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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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북평성당, 북평오일장 근처 볕이 고운 고즈넉한 성당국내여행/강원도 2020. 12. 15. 14:31
많은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담겨있는 곳은 누구나 찾아가도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다가도 절이나 성당을 즐겨 찾는다. 여행자가 찾아가도 별로 개의치 않는 곳이면서도, 육체적 휴식과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시를 여행하면서도 그런 곳들을 찾았는데, 그중에 인상 깊었던 곳 하나가 바로 북평성당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낯선 곳에 나를 내던지는 일과 같다. 미리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에 대비책을 나름 강구해둔다 해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또 생각지도 못 한 일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몇 시간을 찾아 헤매도 찾을 수 없는 목적지, 미리 봐둔 장면과는 너무 다른 현장 모습, 이상한 사람들과의 유쾌하지 못 한 사건들, 아는 사람과의 사소한 갈등,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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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감성 바다 어달해변 - 변덕스러운 나의 작은 바다, 그래도 사랑해국내여행/강원도 2020. 11. 19. 12:43
'어달'하고 부르면 속으로 울리며 입 속에 맴도는 그 감촉이 좋았다. 그 짧은 이름에 들숨과 날숨이 한데 섞여서 마치, 깊은 한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나를 기억해달라는 애절한 음색으로 노래하여 황홀하게 만드는 로렐라이처럼. 어달, 어달하고 불러보면 그 이름은 하나의 노래가 되어 그 상그러운 바다에 가면 그런 자장가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 아물지 않는 상처, 세상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아, 실체도 알 수 없는 연속적인 파도 덩어리. 그 틈에서 어느새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바람 부는 날에 문득, 나는 바다로 가야 했다. 파도는 단 한 번도 똑같은 적 없었지만 바다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 변화 속의 온전함이 바다의 매력,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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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상처보다 치유가 더욱 아프다사진일기 2011. 6. 12. 01:25
* 어쩌면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옛날엔 먹는다는 행위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 사치스러움이 부와 멋스러움의 상징이 되어 너도나도 식사를 시작했고, 수시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먹는다는 행위의 쾌락을 일상처럼 행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먹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됐겠지.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특히 비관적인 면에선 큰 작용을 해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냉동실 속에서도 냉동실이라는 사실만으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상상만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재화를 독식하는 자가 생겨나면서 음식은 지배의 도구화 돼 갔겠지. 어쩌면 부다는 그 진리를 깨우쳤는지도 모른다. 먹지 않고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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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한 떡국 한 그릇의 정 - 국가브랜드위원회취재파일 2011. 2. 25. 18:05
지난 2월 22일 국가브랜드위원회는 WSK(World Students in Kore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6개국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대해서 신년 하례행사를 열었다. WSK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학생들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선발되어 블로그로 한국과 한국생활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인지라, 집에 자주 갈 수 없음은 당연한 일. 새해 떡국 한 그릇도 못 먹었냐는 말이 참 서럽게 와 닿는 우리네 정서대로라면, 이들은 참 서러운 타향살이 중이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떡국 한 그릇씩 먹여 보내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 이 조촐한 자리는, 이배용 위원장을 비롯한 국가브랜드위원회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행사였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이배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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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을 간직한 미소들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전시 공연 2010. 11. 13. 18:16
700년을 간직한 미소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 고려가 사라지고 7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사람들은 고려에 대한 기억을 잊어갔고, 결국엔 고려청자를 필두로 한 몇몇 기억 말고는, 찾기도 보기도 힘들어져 버렸다. 고려불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삼국 시대의 혼란과 분열을 정리하고, 새로운 통일왕조로 사회를 통합하고자 했던 고려였다. 그래서 사회통합과 저마다의 안녕과 기원을 위해 불교를 숭상했으니, 당연히 불화를 그렸을 거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그림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제대로 본 적은 없이 다만 그렇게 문자에 적혀 있는데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의 것, 우리의 것, 목놓아 소리쳤던 것이 부끄러울 만큼, 고려불화를 본 사람 수는 그리 많지 않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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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진정성의 공명 -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님과의 대화취재파일/인터뷰 2010. 8. 5. 17:57
정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본관까지 쭉 뻗은 도로가 눈길을 끌었다. 그 길 양편으로 계곡처럼 들어선 독특한 건물 또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화여대의 새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화캠퍼스 복합단지(ECC)'는, 그렇게 처음 이 학교를 들어서는 사람에게 독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면적 2만여 평, 총 6층으로 이루어진 캠퍼스 공간. 그 공간을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 그늘을 즐기고 있었다. 지상인지 지하인지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는 그 복합단지는 사실 좀 삭막한 데가 있다. 건물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서 열린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어쨌든 엄청난 규모의 인공구조물은 사람에게 위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공간을 지나서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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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작은 숨결 - 공기인형리뷰 2010. 5. 9. 16:10
실연의 상처를 가지고 프리터로 혼자 사는 남자, 하루종일 어두운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젊은 사원의 등장으로 스스로 위축된 직장인 노처녀, 혼자 사는 비디오 가게 주인, 엄마 없는 부녀, 하루종일 공원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노인, 세상 모든 일을 자신과 연관지으려는 할머니 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부족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마음(고코로)을 가져버린 공기인형 '노조미'. 어느 햇살 맑은 날 동화같이 피어나 활기차게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스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마주치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조미.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통해, 자신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용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시로 깨닫는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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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삼재 부적웹툰일기/2010 2010. 2. 27. 09:30
삼재(三災)는 말 그대로 세 가지 재난으로, 도병재, 역려재, 기근재가 있다. 도병재는 연장이나 무기 등으로 입는 재난, 역려재는 전염병, 기근재는 굶주림이다. 대삼재로는 화,풍,수. 각각 불, 바람, 물의 재난이다. 3개 띠가 9년을 주기로 3년 동안 삼재에 속하게 되는데, 첫해가 들삼재, 둘째 해가 눌삼재(묵삼재), 셋째 해가 날삼재로, 시간이 지날수록 재난이 찾아올 확률이나 강도가 점점 약해진다고 한다. 그 대책으로는 제일 첫번째가 무조건 조심하는 거고, 그 밖에 부적이나 삼재풀이 등이 있다. 내가 오컬트(?) 쪽으로 관심도 많고 하지만, 이 삼재와 부적은 정말 아무리봐도 아니다. 언제나 이 세상 모든 인구의 1/4 이 삼재에 들어 있다는 뜻인데, 그럼 정말 인류가 멸종을 했어도 진작 했겠다. ㅡ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