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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수엘라 화폐개혁과 환율, MS 스토어 윈도우 10 가격
    IT 2016. 12. 24. 09:22

    간밤에 '윈도우 10 대란 사건'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스토어에서 윈도우 10 프로를 약 42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려간 사건이다.

     

    실제로 구매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자 해당 사이트에서는 구입을 막았고 금액을 다시 조정했다. 이번 기회에 왜 이런 사건이 터지게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보자.

     

    > 참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윈도우 10 베네수엘라 대란 & 다른 나라에서 구입하는 방법 (지금은 막혀서 구입 못 함)

     

     

    (베네수엘라도 꽤 멀쩡한 곳이(었)다. 사진: medinaalfaro)

     

     

    베네수엘라(Venezuela)

     

    베네수엘라는 남미에 있는 나라로, '석유 매장량 1위'로 유명하다 (그렇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베네수엘라다). 그리고 석유 관련 산업을 국유화 하고 있다. 즉, 석유 산업 이익이 거의 대부분 국가로 들어간다. 이 수익을 이용해서 그 유명한 '차베스' 대통령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주택 등의 사회복지 정책을 펼쳤다.

     

    한국에서는 흔히 '포퓰리즘 정책이 나라를 망친다'는 주장의 근거로 베네수엘라를 예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히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차베스가 사회복지정책을 많이 펼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석유산업에만 치중해서 다른 산업들은 육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사하고 말았다는 것, 또한 우익 자본가들이 끊임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꾸민 의혹이 있다는 것 등의 요소들이 있다 (일단은 그냥 의혹이라고만 쓰겠다). 물론 차베스의 독재도 문제가 된다(언론탄압 등).

     

    이런 문제를 한국 자료들만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 사회는 대체로 이런 경우에 우익의 행패에 대해선 잘 알리지 않는 경향도 있고, 국제뉴스를 단편적인 사건 위주로 짤막하게만 알려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많고, 연구할 부분도 많으므로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베네수엘라도 꽤 멀쩡한 곳이(었)다. 도시엔 높은 건물들도 많다. 사진: skeeze)

     

     

    유가폭락으로 경제 파탄에 이른 베네수엘라

     

    2013년에 차베스를 등에 업고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큰 지지를 받지 못하며 야당의 공격을 많이 받긴 했지만, 워낙 오일머니로 돈을 잘 벌었기 때문에 어찌저찌 잘 굴러가긴 했다.

     

    하지만 2015년 유가폭락으로 헬게이트가 열리고 말았다. 수출의 95% 정도가 석유였다고 하니, 거의 경제 전체가 무너질 타격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여당은 2015년 말 총선에서 대패해서, 야당이 의석의 2/3를 차지하게 됐다. 독재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대통령과 야당의 대립은 점점 심해졌다.

     

    수익도 변변찮고 외화 보유고는 줄어가니 경제가 버틸 수가 없었다. 2016년 상반기엔 시장이 마비되어, 강도, 약탈, 굶주림 등이 만연하게 됐다. 안 그래도 살인 사망율이 높은 나라인데 사회는 더욱 혼란해졌고, 부정부패도 만연해졌다. 급기야 베네수엘라 정부는 식량 배급을 추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배급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건들을 간단하게 나열해보면 이렇다.

     

    - 폭동, 약탈, 강도 등 강력범죄 급증.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범인 검거도 제대로 안 됨.

     

    - 엘니뇨(해수온난화현상)로 인한 심각한 가뭄: 식량 부족, 전력 부족(수력발전이 60% 이상을 차지)

     

    - 식량이 부족한데 돈이 없어서 수입도 제대로 못 함.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남.

     

    - 2016년 5월, 국가 비상사태 선포 (큰 기업이 보리 수입을 못 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 화근. 공장 생산 멈추면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

     

    - 국제 항공 노선도 줄줄이 끊김. 정부가 항공권 판매 수익을 지급하지 않아서.

     

    -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드니까 불임시술도 많이지고 있다고.

     

    - 이미 생필품 공장들이 망해서 사라졌기 때문에 생필품 부족. 사람들이 비싼 가격으로라도 인근 나라인 콜롬비아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려고 하자 밀수 막겠다고 국경 폐쇄 (2016.8.). 이후 다시 열리긴 함.

     

    - 영양실조 걸린 아이들이 늘어나고, 유아사망률 상승,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늘어남. 

     

    - 2016년 한 해 물가상승률 720%.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12월 경엔 돈을 무게로 달아서 사용한다는 뉴스가 나옴 (예: 만 원짜리 1kg에 화장지 하나 이런식).

     

    - 2016.12.04. 물가 급등에 대처하고 밀수를 막겠다며 화폐개혁 발표.

     

    (베네수엘라 기존 지폐. 사진: Jorge Andrés Paparoni Bruzual)

     

     

    열흘만에 교환 요구, 무리한 화폐개혁

     

    이렇게 최악의 경제 파탄 상황을 맞은 베네수엘라는 2016년 12월 4일(현지시간) 사실상 화폐개혁을 발표한다. 기존 최고액권이었던 100 볼리바르 지폐 유통을 중단하고, 새로운 지폐 6종을 발행한다는 것이었다(2만, 1만5천, 5천, 2천, 1천, 500).

     

    그런데 100 볼리바르(BsF.100) 지폐를 열흘 안에 신권으로 모두 바꾸도록 한 것도 무리수였지만, 신권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서 바꾸려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결국 내년 1월 2일까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지금 최고액권이 5만 원인데, 하이퍼인플레가 일어나자 어느날 갑자기 25만 원 짜리 지폐에서부터 1천만 원 짜리 지폐까지 종류별로 찍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플레가 얼마나 심각한지 약간 실감할 수 있을 테다 (거의 짐바브웨 수준으로 가지나 않을지).

     

    참고로 2015년 8월에 어떤 사람이 베네수엘라에서는 2볼리바르 지폐 따위는 냅킨으로 사용한다며, 돈으로 과일을 감싸 쥐고는 냅킨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 때만해도 그래도 환율이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이건 은유일 뿐, 진짜로 이러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마 지금쯤은 진짜로 냅킨으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볼리바르 지폐가 시장환율로 하면 원화로 약 3원 정도 되니까 (하지만 돈을 냅킨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더럽다).

     

     

    베네수엘라 정부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의 괴리

     

    이런 상황이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환율을 어처구니 없는 수준으로 묶어두고 있다. 2016년 12월 15일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환율은 아래와 같다.

     

    베네수엘라 정부 공식 환율: 10볼리바르 = 1달러 (10 VEF = 1 USD)

    시장에서 통용되는 환율: 674볼리바르 = 1달러 (674 VEF = 1 USD)

    암시장 환율: 2480볼리바르 = 1달러 (2480 VEF = 1 USD)

     

    이것도 한국으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달러 들고 은행에 가면 10원을 주는데, 민간 환전소나 시장에서 물건 구입할 때는 674원을 쳐 준다. 그리고 완전 비공식 암시장에서는 2480원까지 쳐 준다.

     

    여기서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0 가격의 의문이 풀린다.

     

    (베네수엘라 환율 그래프. 공식, 시장, 암시장 등이 구분되어 있다. Venezuela Live Economic Data)

     

     

    베네수엘라 MS 스토어 가격은 아마도 착오

     

    베네수엘라 MS 공식 스토어에서 '윈도우 10 프로' 가격은 2,299 볼리바르라고 나와있다. 이게 정부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230달러 정도 된다. 한국 가격과도 그리 많이 차이나지 않는 가격이다.

     

    그런데 2,299 볼리바르를 시장 환율(674=1USD)로 계산하면 3.41달러가 된다. 몇 시간 전에 베네수엘라 MS 공식 스토어에서 3.47달러로 환산되어 나온 것과 거의 일치하는 가격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마도 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 차이에서 생긴 오류가 맞을 듯 하다. 최근에 화폐개혁을 하면서 환율을 시장 환율로 맞추려고 조정한 것 아닐까. 돈 단위가 커졌다는 것은 정부도 이제 시장환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뜻하니까. 그래서 환율 조정을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꼬여버린 게 아닐까 싶다.

     

    (베네수엘라 MS 스토어, 윈도우 10 프로 가격.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모습.)

     

    이게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처음에 발표했던 구권 사용 종료 시기가 14일이었으므로, 최소한 며칠은 이랬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미 왕창 사놓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도 품어볼 수 있다.

     

    어쨌든 이렇게 '윈도우 10 대란(?)'을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을 아주 간단히 짚어봤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앞으로 두고두고 분석하고 연구할 문제이고, 확실한 것은 지금 베네수엘라는 거의 지옥, 아수라장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테다.

     

    아울러 베네수엘라는 외교부가 여행자제 국가로 지정하고 있고, 콜롬비아 국경과 인전한 몇몇 지역은 철수권고 지역으로 정해놓고 있다. 위험하니까 여행비 대주면 내가 대신 가보겠다.

     

    (베네수엘라 여행 안전 정보.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p.s. 참고자료

    *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기도 콜롬비아 민병대 검거” (2013.06.)

    * [단독]<르포> 베네수엘라 달걀 실종미스터리.."한달째 달걀구경 못해" (2015.12)

    * 최악의 경제난에 강력범죄 급증..'무법천지'된 베네수엘라

    * 에너지 부국의 역설..베네수엘라 오늘부터 '전기 배급'

    * 베네수엘라 기초식품 국가배급 추진..야권 "선심정책" 반발

    * 폭동과 약탈이 일상화 된 석유의 나라, 왜?

    * 위기의 베네수엘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 비상사태 선포·쿠데타 임박설..위기의 베네수엘라

    * <요동치는 중남미> ①'벼랑 끝' 베네수엘라.."주유하러 차 500대 긴 줄

    * Venezuelans Ransack Stores as Hunger Grips the Nation (NYTimes)

    * 베네수엘라, '차베스 평화상' 제정…첫 수상후보에 푸틴

    * 베네수엘라, '밀수'막으려 폐쇄했던 콜롬비아국경 열어

    * 경제 파탄에..자식 버리는 베네수엘라 부모

    * 생필품난 베네수엘라 외국원조 수용…내달 정부ㆍ야권 추가 대화

    *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왜 큰 위기를 맞게 됐을까?

    * 하이퍼인플레이션 늪에 빠진 베네수엘라..돈 세지 않고 무게 잰다

    * 베네수엘라 통화개혁 혼란, 주말 식품폭동으로 상점약탈 사태

    * 베네수엘라, 물가 20배 급등에 고액권 지폐 6종 발행

    * 베네수엘라 100볼리바르화 유통중단 왜?..'위조달러·밀수' 탓

    * 베네수엘라, 섣부른 화폐개혁 국민 고통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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