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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중독 질병 분류 논란 약간 정리
    IT 2019. 5. 28. 06:34

     

    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라는 항목을 넣고, 코드(6C51)를 부여했다. 공식적으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2022년부터 적용되어 회원국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우리나라는 이르면 2026년에 도입될 것이라 한다.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많지만, 특히 한국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게임이 전체 컨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만큼, 이 사안에 민감한 편이다.

     

    여기서는 각종 논란과 주장들을 한 번 정리해보겠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부여에 관한 간단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 WHO 게임중독 질병 코드 부여, 내용 알아보기

     

    (게임해도 외로우면 게임고독, 빠지면 게임중독, 깨끗하게 게임소독)

     

     

    세계 게임산업협회 및 단체들의 공동성명

     

    27일, 한국을 포함해서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등 9개의 세계 게임산업협회와 관련 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WHO의 결정이 충분한 증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한 것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 GLOBAL VIDEO GAME INDUSTRY CALLS UPON WORLD HEALTH ORGANIZATION TO REVERSE VIDEO GAME CLASSIFICATION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여기에 함께하고 있어서 일단 소개한다. 세계적인 논란은 나중에 또 따로 다룰지도 모르겠다.

     

     

    의료계

     

    정신의학계는 대체로 WHO의 결정을 받아들여서 게임중독에 대한 대처를 적극적으로 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언론 인터뷰나 기고를 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게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한다. 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알콜중독은 질병이라는 논리이다.

     

    이와 함께 학부모 단체라며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도 대체로 게임 중독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 한다.

     

     

    업계

     

    게임업계는 당연히도 이번 WHO의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등은 자사 SNS에 "게임은_문화입니다", "질병이_아닙니다"라는 해시테그를 내걸고 입장 표명을 했다.

     

    그리고 29일에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공공기관, 학회, 게임 관계사 등의 단체들이 모여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6일, WHO ICD-11 공식 발효에 대비해서 'Gaming Disorder 협의체'라는 민관 협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협의체는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서, 국내 현황을 파악하고 의견수렴을 한 후, 향후 운영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보건복지부, 'Gaming Disorder 협의체'추진

     

    보건복지부 같은 경우는 WHO가 질병으로 분류하고 코드를 부여한 항목에 대해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Gaming Disorder'라는 영문 표기를 한 것을 보면, 나름 민감한 사안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27일, 문체부의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다수의 언론을 통해서, "게임 중독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는 것이 문체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복지부의 협의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고, WHO에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한다. 공식 입장 발표는 29일에 하겠다고 한다.

     

    > 문체부 "게임 중독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반대"

     

     

    지자체

     

    부산시, 대전시, 광주시는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모한 e스포츠 경기장 조성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들이다. 

     

    > 게임노조도 질병코드 반대..공대위 참여 확산

     

     

    현재까지 대략 이런 상황이다. 그런데 각 단체들이 공식 입장을 내보였다 해도, 그 안의 구성원들은 또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게입업계 종사자들만 해도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몇몇 의견을 간단히 살펴보자.

     

     

    분명히 현상이 있고 문제가 있다

     

    주로 정신의학계 관계자들은 이런 입장을 보인다.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게임 몰입에 의한 중독 증상이 뇌파 등의 연구로 입증됐고, 감정조절과 육체적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치더라도, 일단 질병으로 공식 등재가 되어야 더 많은 연구와 치료법 개발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세계적인 기준이 마련되면, 서로 의견 교환이 일어나서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들은 술과 알콜중독 예를 들기도 한다. 적당량 술을 즐기는 것은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알콜중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과 게임중독도 그런 관계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게임중독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우울증이나 적응장애로 진단하고 치료를 했지만, 게임중독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등록된 후에는 좀 더 정확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실체가 없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과거에 폭력적인 영화나 만화를 보면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고 했던 것과 똑같다는 예를 든다. 그리고 연구 결과도 충분치 않으며, 반대되는 연구도 많다며, 과연 게임 과몰입이라는 증상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게임 중독은 금단이나 내성에 관한 증상을 제대로 측정할 수도 없고, 가만히 놔둔다고 증상이 영구적으로 지속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주로 다른 요인으로 나타나는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즉, 무관심이나 가정불화, 다른 놀이를 할 시간이나 돈이 없는 상황, 사회적 불평등 등이 게임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특히 아이들)이 게임으로 도피했을 때, 중요한 원인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에 집중해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오진이나 과잉진료 문제가 나온다.

     

    이런 논의에서 학부모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사람들의 말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대체로 "아이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다"로 시작해서 자신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는 한탄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그런 자녀들은 대체로 WHO 기준으로 따져도 게임중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다면, 의사는 어쨌든 진료와 치료를 해야 할 테고, 이때 오진이나 과잉진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WHO가 과거에 동성애 등을 정신병으로 규정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를 수정한 예가 있기 때문에, WHO가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ICD(국제질병분류) 자체가 권고사항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이를 도입하지 않다도 된다고 한다.

     

     

    게임 문화

     

    게임을 문화나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만약 게임이 영화, 음악, 문학 등과 같은 문화나 예술이라면, 이에 대한 규제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책벌레는 독서중독이라 진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미디어라 보더라도, TV 등의 다른 미디어는 다 괜찮은데 어째서 게임만 정신병으로 간주되는 조건이 있는가라는 의문도 있다.

     

     

    중간도 없다

     

    WHO에서 게임장애를 꽤 심각한 수준의 과몰입으로 규정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고 심각한 수준은 인정을 하되, 그에 못 미치는 것에는 게임중독이라는 딱지를 못 붙이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도박중독과 도박의 예를 보면, 게임중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플래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 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조장될 수 있다.

     

    의료계가 게임을 나쁘게 보는게 아니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게임중독 혹은 게임장애라는 질병명을 받아들인다면, 게임이 그 병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게임은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여기서 건강부담금 문제가 나오는데, 술이나 담배에 세금을 매겨서 관련 치료 자금으로 쓰이듯이, 결국 게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자는 쪽이 과연 게임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토론회 같은데서 보면, 대체로 그들은 게임 자체를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의료계는 분명히 게임으로 인한 과몰입 상태가 존재하며, 이를 치료하고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 질병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측은, 게임을 매개로 정신병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업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간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이런저런 주장과 논리들이 많지만, 모두 정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충 이 정도만 소개하고 끝내자.

     

     

    p.s.

    * 사실은 일 중독, 돈 중독, 사랑 중독이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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