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5일부터 6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협동조합 박람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유엔(UN)이 정한 협동조합의 날에 맞춰서 개최됐다. 유엔(UN)은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했고, 그 이전 1주일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정했다.

작년(2012년)에는 유엔(UN)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는데, 이때 우리나라도 서울광장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그 행사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와 함께 협동조합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결의로 봐도 될 듯 하다.
 




뒤늦게 행사장에 도착했기에 부스들이 모두 파장 분위기였다. 어차피 대충 분위기나 파악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갔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일찍 도착했으면 몇몇 부스에서 질문도 던지고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솔직히 나도 협동조합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많이 봐왔던 농협, 수협을 비롯해서, 새마을 금고까지 협동조합이었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아이쿱 생협도 부스가 있었고 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낼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뭐,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웬만한 것들은 다 언제든 문이 열려 있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알아봐도 늦지는 않겠지하며 여유를 가질 수 밖에.






우리나라는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후, 7개월 만에 협동조합이 1400여 개나 생겼다고 한다. 정부에서 취업난 등을 고려해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삼고 이것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발표하자, 정부 돈 타먹자는 식으로 움직이는 곳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부에서도 협동조합 난립을 걱정하며, 붐을 이루기보다는 관리를 해 나가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듯 하다. 협동조합을 일자리 창출과 연관지으면서 정부 주도로 활성화를 꾀할 때부터 걱정이 된 부분이긴 한데, 이제부터라도 정말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만 생기고, 확실한 협동조합은 확실히 밀어주는 정책이 세워졌으면 싶다. 이런 지원금도 다 국민 세금인데, 지원금만 타 먹자고 나서는 조직에게 돈이 넘어가는 건 정말 못 봐 줄 행태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조직원들이 함께 생산과 소비를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조직 운영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또한 기본 권리이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존재하고 또 생겨나고 있는 협동조합들을 보면, 내 생각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들도 많이 눈에 띈다.

'다시 창업을 한다면 협동조합으로 하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 또한 하나의 회사 조직체로 운영하고 있는 곳들도 꽤 많이 보인다. 이건 그동안 가져왔던 내 생각과는 좀 거리가 있는 구성체여서, 이런 조직도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본다면, 내 생각의 범위가 너무 좁은 것이겠지하고 인정하는 게 맞겠다.

막말로, 대기업이 법인체 성격만 협동조합으로 바꾸고, 운영은 기존과 거의 다를 것 없이 하더라도,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그 형태에 동의하고 참여하면 그것도 협동조합으로 봐 주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다. 물론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협동조합의 형태에서 너무 멀다면 참여 자체를 안 하겠지만, 그건 개인적인 성향일 뿐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다르니까. 그저 '아하, 그런 형태의 협동조합도 있구나'라고 인정해주면 그 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협동조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고, 나 역시 그것을 어릴 때부터 체험하고 있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깊은 산 구석 외할머니 댁에서 오래 있었는데, 그 때 외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무 가게나 가지 말고, 저기 공판장에 가서 과자 사먹어라. 거기서 사면 우리한테 다 돌아오고, 수익은 다 마을에 쓰인다". 그 믿음은 이후에도 오래오래 지속되었고, 할머니는 거의 평생을 공판장만 이용하셨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공판장에서 소비하는 것이 뭐가 이득인지 알아볼 생각도 못 했고, 나중에는 또 그냥 그렇겠지 하며 넘겨버려서 결국엔, 어떤 형태로 할머니에게 공판장의 소비가 다시 돌아오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글도 모르는 할머니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유지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란 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협동조합의 가장 큰 밑천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참여하면 나에게도 이득이라는 믿음. 이왕 소비할 거라면 조금 더 발품을 팔더라도, 조금 선택권이 줄어들더라도, 아주 약간 더 비싸더라도, 개인과 공동체를 위해 이득이 된다는 믿음. 그것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졌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거고, 또 그것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과, 변해도 좋은 쪽으로만 발전할 거라는 것을 오랜기간 보여줬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신뢰다.





대부분의 인간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는 기여하려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즉, 같은 값이면 공동체에 이득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그런 견해에 동의한다. 다만, 예를 들어 표현하자면, 재래시장을 이용해서 마을 전체와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돌아오는가를 본 적도 없고, 경험하지도 못 했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껴서 참여하지 않는 것 뿐이다.

내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만 된다면 그건 그저 기부 활동일 뿐이다. 내 소비가 나에게, 그리고 공동체에게 뭔가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바로 협동조합의 밑거름인 신뢰가 성립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문제를 이미 풀어내고 있을 협동조합도 있을 테고,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협동조합도 있을 테다. 아무쪼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서로 분야가 다른 협동조합들끼리도 함께 어울리고 공유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런 취지에서 협동조합 설립이나, 그 자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 관심을 둬 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사족으로, 개발자라면 이제 곧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개발자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어떤 형태이든간에, 협동조합의 중요한 성격 중 하나는, 조합원들의 논의와 동의로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니만큼,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면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으로 행복한 사람들(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777cooperators
개발자 협동조합 관련 사이트(OKJSP): http://www.okjsp.net
협동조합 소개: http://www.cooperatives.go.kr/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