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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장사 해수욕장 - 영덕 해맞이공원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14. 14:11
화진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이제 포항시가 끝나고 경북 영덕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딱히 포항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고, 의외로 포항시가 넓다는 걸 느꼈다.
장사해수욕장 남쪽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이 있는데, 백사장에 위령탑과 조형물이 있고, 그 앞바다에 커다란 배 한 척이 놓여 있다.
1950년 9월 15일에 인천 상륙작전이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장사 상륙작전도 거행됐다. 낙동강 전선으로 이어지는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국군과 학도병을 실은 문산호는 장사리 해변 앞바다에서 폭풍을 만나 좌초되어 많은 손실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상륙해서 작전을 수행했다. 후에 북한군의 거센 반격과 굶주림으로 이들을 다시 구조했는데, 모두를 구조하지는 못 하고 많은 수의 학도병들이 남겨졌다 한다.
여기 놓여있는 큰 배는 문산호를 복원한 것인데, 기념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건조한 이 배를 갖다 놓은건 몇 년 됐는데, 2019년 5월까지도 아직 오픈을 하고 않았다고 한다. 이것도 지역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좀 있었던 모양이지만, 자세한 것은 생략하자.
장사해수욕장은 그냥 해수욕장이라서 스쳐 지나갔다. 이 일대는 자전거길이 동네 안쪽으로 돌아돌아 가도록 조성돼 있던데, 호기심에 따라가보긴 했지만 힘만 더 들 뿐, 딱히 좋은 건 없더라. 그냥 7번 국도를 따라가도 상관 없다. 어차피 자전거길 따라가다보면 다시 국도로 나가게 돼 있으니까.
이제 이런 길을 보면 그냥, 애썼네 정도의 생각만 들 뿐이다.
남호해수욕장 지나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삼사해상산책로'가 있는 삼사리가 나온다. 바다 위에 다리 같은게 놓여져서 한 바퀴 빙 돌아보고 나올 수 있는 관람대였다. 가볼까하다가 귀찮아서 생략.
산책로보다는 호텔 평일 29,000원이 더 눈에 띄던데. 바닷가에 저 가격이면 대실이겠지 아마도.
웬만한 건 무시하고 부지런히 올라간다. 오늘은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의 공식 시작점인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꼭 스탬프를 찍으리라 작정한 상태였다.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서 진도를 좀 빼려는 생각도 있었고, 아무래도 해맞이공원은 관광지니까 거기서 또 적당한 잘 곳을 찾으려면 시간도 필요할 테고. 나름 엄청나게 치밀한 계산을 하면서 움직이는 것 같다. 물론 더우니까 빨리 가야지 정도의 생각 뿐이었지만.
강구항이 있는 영덕 대게타운. 심심하면 한 번씩 티비 같은데 나오기 때문에 꽤 유명한 곳이다. 길따라 대게 판매점과 요리집이 쭉 늘어서 있어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차와 사람이 빽빽하다. 그나마 옛날에 비하면 호객행위가 많이 줄어든 편이라서 조금은 덜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꽉 막힌 차량들 사이로 자전거가 지나가기엔 많이 불편한 동네다.
여기 올 때마다 오사카 느낌이 나던데, 다른 사람들 중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만의 이상한 느낌은 아니었다.
영덕은 정말 희한한 조형물들이 많다. 배 모양의 다리는 아주 평범한 축에 속한다.
여기 커다란 게 모형은 꽤 오래된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그 앞에 아이언맨이 서 있더라. 아니 대체 이건 무슨 조화지. 대게 많이 팔아서 아이언맨 같은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가. 아니면 아이언맨도 따지고보면 갑각류라는 의미인가. 허허. 아이언맨 갑각류 생각하다보니 갑옷을 벗겨내고 속살을 파먹는 상상을 하게 되고. 아이고.
영덕 대게 거리. 그나마 좀 덜 복잡한 곳에서 한 숨 돌리며 사진을 찍었다. 완전 차와 사람이 뒤엉켜서 엄청 복잡한 곳에서는 빨리 빠져나가는데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구간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사람들 뒤를 따라서 끌고 다녀야만 했다. 다음번에 이쪽을 통과한다면 다른 길을 택하리라 마음 먹었을 정도.
영덕 해파랑 공원은 조형물 몇 개 있는 공터에 가까웠다. 저 뒤로 대게 모형이 보인다. 그늘이라도 좀 만들어놨으면 게 한 마리 사와서 먹어 볼 수도 있겠지만, 완전 땡볕이라 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긴 아마 하저리해수욕장이 아닌가 싶은데. 몰라. 이젠 나도 모르겠어. 해수욕장이 너무 많아.
영덕 해맞이공원 입구에 있는, 그 유명한 심봤다 조형물. 스뎅으로 만들어서 번쩍번쩍 빛이 난다.
앞에 놓인 작품설명을 보면, "대양의 빛을 담아 세계적 명품! 영덕대게!를 힘차게 들어올리는 형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동해의 잠재된 에너지와 거대한 기운을 담아드립니다"라고 돼 있다. 우와,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설명만 보면 가히 피라미드 에너지에 버금가는 포스다.
그런데 나는 왜 스뎅 인간의 에너지를 받았는데도 피곤한가.
그건 바로 해맞이공원으로 가려면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 대게의 에너지 따위 아무 도움 안 되는 업힐.
이 계단을 내려가면 바닷가로 갈 수 있지만, 아니 주위에 널린게 바다인데 왜 굳이 여기서 걸어 내려가서 또 바다를 구경하라는 건지. 난 거절하겠어. 어쨌든 저기 길 중앙엔 대게 팔만 뚝 잘라다 갖다 놨다. 마치 터미네이터가 용광로에 빠지면서 알비백 하는 포즈 같다.
등대를 휘감은 대게 팔. 이거, 나만 괴이하고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끼는 건가. 다들 아름다운 작품이구나 하는데, 나만 이상한 건가.
아까부터 비가 올 듯 한 흐린 날씨라 사진이 죄다 흐릿하지만, 어쨌든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름 예쁜 정원처럼 꾸며진 공원이다.
옆을 보면 대게 다리 뚝 잘라놓은 그 어떤 것.
어쨌든 여기는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해맞이공원 인증센타'가 있다. 높고 시원하고 전망 좋은 곳이라 그런지 차 대놓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고, 저쪽 옆에는 웬 스님이 김광석 노래를 부르고 있고. 아래는 바다, 옆에는 거대한 대게 다리. 한 바퀴 빙 돌아보면 나는 누구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바람은 시원하더라.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 시작점인 만큼, 인증센터 부스 안에는 수첩 추록이 비치돼 있었다. 개편된 지도가 실리기 전에 수첩을 구입한 사람들을 위한 페이지다. 동해안 경북 코스만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돼 있다.
참고로 경북 동해안 자전거길 코스는 이렇다. 울진은어다리 - 망양휴게소 - 월송정 - 고래불해변 - 해맞이공원.
하지만 앞서도 설명했지만, 포항에서 영덕까지도 자전거길이 대강 잘 연결돼 있으므로, 이왕 가는거면 포항까지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래쪽 공원엔 대게 문도 줄줄이 놓여 있던데, 이건 왠지 꽃게 같아 보이더라.
이제 가자. 대게 너무 많이 봤다.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한쪽 구석에 바다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잠시 마음이 혹했다. 살짝 내려가보면 꽤 예쁜 경치가 보일 것도 같아서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 다시 올라오는 게 너무 힘들다. 미래를 위해서 체력을 저축하며 알뜰살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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