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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전거길: 배알도 수변공원 - 매화마을 인증센터국내여행/자전거2017 2018. 9. 11. 16:48
배알도 수변공원 인증센터를 가려면 동광양으로 가야 한다. 광양과 동광양은 버스터미널이 달라서 잘 구분해야 하는데, 동광양터미널은 '중마 버스터미널'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는 동광양이라고 쓰여 있더라. 괄호하고 중마라고 쓰여져 있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난 동광양이라는 글자를 봤고, 동광양 가는 버스표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동광양이 소리내서 발음하기가 꽤 어려운 단어더라. 모두들 한 번씩 큰 소리로 한 번 발음해보기 바란다. 나도 이게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인지 모르고 매표원 앞에 서서 말을 하는데, 자꾸 똥광... 동과냥... 아니, 동,구앙... 아아 젝일. 이러고 말았다. 그랬더니 매표원은 아주 자연스럽게 "동광양요?"하더라. 아나운서 해도 되겠어.
도착하자마자 번쩍이는 버거킹에 돈을 뺏기고 하룻밤 숙박비를 탕진한 나는, 어느 바닷가 공원에서 밤을 보냈다. 아침에 보니 몇 군데 나름 불 피울 수 있는 장치도 있더라. 여기서 고기 구워먹으면 좋겠던데.
어둠이 가시자마자,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하늘이 희끄무레 할 때 쯤 일어났는데도 벌써 공원엔 아침 운동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체로 이른 새벽엔 사람 별로 없는데, 이 동네는 사람들이 부지런한가보다. 어젯 밤에도 밤 늦도록 산책하는 사람들 많더니. 나도 부지런히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났다.
바로 어제 서울부터 낙동강 하구둑까지 종주를 끝냈는데 딱히 뭔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고, 이제 섬진강 자전거길을 시작했는데도 딱히 시작이라는 느낌도 안 났다. 그저 계속되는 여정 중 하나로 여겨질 뿐.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잇는 길은 옛날에 한 번 가 본 기억으로는, 좁은 차도를 질주하는 차들과 함께 달리거나, 아니면 복잡한 해안선을 빙빙 돌며 산을 타며 가거나 해야해서 그리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건너뛰었는데, 나중에 이게 좀 아쉽게 느껴지긴 했다. 부산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또 잘 곳 찾아 헤매는 짜증나는 시간을 맞이해야 했기에, 후회되지는 않았다. 그냥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뿐.
일단 섬진강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배알도 인증센터로 간다. 중마버스터미널에서 배알도로 가는 길은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두 번 지나야 하는데, 이 길들이 교통량도 많고 트럭도 많이 다닌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자전거길이 있긴 하지만, 끊긴 곳도 있고 복잡하고 해서 배알도까지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길을 달려야 한다.
포스코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공장들 앞을 지나가야 했다. 이래서 트럭들이 많다. 인도 쪽에 자전거길이 있긴 하지만, 길 상태도 나쁘고 막힌 곳도 있고, 주차된 차도 있고 해서, 대체로 차도로 달렸다.
배알도에 들어서야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길 가에 보이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고 물을 사서 다시 출발. 편의점은 도시락을 먹는 목적도 있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온 몸에서 열이 난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모르겠지만 배알도 수변공원엔 조그만 캠핑장이 있었다. 인증센터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기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배알도 주변은 아마도 바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강인지 바다인지 애매한 지점이 나온다. 이 부근에서는 강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데, 강의 아기자기함과 바다의 시원함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배알도 수변공원 인증센터. 공원 내부의 잘 놓여진 자전거길을 따라 경치 구경하며 느긋하게 가다보면 나온다. 이 안쪽으론 컨테이너 박스 처럼 생긴 건물에 유인 인증센터도 있다.
배알도 공원의 자전거길 겸 산책로. 꼭 자전거를 타지 않더라도 드라이브로 한 번 놀러가봐도 괜찮을 곳이다.
공원에 들어오니 이런 자전거 노선도가 큰 철판에 그려져 있었다. 얼핏 보면 중마버스터미널에서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뭔가 선택지가 많은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빨간색 노선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는 일부 구간만 놓여진 짧은 자전거길이다. 시간이 있다면 여러개를 조합해서 타보는 것도 좋겠다.
공원쪽이 명당지구라고 불리나 보다. 공원을 벗어나자마자 명당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가 명당인지는 잘 모르겠던데. 그 명당이 저 명당이 아니겠지만.
태인대교를 넘어서 섬진강으로 접어든다. 큰 트럭이 많이 지나다녀서 그런지 갓길에 뾰족한 돌조각이나 유리 조각 같은 것들이 많다. 그래도 자전거길이 적당한 넓이로 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리를 건너서 내륙으로 진행해 섬진강 입구로 들어가서도 한동안은 바다 같은 모습이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강 하류지만 거의 바다와 비슷하다.
강을 따라 점점 내륙으로 들어가다보면
우체통 같이 생긴 건물이 떡하니 나온다. 화장실이다. 재밌는 모양새다.
건물이 재밌어서 잠시 사진 찍으려고 멈추기도 했지만, 이 근방엔 딱히 그늘이 없어서 잠시 쉬려고 멈추기도 했다. 이쪽 구간은 자전기길도 좋고, 경치도 좋고, 다 좋은데 그늘이 너무 없다. 근데 바람은 또 적당히 불어서, 그늘에 잠시 있으니 쌀쌀한 느낌이 든다. 아 동네가 왜 이리 극단적이야.
꽃을 찍는 것 같지만 점점 닳아가는 타이어도 찍어본 것임. 유사 MTB 타이어는 오돌도돌한 돌기가 다 닳으면 바꿔야 한다. 여행 끝날 때까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버티는 중이다. 결론은, 타이어 갈 때 되면 제때 갈아주자. 나중에 일 난다.
자전거길은 정말 잘 돼 있다. 페인트칠도 근래에 다시한 것 같고. 길만 놓고 보면 달릴만 한 곳이다.
이제 기억나서 말인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 위에서는 뱀을 정말 많이 봤다. 죽어있는 것도 많이 봤지만, 살아서 기어가는 뱀도 많이 봤다. 등산을 하면서 본 것보다 자전거길 위에서 본 뱀이 훨씬 많다. 어떤 때는 내가 자전거로 밟을 뻔도 했고.
그에 비하면 섬진강, 영산강 쪽은 뱀이 별로 없는 편이다. 물론 있긴 있지만. 아예 뱀을 안 보고 싶다면 동해안이나 제주도로 가는게 좋다.
하동읍의 하동군청 인근이라고 기억되는데, 이 동네 정말 마음에 들더라. 섬진강 하류에 자리잡았는데 꽤 넓은 모래톱이 마치 해수욕장 처럼 놓여 있다. 정말 웬만한 해수욕장보다 길고 넓어서, 여름철에 딱히 해수욕장 안 가도 되겠더라.
생활하기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군청 있는 동네면 편의점 정도는 있을 테고, 그럭저럭 살만 하지 않을까. 먹고 살 방법만 있다면 이런 동네 가서 살아보고 싶다.
위 사진에서 이어서 하류 쪽으로 찍은 사진이다. 저 모래톱 길이가 보이는가. 바닷가에 안 살아본 사람들은 해운대 바닷가 아파트를 로망으로 삼기도 하던데, 거기 창문 열어놓으면 방바닥에 소금이 쫙 깔린다. 태풍이라도 오면 유리창 깨질 수도 있고, 관광객 많아지면 동네 분위기 삐리리하게 되고, 바닷바람이 피부에도 안 좋다. 난 이렇게 강변에 위치한 집이 딱 좋더라. 물론 깊은 산 기슭에 집 있는 것도 좋고. 아 물론 공짜로 주면 어디든 좋다.
이 동네 가서 살면서 고기잡이 하면 되려나. 고기잡이는 할 수 있겠지만 배멀미는 어쩌지.
하동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섬진매화마을이 나온다. 표지석에는 섬진마을이라고 쓰여 있고, 다른 표지판에는 매화마을이라고도 적혀 있다. 온라인 지도에서는 어떤걸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오히려 매화마을 인증센터를 검색하면 잘 나온다.
어쨌든 이 마을 입구엔 조그만 공원이 있고, 여기엔 아담한 정자 하나와 두꺼비 등에 업힌 여인 동상이 있다. 이 동네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동상이라 하는데, 이런 이야기다.
옛날에 이 동네에 여인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두꺼비 한 마리가 부엌에 들어와 눈을 껌뻑이길래 밥을 주고 한 삼 년 함께 살았다 한다. 그러다 홍수가 나서 동네가 다 떠내려갔고, 이 여인의 집도 물에 휩쓸렸는데, 미처 피하지 못 한 여인이 물에 떠내려가자 두꺼비가 이 여인을 등에 업어 헤엄쳐서 구해줬다 한다. 두꺼비는 지쳐서 죽고, 살아난 여인은 장사를 지내줬다고. 그래서 이 두꺼비가 도착한 곳을 '두꺼비 나루'라 해서 '섬진'이라 불렀다 한다. 두꺼비 섬에 나루 진.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섬진(두꺼비 나루) 쪽으로 쳐들어왔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두꺼비 떼가 나타나서 일제히 울어댔다고. 그러자 섬찟한 느낌이 든 왜군이 무서워서 돌아갔다 한다. 그래서 원래는 강 이름이 두치강이었는데 섬진강이라 부르게 됐다는 전설. 섬찟해서 섬진강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그런 전설이 있다 한다.
섬진강의 섬 자가 두꺼비 섬자라는 걸 이때 처음 알았고, 그래서인지 두꺼비 소리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더라.
매화마을 공원길을 조금 따라가다보면 길 가에 매화마을 인증센터 부스가 나온다. 여기는 인증센터보다 공원이 볼 만 하다. 수월정이라는 작은 정자는 송강 정철이 노래를 지어 부른 곳이기도 하다고. 난 그냥 동네에서 만든 작은 정자인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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