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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 - 보타닉 가든 Botanic Gardens해외여행/싱가포르 2017 2017. 6. 8. 12:01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은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공원 겸 식물원이다. 싱가포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입장료도 무료고,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난초 정원은 유료).
이곳은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열대 정원(tropical garden)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유일한 열대 정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은근히 여기저기서 추천 여행지로 소개하기도 해서, 나름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그런데 면적이 74헥타르, 약 74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데, 경복궁이 43만 제곱미터이므로 대략 경복궁의 두 배 정도 넓이다. 따라서 싱가포르 도심의 높은 건물들에 지쳤다면 잠시 초록을 구경하며 휴식을 취할 곳으로 좋긴 하지만, 내부가 꽤 넓은데 출구가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중간에 지치면 빠져나가기 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몸이 많이 피곤할 땐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보타닉 가든은 출입구가 여럿이기 때문에 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된다. 버스로도 갈 수 있고, 지하철로 가는 것도 편리하다. 지하철로 간다면 그냥 '보타닉 가든 역(Botanic Gardens)'에서 내리면 된다.
너무 빡빡한 일정으로 강행군을 하다가 무리해서 보타닉 가든의 끄트머리라도 맛보자며 찾아갔는데, 여기는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조금 걸어보니 알 수 있었다. .
정해진 몇몇 출입구로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게 그리 많지가 않기 때문에 중간에 힘이 들어도 출입구까지 가는 것도 큰 일이다. 그래서 지친 체력으로 들어가서는 고행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기념품점 기웃기웃하고 자판기에서 음료도 뽑아먹으며 쉬었다 걸었다 반복하며 어찌어찌 조금 구경하긴 했다.
나무로 깎아놓은 조각이 마치 화석인 것 처럼 실감나기도 했고.
화장실이 아주 자연 친화적이라 창문에 유리가 없이 뻥 뚫려 있었다. 보타닉 가든 운영시간이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라고 하던데, 밤이 되면 이 화장실은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궁금했다.
어떤 건물 안에서는 SF 영화 같은 데서 볼 수 있을듯 한 실험실에서 약품들이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혹시 식물원으로 위장한 인체실험 연구소가 있는 건 아닐까.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공원 한쪽 소박한 건물은 보타닉 가든을 정성들여 가꾼 사람의 업적을 기리는 '헤리티지 뮤지엄'으로 차려져 있었다.
헤리티지 뮤지엄 앞쪽에는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좀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은 듯 하다.
헤리티지 뮤지엄 내부 모습. 그리 크게 볼만한 건 없다. 에어컨 바람은 쐴 만 하다. 사실 바깥이 걷는 것도 힘들지만, 후텁지근한 날씨가 더욱 몸을 지치게 했다.
박물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정신을 차리고 나왔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다시 혼미해졌고, 비는 또 오락가락하며 대기에 흩뿌려졌다. 후텁지근에 습기까지 가해지니 아주 축축 처진다.
뭔가 이것저것 많기도 하고, 아직 반의 반도 구경하지 못 했지만, 이쯤에서 포기하고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도저히 무리. 그런데 탈출도 쉽지가 않다.
이런저런 길들을 좀 더 걷고 또 걷다가, 마침 작업을 위해 잠시 열어놓은 길을 발견하고 냅다 그 길로 탈출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쯤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좀 더 들어갔다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역에서 어중간하게 먼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 왔던 것만큼 다시 돌아가야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공원 외부 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안쪽으로는 아까 걸어 들어갔던 길이 저 너머로 보였다. 공원이라 어디든 마음껏 나갈 길이 있을 걸로 예상했던 게 실수였다.
이렇게 아주 조금 구경하고 다시 빠져나왔다는 이야기. 그래서 뭔가 많이 소개할 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한 건 아주아주 일부일 뿐이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꽤 볼만 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체력 넘칠 때 한 번 제대로 구경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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