 책 몇 권 넣어 갔더니 몇 시간 버틸만 하더라.)
연착
'인천 - 베이징 - 치앙마이' 구간을 왕복했으니 총 네 번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를 이용했다. 그런데 늦게 출발하는 건 정말 고질병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네 번 다 조금씩 늦게 출발했다.
특히 한국에서 출발 할 때는 베이징에서 대기시간이 2시간이었기 때문에 늦게 출발하니 좀 불안했다. 다행히도 공항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재빨리 수속하고 화장실 한 번 갔다오니 바로 보딩하더라.
그보다 심했던 건 치앙마이에서 출발 할 때였다. 마른 하늘에 번개가 좀 치긴 했는데, 다른 비행기들은 거의 다 제 시간 무렵에 이륙을 했다. 연착을 해도 몇십 분 정도였고. 근데 중국국제항공은 두 시간 뒤로 시간을 늦췄다. 공항에서 물도 없이 목말라 죽을 뻔 했다. 그래도 이때는 환승 대기시간이 6시간 정도 됐기에 다행이었다.
물론 화창한 푸른 하늘을 내보이고 있던 북경 공항에서도 보딩시간이라고 적혀있는 것보다 늦게 탑승 게이트를 열었다. 오갈때 전부 다. 몇십 분 정도 늦게 출발하는 건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해야겠다.
따라서 중국국제항공을 이용할 때는 대기시간을 충분히 많이 두고 항공권을 끊어야 한다. 대략 4시간 이상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중국국제항공이 아니다. 그냥 비행기 보라고 올려봤다)
수하물
수하물을 분실했거나 며칠 뒤에 받았다는 글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나도 미리 수하물을 아주 최소한으로 줄였는데, 내 경우는 잘 도착했다. 아무래도 분실되는 것보다는 제대로 도착하는 수하물이 더 많겠지.
수하물이 영 불안하다면 환승할 때 게이트 앞에 있는 직원에게 수하물 체크를 해 달라고 하면 된다고 한다. 난 아예 이것도 안 했지만.
친절
많은 사람들이 중국국제항공이 불친절하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불친절이라기보다는 '안 친절'이거나, '무친절' 아닐까 싶다. 막 음식을 던져주거나 시키는대로 안 한다고 짜증을 낸다거나 화를 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미소가 없을 뿐이다.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 처럼 상냥한 하이톤 목소리로 미소 띈 얼굴로 우아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지, 자기들 할 일은 알아서 딱딱 하고, 정당한 요구는 잘 응대해주더라.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가 중국 1위의 항공사이고, 게다가 국영 항공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여기서 일 하는 승무원들은 일종의 공무원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지도.
그리고 이 승무원들은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생각하는 듯 했다. 음식을 던져 주지는 않지만, 거의 배급 주는 것 비슷하게 그냥 무뚝뚝하게 슥슥 주고 지나간다.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이 미소 지으며 공손하고도 정성스럽다고 느껴지게 우아하게 건내주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냥 "나는 줄 거 줄 테니, 너는 받을 거 받아라. 그럼 끝이지, 뭘 더 바래?" 라는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나가거나,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에는 한국 승무원도 탑승했던데, 한국 승무원은 그래도 미소를 띄며 응대하더라. 그에 고무됐는지 다른 중국인 승무원들도 처음엔 미소를 띄며 승객들을 응대했는데, 중간에 짜증나는 손님 두어 명 만나면서 점점 표정이 굳더니, 뒤로 가면서는 그냥 무뚝뚝해지더라. 그래, 걔네가 무슨 죄겠냐, 무례한 인간들이 문제지.
어떤 승무원은 승객하고 관심사가 통하니까 옆에 붙어서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 승무원이 좀 활달한 성격이긴 했지만, 한국 항공사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정해진 일만 딱딱 하면 그 나머지는 뭘 해도 자유라는 느낌이 들었다.
난 오히려 한국 항공사들이 승무원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국제항공은 친절 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에어인디아 국내선을 한 번 타보면 중국국제항공 쯤이야.
(기내식. 하아...)
기내식
기내식은 기대하지 말자. 아니 포기하자. 한국에서 베이징 갈 때는 빵 한 조각 주던데, 안에 나름 햄과 치즈는 들었지만... (더이상 뭐라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한 입 베어물고 나서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살아야 한다'를 되뇌이며 끝까지 먹었다.
북경에서 치앙마이로 갈 때 식사는 꽤 괜찮았다. 마파두부 밥 비슷한 어떤 것이었는데, 정체는 모르겠고 그냥 먹을 만 했다.
치앙마이에서 북경으로 갈 때는 소고기 볶음면이 있다고 하길래 시켜봤는데, 그냥 스파게티 면 볶은 것 위에 소고기 몇 개를 얹어놨다. 다른 양념이나 소스는 없었다. 일단 소고기를 다 건져 먹고나니 면은 도저히 못 먹겠더라.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그것만 아무 소스 없이 한 번 먹어보라. 딱 그거였다. 배가 고팠는데도 기내식을 한 입 먹고 다 남기기는 평생 처음이었다.
북경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내가 존다고 못 받은건지 아예 안 준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난 음식을 못 받았다. 대략 이런 경우엔 승객이 깨면 갖다 준다거나 아니면 깨운다거나 하는데, 그런 게 없었으니 아예 안 준 건가. 그건 또 아닐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래도 물은 얻어 마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걸 바라지 말자. 우린 그저 평생 일 해도 살 수 없는 비싼 비행기에 몸을 실은 싸구려 승객들일 뿐이니.
(한 입 베어물어 맛을 봤다. 빵은 쫄깃하고(질기고), 치즈는 은은하고(아무 맛도 안 나고), 햄은 탄탄했다(종잇장 같았다).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 먹어치웠다.)
(잘 얻어 걸리면 꽤 괜찮은 식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건 꽤 먹을 만 했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맛이긴 했지만.)
그 외
한국에서 북경으로 짧은 시간 비행하는 비행기 좌석에는 터치스크린으로 된 스크린이 있어서, 영화나 중국 TV 방송 녹화분이나 게임 등을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북경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에는 아예 스크린이 없었다. 희한하다. 전기 아끼려고 그런 건가.
그리고 스크린이 있어도 헤드셋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다이나믹하다.
(그래도 나름 터치스크린)
어쨌든 비행기는 잘 날아가더라. 끝.
p.s.
어떤 사람들이 '또 타겠냐?'라고 묻던데, 내게 그런 선택권이 있나. 그저 싼 가격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그냥 이대로라도 좋고, 기내식 안 줘도 좋으니, 쓸 데 없이 서비스 질 높인다며 가격 올리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결론은, 가격에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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