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짐.
2013 메이커 페어 서울 1: 창작 하고싶은 사람들의 행사


자기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보고픈 사람들을 위한 행사, 메이커 페어. 올해 행사는 이 건물, 저 건물에 분산되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들락거리기가 좀 불편한 감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한 공간에 몰아넣어서 오랜시간 갑갑하게 있는 것보다,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형태가 좋을지도 모른다. 이런걸 의도했는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메이커 페어 서울 행사는 건물 옥상도 전시 공간으로 꾸며놓고 있었다. 어쩌면 이제 곧 닥칠 휴가철을 대비해서 일광욕 준비를 시켜주려는 추최측의 배려(?)일지도. 어쨌든 계속해서 구경해보자.




건물 옥상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메이커 페어 서울 행사. 물론 앞에 보이는 집은 만든 게 아니다. 아니, 누군가 만들긴 만들었겠지만... 나중엔 DIY로 저런 집도 만들어서 출품하고 그러면 좋겠다. 아니지, 저런 집을 만들었다면 아예 그 공간에서 이런 행사를 하면 좋겠다. 이미 한국인 한 개인이 인공위성도 만들어서 쏴 올렸는데, 저런 집 하나 못 만들까. 비용이 문제지. 어쨌든 구경.




건반을 누르면 뭔가가 되는 듯 한데, 점검중이라 작동을 못 해봤다. 아니면 내가 뭘 잘 못 누른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옥상은 넓고 구경할 것은 많다.






아두이노 블루투스 조이스틱. 저 조립키트는 어디선가 파는 거라 한다. 조이스특 키트 앞에 태블릿 PC를 놓은 형태. 이렇게 간단한 구성으로 동네 문방구 조그만 오락기 같은 모양이 됐다. 이건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할 듯 싶다.




건반을 누르면 옆에 있는 유리관 안의 불빛들 색깔이 바뀌는 작품. 대충 쳐도 아름답다. 이런걸 좀 더 발전시키면 뭔가 화려한 것들이 보이는 새로운 악기가 탄생할 수도 있을 듯 싶다. 막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면, 그걸 영상화 시켜서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지는 그런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아아 그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할 텐데.




솜사탕을 제공하는데, 이것도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메이커 행사답다. 물도 셀프고, 솜사탕도 셀프다. 저 뒤로 보이는 단거(DANGER)라는 푯말이 묘하게 딱 맞아떨어진다.






직접 만든 일렉 기타로 공연을 하는 모습. 노래도 직접 만든 건가. 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 악기도 전부다 직접 만들고, 작사, 작곡에다가 앨범 포장까지 전부 직접 다 하면 정말 진정한 인디밴드가 될 듯. 일부에선 '쟤네들 또 노래부른다, 아이고 저걸 아트로 봐야할 지...'라는 푸념이 들린 건 비밀.






앗 방바닥 청소 로보트다! 아스팔트를 청소하러 나온건가 했지만, 안타깝게도 청소 기능은 없는 듯 했다. 그냥 막 굴러다니다가 사람이 앞에 있으면 샤샥 피해서 간다. 지 혼자 막 돌아다닌다는 게 중요한 기능.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 행사를 오래 한다면 밟히지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다.




야외 부스에선 기업에서 나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레고 비슷하지만 뭔가 좀 더 전문적인 조립키트처럼 보이는 저 상품을 보니까, 옛날에 '과학상자'라고 불리던 조립 키트가 생각났다.

국민학교 시절에 '과학하는 어린이'를 키운다며 학교에서 과학상자를 모두 다 사도록 했었다. 우리집은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기때문에, 반 강제로 억지로 사면서도 제일 싸구려로 그걸 살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걸 가지고 교내 경진대회를 했는데, 내가 떡하니 최상위권에 들어가버린거라. 그래서 시 전체 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그 대회에선 내가 만든 작품이 움직이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이 짜장면을 사 주면서, 왜 그게 안 움직였는지 고민해봐라 하셨는데, 사실 난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살 때부터 뭔가 삐걱거리던 모터가 드디어 맛이 간 거였다. 싸구려가 다 그렇지. 딴 애들은 여분의 부품도 있었지만 난 그런 것도 없었고. 안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회에 참가했던 그 참담한 기분.

이후, 나는 제대로 된 제품을 사서, 남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좀 출발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민학생의 신분으로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배운 건, 아 세상은 참 드럽구나. 결국 과학을 하고 싶었던 어린이는 세상을 비관하는 청소년으로 커버렸고...이하 생략. 세상이 다 그렇지 뭐.






야외 한 켠에 마련된 납땜 워크샵. 납땜하는 방법도 막 가르쳐 주고 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 때도 난 정말 납땜엔 잼병이였는데,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납땜은 이미 포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지 뭐. 그래서 난 로봇 만들기는 앞으로도 못 하게 되겠지. 아이고 슬퍼라.




한빛미디어에서 주최한 행사인 만큼, 한빛미디어 책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다. 아두이노 책도 보이고, 메이크 잡지도 보였다. 아두이노 책 같은 걸 사고 싶었다면, 이 행사에서 사면 싸게 구할 수 있을 듯.






회전하는 원판에 각종 미술도구로 색칠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 예술과 기술의 만남. 관람객들이 참여해서 그려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살까말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은 바로 종이접기 책. 난 납땜도 못 하고, 아두이노 살 돈도 없고, 가난뱅이에게 딱 어울려서 끌렸던 것이 바로 종이접기. 하지만 이제 종이학은 그만 접고 싶어. 종이학 천 개 접어서 팔아본 적 있는 사람은 아마 이 마음 이해할 거야.






이번 메이커 행사에서 조금 놀라웠던 것은, 여자들 중에도 전자제품을 혼자 만드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것. 흔히 편견을 가지기를, 기판에 납땜하고, 로보트 만들고 하는 건 남자들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긴, 내 주위에도 건담 만들기나, RC카 조종하기를 즐기는 여자들도 꽤 있으니까.




왜 하필 조용한 도서관에서 날려야 하는지 의아한 봉다리 연. 봉다리 연은 허름한 봉다리를 아무렇게나 슈슉 날리는 게 제일 재밌는데. 근데, 도서관에서 날려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한국에선 사회적 지위와 체면...보다는 쪽팔리니까, 어디 중국의 도서관 가서 한 번 해볼까 싶다.




전도성 실도 있었다. 구리선이 아니고,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실인데 전기가 통하는 실. 이걸로 바느질을 해서 버튼처럼 이용하면 루돌프 사슴코에 불도 반짝 들어오고. 이 쯤 되니 기술의 발전은 참 사방팔방으로 뻗는구나 싶기도 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베틀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의외였다. 하긴,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진 베틀이라도 실을 짜는 덴 큰 문제가 없긴 하지, 시간이 좀 더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자기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기도 하고. 이건 인도 같은 데 가서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낼 때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그걸 사면 만드는 방법 같은 걸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메이커, 만드는 사람들의 행사 답게, 전시로만 끝나지 않는 행사.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느긋하게 이것저것 참여하면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3편에서 계속)
2013 메이커 페어 서울 3: 3D 프린터, 로봇 그리고 창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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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