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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나라 부탄, 한국보다 행복지수 낮아
    해외소식 2019. 9. 27. 23:59

     

    아직도 '부탄(Bhutan)'을 소개할 때면, 별 근거도 없이 행복의 나라 혹은, 세계행복지수 1위 국가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긴 설명 할 것 없이 아래 표를 보자. 아래 표는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행복 보고서'의 자료다.

     

     

    > SDSN 세계행복보고서, 행복지수 순위 자료 (pdf)

     

    이 보고서는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다. 지수별 순위를 보면, 한국이 54위, 부탄이 95위를 차지했다.

     

    부탄이라는 나라를 가 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중간에 있는 나라들 이름을 한 번 들여다보면 대략 수긍이 갈 테다. 참고로 1위는 핀란드. 그 다음은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순이다.

     

    누군가 부탄은 행복의 나라 블라블라 한다면, 이 자료를 보여주자. 여기까지가 결론. 이후는 잡담이다.

     

     

    세계행복순위 1위, 행복의 나라 부탄은 어디서 나왔나

     

    사실 요즘 '행복의 나라'하면 맥도날드만 떠오르지만, 한때는 한국 언론이나 여행기 등에서 부탄을 수식하는 말로 많이 쓰였다. 그 타성에 젖은 사람들이 아직도 아무 생각없이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세계행복지수 1위는 아마도, 2011년 유럽신경재단(NEF)에서 발표한 국가행복조사 자료에서 부탄이 1위를 차지했던 것에서 나왔을 테다. 이후에 부탄의 행복지수는 내려갔고, 2016년에는 56위를 차지했다. 2019년 9월 현재 이 재단의 행복지수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라, 따로 링크를 걸지는 않겠다.

     

    (부탄 이미지 찾기 귀찮아서 부탄가스 사진을 넣음)

     

    그리고 행복의 나라 운운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국민행복지수(GNH)'이다. 수시로 많은 언론, 저자 등이 세계행복지수와 국민행복지수를 혼용해서, 부탄을 국민행복지수 1위라고 쓰기도 한다.

     

    하지만 GNH(국민행복지수)는 1972년에 부탄 국왕이, 자기네는 GDP로 국가경쟁력을 따지지 않고, 국민의 행복을 지표로 삼겠다며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즉, 이것은 부탄의 국정운영철학이라 할 수 있는데, 당연히 GNH 센터도 부탄에 있다.

     

    물론 이 개념에서 배울 것은 많겠지만, 어쨌든 GNH, 국민행복지수가 국제적인 지표이거나, 부탄을 행복의 나라로 자리매김하는 그 무엇은 아니다.

     

     

    현실은

     

    심지어 부탄이 자살자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 쓰기도 하는데, 이건 부탄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안 한 거다.

     

    2016년 경에는 부탄 국내 사망 원인 6위가 자살이라는 자료가 나오고, 정부 관계자들이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을 강구할 지경이었다. 아래 그림은 부탄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에 있는 그래프인데, 자살률이 그리 낮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 Suicide prevention in Bhutan - a three year action plan (2015-2018) (Royal government of Bhutan)

     

    2016년 자료에는 부탄의 자살률이 11.6으로, 183개국 중 5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한국은 20.2로 10위다. (List of countries by suicide rate)

     

    그리고 최근에는 마약과 알콜 중독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부탄 정부의 최근 보고서에는 사망 원인 1위가 알콜 중독이라 한다. 2017년에는 마약 관련 범죄자를 600여 명 체포해서, 해마다 이런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이고, 10대 청소년의 비중도 꽤 높은 편이다.

     

    > Addicted in Bhutan (FP)

     

    이런 문제들은 아마도, 민주주의 도입과 개방화 등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작용으로 보인다. 외국인 여행자 수를 국가에서 통제하는 나라인 만큼, 개방화를 한다고는 했지만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부자만 부자가 되는 형국이다. 발전도 수도인 탐부에만 집중되고, 대졸자가 취업하기도 힘든데, 부자들은 화려하게 부를 과시하는 등의 분위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있다.

     

     

    어쨌든 부탄 정부와 언론은 이런 문제들을 영어로도 공개하고 알리고 있다. 단지 환상 속의 샹그릴라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런 현실을 찾아보거나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을 뿐이다.

     

    부탄 뿐만 아니라, 라오스나 미얀마 같은 곳에서도,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의 옛날 모습 같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옛날 모습을 간직한 곳은 당연히 인심이 좋아야 하고, 당연히 사람들이 순박하며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환상과 착각은 다른 나라의 현실을 들여다보는데 방해물이 된다. 생각해보자. 하루 두 번 버스가 지나가며, 전기는 수시로 끊기고, 인터넷은 자기네 소득으론 비싸서 쓰지도 못 하는 시골 깡촌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자) 

     

    부탄이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못 한 히말라야의 신기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쓸 데 없는 환상을 부추기지는 말자. 어두운 이야기를 하기 싫다면, 그냥 그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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