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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밴 이야기 1 - 미국과 카라반 그리고 멕시코해외소식 2018. 11. 13. 20:29
2018년 10월 12일, 온두라스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 '산 페드로 술라(san pedro sula)'에서 16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멕시코 국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온두라스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과테말라를 거치는 동안, 이들의 숫자는 3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21일 멕시코 치아파스 주에 들어설 무렵엔 이들 무리는 무려 7,000여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 Spontaneous caravan of migrants winds way through Honduras
캐러밴 이동 경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앙 아메리카 여러 국가들에서 출발해, 멕시코, 미국 등으로 이민을 가려는 이들 무리를 '캐러밴(caravan)'이라 부른다. 이런 이민자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한때 7천여 명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를 이뤄서 세계 언론도 주목했다.
캐러밴 무리가 멕시코를 향하며 점점 수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미국에 대한 공격 (invasion)"이라는 표현으로 적대감을 내보였다. 그리고 멕시코 국경에 미군 병력을 증강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고, 이민자들이 돌을 던지면 총격으로 간주하겠다는 말을 하는 등, 거의 매일 이들을 언급하며 각종 비난과 대책 발표를 했다.이는 분명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표 결집을 위한 미디어 플레이 성격이 다분했다. 선거를 앞두고 반이민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물론 엄청난 수로 불어난 대규모 인원이라 언론들이 주목할만 한 사건이기도 했지만, 이번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언 빈도와 수위를 좀 더 높인 경향이 있다. 그걸 폭스뉴스가 받아서 자극적으로 뉴스 보도를 해서 더 큰 이슈가 된 측면도 있다.
첫 캐러밴 행렬이 등장해서 역대 최대 규모를 형성한 것은 아직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다.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캐러밴이 형성되고, 뒤이어 3차, 4차 행렬이 이어지도록 한 데는 트럼프의 공도 크다. 여태까지 틈틈이 반이민 정서에 어필하며 캐러밴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에 있었던 캐러밴은 미국 국경에 도달한 인원은 150여 명 정도였지만, 이때 트럼프가 주 방위군을 국경에 배치하면서 세계 언론에 이 사실이 널리 보도되기도 했다. 아마 이런 뉴스로 캐러밴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도 꽤 많을 테다. 당연히 중미 사람들도 이 소식을 쉽게 접했을 테고.
한국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언론들이 캐러밴을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수천 명이 미국 국경을 향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보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중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에 대해서 조금 알아봤다.
* '캐러밴' 입국 저지 미군 7000명 멕시코 국경에 배치 완료
* Donald Trump Says If Migrant Caravan Throws Stones, ‘We Would Consider That a Firearm Because There’s Not Much Difference’
* 캐러밴 초강수 조치에도..트럼프 '난민 압박'의 역설 - 3차 캐러밴 행렬도 등장..트럼프 발언할수록 늘어
* 카라반 파동에 미 민병대도 '거병'..위험 수위 넘어간 트럼프의 선동캐러밴 Caravan
한국 언론들은 중앙아메리카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는 caravan을 대체로 캐러밴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캠핑카 용도의 차량 카라반과 구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캐러밴이 카라반이다. 영어 표기는 똑같다. 이동식 주택을 이용한 캠핑을 캐러밴 캠핑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민자 행렬을 의미하는 '캐러밴'은 '대상(隊商)'의 의미라 볼 수 있다. 낙타나 말 등에 짐을 싣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의 집단인데, 도적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여서 다녔다. 각종 위협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리를 이룬 이민자 행렬도 이와 비슷한 모양새다.
카라반 비슷한 여행자들, CC0
이민을 위해 중미 각국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자국과 타국 땅을 가로지르고 국경을 넘으면서 각종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도둑, 강도, 살인, 납치 등의 위험들 말이다. 중미 국가들이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하고, 멕시코 쪽도 치안이 그리 좋지는 않다. 따라서 여럿이 무리를 이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게다가 국경 등에서 경찰이나 군대 등을 만났을 때도, 큰 무리를 이루고 있으면 함부로 대할 수 없기도 하고, 뭘 하는 집단인지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안전할 수 있다. 각종 사회단체나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다. 또한 국경을 넘을 때 브로커를 통하면 인당 1만 달러(USD) 정도가 드는데, 캐러밴 행렬에 합류하면 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캐러밴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트럼프가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며 자주 언급을 해서 2017년부터 캐러밴이 언론에 많이 언급되기 시작했지만, 이런 중남미 이민자 행렬은 예전부터 있었다. 캐러밴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2000년 중반에서 2010년 초반 정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캐러밴을 적극 지지하고 도와주는 대표적인 이주민 인권 시민단체로 '푸에블로 신 프론테라스(pueblo sin fronteras)'가 있는데, 이들은 2018년 현재 15년 이상 활동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00년 중반쯤부터 소규모 캐러밴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푸에블로 신 프론테라스 홈페이지
캐러밴의 모태를 '실종된 이주민의 어머니 캐라반(Caravana de madres de migrantes desaparecidos)' 운동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맥시코로 넘어간 이민자들 중 실종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찾기 위해 중미 국가들의 어머니들이 시위도 하고 멕시코로 넘어가 자식들을 찾기도 하는 운동이 바로 '캐러밴 어머니' 모임이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서 멕시코로 향하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모습이 이민자 캐러밴의 모티브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활동 모습을 보면, 초창기 소규모 캐러밴을 추측해볼 수 있다.
* The caravan of mothers looking for their lost children
어쨌든 2010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캐러밴이라 부를 수 있는 집단이 등장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에도 주 방위군이 국경 감시 강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남부에 배치한 적이 있었다.왜 이동하는가
최근 캐러밴 행렬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의 중앙아메리카 국가 사람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가 매우 혼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2017년에 높은 살인율로 세계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들 국가들은 독재 혹은 부패 정부와 반군의 활동으로 사회가 혼란한데, 그 속에서 갱단이 활개를 치며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캐러밴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동네에서 마음 놓고 길거리를 나다닐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어떤 이는 갱단에게 가족이 살해당한 날 바로 짐을 싸서 버스를 타고 캐러밴 행렬에 들어갔다고 했다.
뉴스에서 가끔 언급되는 갱단 가운데 MS-13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들은 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때 대거 미국으로 유입된 사람들 중 일부로, 처음엔 미국 내 다른 갱단으로부터 엘살바도르 인들을 지키는 자경단 역할을 했다. 그러다 범죄 조직으로 성격이 바뀌고 조직이 커졌는데, 미국에서 이들을 검거하고는 미국 밖으로 추방해버렸다. 추방된 조직원들이 중남미로 가서 조직을 이루고 활동을 하면서 이들은 국제 조직으로 커졌다. 기존 갱단이 마약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반면, 이들은 일반인들도 적극적으로 갈취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최근 폭우로 인한 홍수와 가뭄이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켰다. 결국 이들이 모국을 버리고 떠나게 된 이유를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가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부패한 정부의 비호를 받을 수 없는 가난, 갱단이 활개치는 동네에 살 수 밖에 없는 가난, 천재지변으로 인한 큰 피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가난 말이다.
(엘살바도르 내전 때 학살이 있었던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 이미지: 위키피디아)
어쩌면 자업자득
이들 중앙아메리카 나라들은 소위 바나나 공화국으로 불린다. 모두 바나나 등의 한정된 일차산품 수출에 의지해 미국 등 외국 자본의 지배를 받고, 외국의 통제와 비호 하에 부패한 독재정권이 들어서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들은 냉전시절 이후에도 계속해서 미국에게 휘둘렸다. 미국 농업 기업들이 이들 나라에 거대 농장을 건설하고, 바나나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기반을 건설했다. 그러면서 거대 자본으로 이 나라 지배층과 결탁해서 정치를 좌지우지 했다.
(물론 여행 가서 보면 아름다운 과태말라 어느 마을. CC0)
대강 예를 들자면 이런 사건들이 있다. 과테말라의 경우, 1950년대에 하코보 아르벤스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그는 강제노역 폐지, 사회보장 제도 마련, 여성 참정권 보장 등의 개혁을 했고, 마침내 농지개혁법을 시행하려 했다. 이는 중남미에 거대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던 미국 기업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래서 CIA는 과테말라에서 쿠데타 세력을 지원해 정부를 전복시켰다. 그 결과 아르벤스는 멕시코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오랜시간 과테말라는 극우 파시스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참고로 쿠데타로 아르벤스가 쫓겨날 때 쯤, 체게바라가 이 근방을 여행하며 이런 상황을 지켜봤다.
(체게바라, 괜히 한 번 넣어보고 싶었다. 사진: 위키피디아)
엘살바도르에서도 1979년부터 1992년까지 계속된 내전에서, 미국은 좌파 게릴라 부대에 맞서 싸우며 학살과 고문을 자행한 군부를 지원했다. 또한 79년부터 90년까지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부(좌파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온두라스의 반군기지를 지원한 것도 미국이었다.
굳이 과거 뿐만 아니라, 최근의 베네수엘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도 미국의 경제 제재였다.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 캐러밴 이민 행렬이, 20세기 들어서도 중앙아메리카를 식민지 처럼 착취한 미국이 치뤄야 할 댓가, 혹은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기도 한다. 미국과 관련된 이들 나라의 역사는 너무 길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각자 좀 더 공부해보자.(푸에블로 신 프론테라스가 공개한 캐러밴 이동 예상 루트)
왜 규모가 커졌나
2018년 10월 후반에 결성되어 미국으로 향하는 캐러밴 행렬은 한때 최대 7,0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래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예전까지는 이들의 규모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 2018년 4월에 있었던 캐러밴은 최대 규모가 1,200명 정도였다. 이것도 그 전까지 있었던 캐러밴 중에는 꽤 큰 편이었다. 그래서 이때 트럼프는 국경으로 주 방위군 배치 조치를 했다.
이번 캐러밴이 왜 이렇게 규모가 커졌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 한다. 그래서 트럼프와 미국 언론들은 누군가 자금을 대주는 것 아니냐는 등 갖가지 억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대부분 TV나 인터넷, 페이스북, 왓츠앱 등을 통해서 이 소식을 접하고 합류했다고 한다. 애초에 시작부터 이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던 것이다.
1차 캐러밴의 규모는 미스테리라 치더라도, 연이어 4차까지 결성되어 한꺼번에 무리를 이루어 행진하는 것은 아무래도 트럼프의 공이 크다.
트럼프가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반이민 정책을 펼치며 틈틈이 캐러밴을 언급했고,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포를 자극한 면도 있다. 이번에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를 예전보다 더욱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크게 알렸다.
그러자 많은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고, 이들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많이들 알게 된 것이다. 언론에서 예상 루트까지 알려주니 마음만 먹으면 합류하기는 쉬웠을 테다. 그리고 이번 캐러밴 대열 참가자 중에는 최근에 미국에서 추방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추방 조치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다.
* ‘It’s time for me to go back’: Deportees join migrant caravan to return to U.S.
* 9 Questions (and Answers) About the Central American Migrant Caravan* ‘카라반’이 뭐길래…트럼프,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투입 방침
(푸에블로 신 프론테라스 페이스북엔 많은 동영상들이 공개돼 있다)
목표는 미국?
트럼프는 아주 정색을 하며 이민자 무리가 미국으로 몰려온다고 떠들었지만, 사실 여태까지 캐러밴 무리의 대부분은 미국 국경에 도달하기 전에 거의 다 뿔뿔이 흩어졌다. 대체로 멕시코에서 난민 신청을 하거나, 어딘가로 알아서 가는 것이다.
2018년 4월에 있었던 캐러밴 대열도 한때 1,2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움직였지만, 미국 국경까지 간 사람은 150여 명이었다. 이들 중 78명이 미국 국경을 통과했다고 한다.
미국 국경을 통과했다고 해피 엔딩은 아니다. 말 그대로 통과만 시켜준 것 뿐이다. 우리가 여권 들고 해외여행 간 것과 비슷하다. 일단 그 나라에 들어가긴 했지만, 거기서 살게 해 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난민 신청을 하든지, 각자 어떻게 살 길을 모색하든지 해야 한다.
CNN에 따르면, 2017년에 캐러밴으로 200여 명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그 중 3명만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나머지는 아직도 처리중이거나 대기중이다.
* Migrant Caravan of Asylum Seekers Reaches U.S. Border
* Immigrant 'caravan' heading to US-Mexico border sparks Trump's concern다들 미국 이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2016년에 미국 정부의 난민 신청 거부율은 57%였다. 특히 중앙아메리카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신청자 중 10-23% 뿐이다. 이런 사실을 캐러밴 사람들도 대충 안다. 그래서 대부분 멕시코에서 흩어지는 것이다.
* Why 80 asylum-seekers are marching to the US southern border, even though they'll probably be turned away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Migrant Caravan, and Those That Came Before2018년 10월에 출발해서 한때 7,000여 명이 넘는 인원을 기록하기도 한 1차 캐러밴은, 멕시코 정부가 마련한 임시 거처인 멕시코시티의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약 4,000여 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11월 6일까지 멕시코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사람은 3천여 명이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사람도 500여 명이 있었다.
즉, 이전까지는 캐러밴이 대부분 멕시코에서 알아서 각자 살길 찾아가고, 소수만이 미국 국경까지 가는 형태였다. 이번 2018년 11월 캐러밴도 그와 비슷한 형태였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은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꽤 많은 사람들이 미국 국경까지 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아직 확실히 밝힐 수는 없겠지만, 트럼프의 어그로와 대대적이 언론 보도가 더 많은 인원을 캐러밴 대열에 합류하는데 한 몫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 [르포] "이대로 멈출순 없다"..퇴로없는 캐러밴 286km의 '목숨건 여정'
(멕시코와 미국 국경. 역시 멕시코가 한적하니 살기 좋다. CC0)
멕시코
멕시코는 이번 캐러밴 행렬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 내에서 저지하자는 의견과 도움을 주자는 의견으로 갈라져 있다고 한다.
10월 후반에 캐러밴이 과테말라에서 멕시코 국경에 도착했을 때, 멕시코 정부는 이들이 입국 심사를 미루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10월 19일에는 캐러밴이 국경 철책을 부수고 넘어가기 시작했고, 멕시코 경찰은 이에 대응해서 최루가스를 사용하고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국경을 통과시켜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식수 제공과 치료를 제공했다.
* '가난·폭력' 벗어나려..중미 탈출 행렬 멕시코 국경 '충돌'
* 멕시코정부, 이주민 캐러밴에 "저지 : 도움" 의견 갈려
10월 26일에는 멕시코 대통령이, 치아파스(Chiapas)나 오악사카(Oaxaca)에서 망명하는 것을 동의하는 캐러밴에게 보금자리와 의료 서비스, 교육, 일자리 등을 제공하겠다는 '유 아 엣 홈 (You are at home)' 정책을 발표했다. 1,700여 명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나머지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을 택했다.멕시코 정부가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왜 계속 행진하냐 괘씸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멕시코 정부가 제안한 것은 이들이 멕시코 남부 지역인 오악사카와 치아파스 주에 머문다는 조건이었다. 즉, 이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멕시코에서도 가난하기로 유명한 동네고, 치안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캐러밴 어머니 모임이 사라진 자식을 위해 찾아가는 곳이 주로 이 지역이다. 그래도 멕시코 입장에서는 2천여 명 정도를 이 지역에 머물게 한 것만으로도 꽤 노력하고 성과를 얻은 셈이다.
* Migrant caravan members reject offer to stay in Mexico
(치아파스하면 역시 사파티스타. 마르코스 부사령관. 사진: Jose Villa)
사실 오악사카, 치아파스 주에서는 멕시코 주민들도 캐러밴에게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에 들어서자, 미국과 멕시코에서 나온 각종 시민단체와 NGO, 카톨릭 수녀회 등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더군다나 전세계 언론이 이들을 보도하고 주시하고 있는 상황. 멕시코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인권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만 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의 압박 또한 만만치 않았다. 미국까지 오는 것을 차단하라는 압박이었다. 이것 때문인지 1차 캐러밴이 지나간 후, 비교적 적은 수의 난민 무리들이 다시 국경으로 모여들자 또 심사를 미루면서 소수의 인원만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국경을 통과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워 임시 수용소로 데려갔는데, 멕시코 정부에서는 난민 신청 등을 신속히 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 했지만, 국제엠네스티에서는 사실상 감금이라고 주장했다. 캐러밴 사람들도 이 버스에 타면 안 된다는 소문이 퍼져서, 버스 탑승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다.
10월 29일에는 결국 사고가 터졌는데, 이때는 국경에 있던 과태말라 경찰도 캐러밴 무리들을 막아섰고, 이어 멕시코 국경에서 멕시코 경찰들도 이들을 막았다. 급기야 폭력 사태가 벌어져 캐러밴 무리 중 한 명이 사망했다. 멕시코 정부에서는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알자지라는 이날 멕시코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 Crackdown on Honduran migrant caravan 'against international law'
큰 소동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수백 명의 사람이 멕시코 국경을 통과하긴 했다. 하지만 이날 국경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1차 캐러밴에게 제시한 '유아 앳 홈'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1차 캐러밴 이후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불법 이민자들이 주로 건너는 강에는 해병대를 투입하고, 그들이 걷는 고속도로에도 경찰을 배치해서 단속을 하고 있다.
(물론 여행가면 좋은 멕시코. 언론 사진 무료로 쓰고싶다. CC0)
참고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는 C4 지역 협정을 맺은 상태로, 이 4개국 국민들은 여권이나 비자 없이 주민증만으로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그런데 1차 캐러밴이 멕시코로 넘어간 이후에는 과테말라 국경에서는 통과증이라는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과테말라 대통령이 미국과 엘살바도르 등을 방문하며 캐러밴 문제를 논의하는 적극성을 보이는데, 그 노력 중 일부로 보인다.그리고 캐러밴이 다 막무가내로 국경을 넘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최선의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사람들도 있다. 멕시코 정부는 11월 9일까지 약 2700여 명에게 45일 체류 가능한 임시 비자를 발급해줬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 멕시코를 여행(?)하는 것은 합법인 셈이다.
* Fact vs. Fiction: What you need to know about the caravan passing through Mexico on its way to the USA
* 멕시코, 트럼프 등쌀에 캐러밴 압박..153명 체포멕시코는 한편으로는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인권국가 이미지를 보이자며 부드러운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수도 멕시코시티의 헤수스 마르티네스 스타디움을 임시 수용소로 만들어 제공한 것이 한 예다.
임시수용소에 쉴곳과 음식, 의료서비스 외에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멕시코 정부의 노력 아닐까 싶다.
* 캐러밴, 멕시코시티 임시수용시설 도착..전열 재정비
(외교부 여행경보지도. 치아파스가 아무 표시 없는 것은 의외다. 오아하까는 역시나.)
멕시코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미국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압박과, 미국으로 이민을 많이 떠나는 나라 사람들로써 일종의 유대감 같은 것이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죽했으면 멕시코로 왔을까하는 심정이지 않을까.
더욱 복잡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일자리를 찾으려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모든걸 버리고 행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 단위로 이루어져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많고, 임산부까지 끼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 인원수까지 많으니, 멕시코는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다.
* How the migrant caravan became so big and why it’s continuing to grow
* FROM MIGRANT CARAVAN TO EXODUS: MYTHS, ORIGINS, IMPLICATIONS'해외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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