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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전시 공연 2010. 11. 9. 19:59

    일주일 전에 저녁 무렵에 갔다가, 줄 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일요일 오전에 문 열자마자 찾아간 친구가, 그 시간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씻고 바로 나가...려다가 조금 뭉기적거리고, 밥도 먹고 갔더니, 역시 이번에도 사람은 많았다. 저번처럼 입구 앞에 길게 줄 서서 기다리지는 않아도 됐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하지만 입구에서는 바로 들어갔지만, 전시실 내부에서는 벽에 딱 붙어서 길게 늘어진 사람들의 행렬이 보였다.



    한국에서 각종 전시를 볼 때, 정말 이해 안 되는게 한 가지 있다. 일렬로 줄을 서서 작품을 '구경' 하는 것. 그렇게 밀고 밀리며 마치 의무인 듯, 규칙인 듯 구경하는 작품들이, 머릿속에 남고 가슴 속에 남는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하다.

    물론 그런 행동 자체를 탓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고, 자기가 좋으면 그렇게 보면 되는 거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줄 바깥에 서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혹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줄을 지나쳐 작품에 다가갈 때, 그들은 마치 이상한 사람 보듯 눈을 흘긴다는 것. 왜? 부러워서 그러는거냐?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앙베르 섬의 턱끈펭귄'. 남극 펭귄의 여유로운 모습. 사진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두말 할 필요 없이,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멋있었다. 반질반질한 표면에 인쇄된 큰 사진이,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조그맣게 보는 사진보다는 시원시원하기도 했고, 좀 더 눈에 잘 들어오기도 했고, 현장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이 많아서 다소 어질어질하고 산만한 분위기를 정리해 줄 음악이라도 좀 있으면 낫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딱히 정리될 것 같지는 않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불곰의 붉은연어 사냥'. 사진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무제.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진. 사진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이번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은 총 네 개의 주제로 전시가 이루어져 있다.

    '자연의 풍경'에서는 지구의 여기저기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고, '생명의 드라마'에서는 지구촌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여기까지는 전주곡.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도입단계. 그 다음부터 나오는 사진들이 이 전시회의 주제라 볼 수 있다.  

    이어서 나오는 전시 주제는, 세계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파괴의 현장들을 촬영한 '지구의 눈물 - 위기의 징후'. 그리고 그 슬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작은 노력들을 담은 '절망 속 작은 희망'이다.



    자연파괴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의 전시에서는 보통,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지구의 눈물'을 맨 마지막으로 놓지 않고, 그 뒤에 작은 희망의 메시지들을 놓았다. 아마도 관객들이 그 모습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동참해주길 바라는 의도이지 않았을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모하비 사막의 프림밸리 골프장'. 사진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전시된 사진들 중에는 뚱뚱한 사람의 뱃살을 찍은 사진과, 왕(王)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사람의 복근을 클로즈업 한 사진이 있었다. 저런 뱃살을 가지게 될 때까지, 그리고 저런 근육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이 희생되고, 얼마나 많은 지구의 자연들이 훼손되었을까를 생각해보자는 사진이었다.

    또한 중국의 어느 길거리에서 닭 요리를 하는 사진이, 남아메리카 어느 황량한 곳을 찍은 사진 근처에 걸려 있다. 우리가 먹는 닭을 기르기 위해 콩을 비롯한 사료가 필요하고, 그것을 재배하기 위해서 밀림을 계속 없애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내 눈에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맞물려 있다는 조용한 알림.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사진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멋지지 않고, 예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그 사진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미네완카 호수의 얼룩 다람쥐'. 사진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홈페이지)



    전시실 출구로 나가는 길에는, 맨 마지막 사진으로 다람쥐 사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캐나다 벤프 국립공원 미네완카 호수를 배경으로 한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에 타이머를 돌려놓고 포즈를 취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다람쥐 한 마리가 카메라 앞에 바짝 붙어서서는 사진에 찍힌 것이다.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희귀하고 재미있는 이 사진은, 비록 우연히 찍힌 사진이긴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가 자연에게 다가가면, 자연도 우리에게 다가온다'라는 말을, 별다른 설명 없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맨 마지막에 전시한 이유는, 자연파괴가 더욱 더 진행된다면 앞으로는 이런 장면들을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 한다.



    사실 나 역시도 별 생각 없이 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갔을 거다. 그리고 빤질빤질 예쁜 사진들을 보며, 특이한 장면과 멋있는 풍경들을 보며, 저마다 생각한 것 또한 달랐을 테다. 누군가는 예쁜 다람쥐 한 마리 길렀으면 했을 거고, 누군가는 저런 사진을 찍으려면 어떤 장비를 써야 할까를 생각했을 테고, 또 어떤 사람은 사진의 구도와 색감을 생각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그냥 무료한 오후의 데이트 코스였을 테다.

    아마도 그래서, 귀찮은 오디오 설명이나 도슨트 설명 듣지 않고, 혼자 조용히 감상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예쁘고 괜찮았어요 ㅎㅎ'정도로 감상문을 남기는 것으로 관람을 땡 치우는 사람들이 많은 거겠지. 그리고 다시 식물의 일부 성분만을 추출한 화장품을 바르고, 동물의 일부 성분만을 추출한 음식을 먹으며, 비닐을 버리고 차를 몰고 즐겁게 데이트를 즐겼겠지.

    환경파괴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위로 뜨거운 스팀이 탄식처럼 흘러나오고, 코트를 벗고 짧은 옷을 입었어도 당연히 춥지 않은 실내. 다들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것은 바로 그런 그런 이유들 때문일 테니까. 뭐 어차피 세상은 그런 거니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뭐라고 탓할 수도, 하고 싶지도, 또 들을 이유도, 아무것도 없다. 전시는 벗어나면 그뿐. 세상은 떠나면 그뿐. 어차피 끝나면 끝일 테니까.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진들 앞에서는 줄을 서서 앞뒤로 꽉꽉 막히는 걸 곱게 참으면서도 이어지던 줄이, 후반에 뭔가 메시지가 담긴 사진들 앞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자연도 환경도, 인권도 사회문제도, 이제는 다 자본 속의 상품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저 기념촬영 한 장으로 마침표를 찍고 우리는, 다시 또 똑같은 삶으로 기어 들어갈 수 밖에. 



    한가람미술관,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한가람미술관,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은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펼쳐지고 있다. 거기서 한 층 아래로 내려오면 또 다른 전시 하나가 열리고 있다. 바로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이다.

    동아시아 현대미술작가 23명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국적도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으로 다양하다.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곳에서도 가끔 볼 수는 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와서 바로 집에 가기 아쉽다면 한 번 둘러볼 만 하다. 입장료도 싸다, 단돈 2천 원 (이렇게 강조하면 한 사람쯤 가려나).



    한가람미술관,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지금 정부에서 진행하는 막무가내식 다문화 밀어부치기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를 밝히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저 아래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서로 피곤해지니 일단 접도록 하자. 그래도 다문화 어쩌고가 탐탁치 않은 것은, 왜 다문화라 떠벌리면서 우리나라 문화만 그들에게 주입시키려 하느냐는 거다.

    한마디로 소통이 아니라 주입이다. 진정한 다문화 세상을 꿈꾼다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 말고도, 그들의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노력은 굉장히 미비하고도 미비하고도 또 미비하다.

    어쨌든, 다문화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다른나라의 문화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른나라 문화는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우리나라 문화가 우수하다고 우길 수 있는가. 그나마도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것을 말이다.

    그렇게 말을 꺼내면 또 슬슬 이야기가 유럽을 비롯한 서구문명으로 가기 시작한다. 여행책을 내 놓아도 유럽책은 기본은 치고 가지만, 아시아 쪽 책은 아주 쫄딱 망해먹을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백인에겐 대체로 친절하지만, 황인종들은 대체로 무시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유럽 문화는 배워야 하고, 동경하며, 부럽고 훌륭한 그 무엇이지만, 아시아 쪽 문화는 미개하고, 더럽고, 천하고, 무시할만 한 어떤 것이라는 암묵적인 인식들. 우리나라는 알고보면 상당한 인종차별 국가다... 에휴, 더 하면 길어진다. 그냥 접자.



    한가람미술관,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한가람미술관,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동아시아전'은 다른 현대미술 전시와 비슷하게, 알 듯 모를 듯 한 내용의 전시물들이 많다. 사실 이 전시에서는 동남아시아의 전통문화 따위는 볼 수 없다. 한국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이라고 언제까지나 밀림숲을 헤치고 다니지는 않을 것 아닌가.

    동남아시아의 현대미술은 어떤 형태인지, 어떤 주제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생각이라면 가볼 만하다. 규모도 작아서, 적당한 시간동안 작품을 감상하고, 비디오 상영물들도 볼 수 있다. 책 한 권 값도 안 되는 입장료로, 싱가폴이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하고 있고, 거기서 알게 모르게 갈등이 있다는 것 하나만이라도 배워 온다면 의미 있는 일 아닐까. 관람객 또한 거의 없어서, 아주 조용하고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가람미술관,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한가람미술관,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한가람미술관 1층에는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만 원이 넘는 입장료가 비싸게 느껴져서 안 들어갔다. 어떤 특별한 것들이 들어와서 전시되고 있는지는 못 봤지만, 팜플렛 상으로 딱히 관심이 가는 것은 없었다. 그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유럽 좋아하는 분들은 가 보시라. 2층과 비교될 정도로 여기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후기: 전시물들이 참 예쁘고~ 반짝반짝해서 즐거웠어요~ 참 재미있었어요~ ㅎㅎ
    (관람후기는 이렇게 쓰는게 대세더라. 이렇게 안 쓰면 완전 빨갱이로 찍힐 태세더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http://www.sac.or.kr/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 http://www.ngphoto.co.kr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 http://www.nationalgeographic.co.kr/
    세계미술의 진주 '동아시아전': http://www.sac.or.kr/rainbow/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http://www.versailles20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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