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54

태국을 떠나다


카오산 근처의 유명한 한인숙소 중 하나인 정글뉴스에서 또 하룻밤을 묵었다. 최근에 새로운 주인장이 오셔서 폴 게스트하우스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오랜동안 유지해 온 이름이 바뀌어서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국은 관광대국이라 불릴 정도로 날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최근 태국 물가가 높아지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여행자 수가 크게 줄었다. 태국의 숙박업소나 식당 주인들 말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반도 안 된다고 한다. 특히 11월 말 경은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예년 같았으면 정글뉴스는 도미토리까지 사람으로 꽉 차서 빈 자리 구하기가 어려웠을테다. 하지만 2008년 11월 말 경에는 반 이상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업소 주인들과 얘기를 해 보지 않아도, 카오산 거리만 나가봐도 여행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매일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온 다양한 인종의 수많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는 카오산 거리. 그 곳도 요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가한 거리가 되어 있었다. 정말 전 세계적인 불황이 맞긴 맞나보다.

상황이 이러해서인지, 지금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좀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거나,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사람이었거나, 모든 걸 훌훌 털어내고 떠날 수 있었던 사람이라거나, 그런 사람들. 이번 여행에서는, 사람 만나기를 좀 꺼리긴 했지만, 휴가 차 잠시 여행 나온 한국인은 한 사람 못 만나봤다.

간략하게 그 사람들을 소개 해 보자면 이렇다.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모은 돈으로 유럽 여행 갔다가 태국에서 스탑오버 하는 대학생들(이건 좀 일반적인 경우이긴 하다), 동남아 쪽으로 잠시 짧게 여행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기 싫어서 비행기 표 찢어버린 사람, 4년동안 혼자 여행 중인 이십 대 중반의 여자, 사는 게 갑갑해서 근 십 년 동안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돈 떨어질 때까지 여행 할거라며 이미 2년 동안 혼자 여행중인 한 여자, 그리고 여행작가, 요가 강사, 사진 작가 등.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면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여행이 좀 더 즐거워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러다보니 점점 세상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 주위에 '평범하게' 사는 친구들은 나보고 특이하다고들 말을 하지만, 정작 나는 나보다 특이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나 자신이 별로 특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점점 이상한 쪽(?)으로 발전(?) 해 가는 모양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으니까, 나 하나 쯤은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지 않으려나 하고 있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거리. 카오산은 낮보다 밤이 화려하다. 예년 같았으면 이 거리는 사람으로 꽉꽉 들어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다소 한적한 모습이다. 카오산의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인데, 나름 한산하면서도 적당히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보기엔 더 좋아 보였다. (술에 취하고, 마약에 취해서 단체로 비실비실 흐느적거리며 몰려 다니는 서양인들 보기 싫었는데, 그런게 별로 없어서 더 좋았고.)





까오산 거리 끝쪽의 버거킹에서 북쪽으로 뻗어있는 따나오 거리. 이 거리엔 조금 격조 있는(?) 현지인들을 위한 상점들이 많이 있다. 웨딩드레스 가게들도 몇몇 있는데, 늦은 밤 길을 가다가 웨딩드레스 앞에 멈춰서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에그, 웨딩드레스가 입고 싶으면 결혼을 하면 되지~ 아니면 그냥 스튜디오 가서 웨딩 촬영만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웨딩드레스 입고 코스프레 하든지~ ㅡㅅㅡ/



카오산 로드 쪽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 하는 곳이라서 새벽 1~2시 까지 영업하는 곳도 많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렇게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체로 태국인 가게들은 밤 10시 즘 되면 문을 닫는다.



람부뜨리 거리에서 방람푸 시장 쪽으로 가는 길에 사거리가 있는데, 그곳에선 매일밤 노점들이 들어선다. 온통 먹을 것 천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지만, 외국인들도 많이 섞여 있다. 카오산이나 람부뜨리 거리의 외국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보다 가격도 싼 편이고, 외국인 입맛에 맞춰지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곳.

하지만 이 동네는 그래도 외국인들을 의식해서인지 팟찌(고수, 커리엔더, 샹차이)를 잘 넣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 경우는, 팟찌도 꼭 넣어 달라고 따로 주문 할 정도다. 대체 동남아 음식을 팟찌 안 넣고 무슨 맛으로 먹는지... 한국 식탁에서 김치 빠진 것과 똑같잖아. ㅡㅅㅡ

참, 세븐일레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최근 태국에서는 밤 11시인가 12시인가 넘으면 편의점에서도 술을 살 수 없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 종료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 하겠다. 어쨌든 람부뜨리 거리나, 카오산 거리에서도 밤 12시 넘어서 영업하는 술집들은 모두 불법영업이란다.



역시 방콕이다! 방콕에서는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지만, 가장 빠트려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밤에 노점에서 다양한 음식들 섭취하기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아니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잘 먹은 여행은 영양가도 있는 법. 일단 방콕을 간다면 다이어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가시라.

처음엔 알 수 없는 음식들을 선뜻 먹기가 두려울 수도 있는데, 하나씩 시도해 보면서 경험치를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남아에선 역시 쌀국수가 최고~ 한국의 비싼 쌀국수 집 보다 양이 좀 적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정 모자라면 한 그릇 더 시켜먹으면 되고~



노점에 쌓여 있는 과일을 몇 개 선택하면, 그걸 바로 집에서 믹서기에 갈아서 쉐이크로 만들어 주던 가게. 과일보다는 얼음이 많이 들어가서 좀 밍밍한 편이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사실은 맛 보다는 알록달록한 과일 색깔 때문에 눈길이 더 끌렸던 곳.



정글뉴스 입구. 지금 이름은 폴 게스트하우스.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묵는 한인숙소인데, 외국인들이 코리안 게스트하우스라며 호기심에 찾아오기도 한다. 대부분은 한국말로 수다 떠는 한국인들 속에서 왕따를 당하지만. 어쨌든 저 거실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데,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연들과 이야기들을 듣는 것 또한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이렇게 마지막 날을 방콕에서 보내고 밤 비행기를 타러 갔다. 가던 중에 우연히 라오스 정보를 구하러 다니던 한 여성을 만났는데, 말레이시아도 가보고 싶은데 정보가 너무 없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사실은 이번 여행중에 그런 말들을 유난히 많이 들었다. 라오스는 가이드북과 너무 달라서 딱히 정보라고 할 만 한 게 없다는 말은 정말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들었고, 말레이시아 쪽 정보도 너무 없어서 어디를 어떻게 가서 여행을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리해서 이 여행기를 쓴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되도록 글을 많이 쓰려고 한 것도, 내 감상보다는 현지 분위기나 밥값, 숙박비 등을 꼭꼭 챙겨서 쓴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여행지에 대해 딱히 관심 없는 사람들은 사진만 볼 것임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냥 웹서핑 할 때는 여행기가 나와도 대충 사진만 보니까. 하지만 자신이 만약 라오스 여행을 할 계획이고, 라오스 정보를 수집 중이라면 상황이 틀려진다. 사진 뿐만 아니라 잡다한 글들도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는 것. 그렇게 서서히 감을 잡아 간다는 것. 나도 그걸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보로써 가치를 가지게 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뒷심이 부족해서 갈수록 흐지부지 된게 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라오스에 대한 간략하고도 중구난방이었던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여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싶고, 잔잔한 마음에 여행의 불씨를 지폈다면 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다음 기회에 손 잡고 함께 떠나보자~ ㅡㅅㅡ/
 


카오산에서 AE2 공항버스는 150 밧. 공항버스 표 파는 부스에서 시간표를 확인 할 수 있는데, 거의 40분마다 한 대씩 있다. 첫차는 아침 7시, 막차는 밤 11시 50분. 수완나폼 공항은 규모가 좀 큰 곳이기 때문에, 최소한 출발시각 2시간 전에는 꼭 도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에피소드. 내가 탑승한 비행기는 밤 12시 즘 이륙했다. 그 후 몇 시간 뒤에 시위대가 이 공항을 점령했고, 내외국인 모든 사람들이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은 전날 밤 방콕 어디선가 뭔가가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여행 내내 삽질이었는데, 마무리는 그나마 잘 돼서 다행 (하지만 이후에 또 일들은 막 꼬여 있었고, 꼬여 가기만 했다 ㅠ.ㅠ).

어쨌든 일단 이번 여행기는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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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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