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온 몸이 쑤셨다. 도카치다케 사이클링 루트는 좀 무리였다. 게다가 밤마다 좀 춥긴 했지만, 너무 피곤한데 추운 밤을 맞아서 그런지 감기 기운도 살짝 돌았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맞으니 좀 괜찮아지는 듯 했지만, 화장실 가려고 언덕을 오르내리니 벌써 다리가 아팠다. 오늘 하루는 그냥 편하게 쉬자 했지만, 야영장 조그만 텐트 안에선 누워있어도 그리 편하진 않다. 그래서 가볍게 평지만 골라서 다시 자전거 라이딩을 했다. 근데 가다보니 또 쭉쭉 가게되더라.

 

 

 

여긴 아마도 야영장 언덕 너머 뒷편인 듯 하다. 더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다.

 

 

가미후라노를 출발해서 국도를 타고 비에이 쪽을 향했다. 홋카이도 도착할 때만 해도 딱히 관광을 할 마음은 없었는데, 이왕 몸도 망치고(?) 노닥거리기로 했으니 조그만 관광안내 팜플렛을 하나 챙겨 들고 주변 동네 마실을 나섰다.

 

후라노에서 비에이로 향하는 국도는 중간에 언덕이 좀 있지만 그리 높지 않아서 무난하게 오갈 수 있었다. 이쪽 동네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국도 또한 각종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 여행자 등으로 꽤 붐비는 편이다. 갓길이 좁아져서 거의 없다시피 한 구간이 있어서 자전거로 오가기에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은 게 흠이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언덕 하나를 오르니 웬 대관람차가 보였다. 국도 휴게소 같은 곳이었는데 사람도 거의 없어서 대관람차도 움직이진 않았다. 좀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 보니 삿포로는 시내 한복판에 대관람차가 떡하니 있더라. 삿포로 대관람차는 정말 괴이했다. 

 

 

화장실이나 좀 이용하자 싶어 갔더니 괴이한 허수아비들을 이쁘다고 전시해놨다. 내 취향이 안 좋은 건가, 이건 좀 아니다 싶던데. 어쨌든 이 휴게소에서도 내려다보면 대강 이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트릭아트 미술관. 트릭아트만 상설 전시하는 곳인 것 같은데, 멀리서 보고 깜빡 속을 정도였으니 꽤 그럴듯 했다. 하지만 굳이 돈 내고 들어가보고싶진 않았다. 밖에 그려놓은 건만 감상하고 통과. 돈 없으니 길가에 널브러진 공짜 풀떼기나 보자.

 

 

 

비에이 영역 쯤에 들어가자 길 가에 작은 꽃밭 하나가 보였다. 논밭과 들판만 쭉 보이다가 갑자기 꽃밭이 나오니까 좀 신기하기도 했는데, 규모가 워낙 작아서 그냥 차 타고 가는 사람들 잠시 쉬어가게 하고 먹을거리 좀 파는 휴게소 같은 곳인줄만 알았다. 그래서 난 그냥 입구 근처 나무 그늘에서 앉아 쉬면서 그 근처만 좀 구경하다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도 나름 알려진 관광지더라.

 

 

 

 

칸노 팜. 나름 유명한 라벤더 꽃밭이란다. 후라노 일대 유명한 꽃밭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라나.

 

여기는 가미후라노와 비에이 중간 쯤에 위치해 있다. 비바우시 역 근처라서 랜트카 없는 관광객들도 찾아가기는 쉬운 편이고, 후라노 국도를 달리다보면 바로 길 가에 있어서 딱 눈에 띈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아닐까 싶긴 한데, 뭐 유명하니까 유명하겠지.

 

 

후라노에서 비에이까지 라벤더나 사루비아 등의 꽃을 심어놓은 꽃밭들이 몇 개 있는데, 대략 길을 따라가며 쭉 구경할 수 있다며 '하나비토 가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근데 그렇게 소개해놓은 꽃밭들이 총 12개. 그러니 웬만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들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하나비토 가도의 꽃밭(공원)들 리스트를 적어보겠다. 어차피 이번 편은 쓸 말도 별로 없으니까.

 

- 가든 캐트민트

- 기토우시 삼림공원 가족여행촌

- 제루부 언덕

- 호쿠세이언덕 전망공원

- 시키사이 언덕

- 칸노 팜

- 미야마고개 라벤더 농원

- 플라워랜드 가미후라노

- 해돋이공원(히노데) 라벤더정원

- 팜 도미타

- 초에이 라벤더 농원

- 사이카의 고향

 

 

 

규모가 작긴 하지만 여기도 나름 또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긴 하다. 작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특색일 수도 있고. 국도 따라서 길 가다가 잠시 쉬어가기엔 괜찮을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여기가 꽤 유명한 관광지라는 걸 알고 나서는 '왜?'라는 의문이 먼저 들더라. 아직도 왜 싶은데, 어쨌든 유명하다니까 사진을 좀 올려봤다. 그런 곳인지 몰랐으면 그냥 국도 길 가에도 라벤더 꽃밭 하나가 있더라 하고 사진 두어 장 올리고 치웠을 테다.

 

 

 

비에이 쪽은 잘 알려진 어느 지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그냥 길 가 풍경들만 봐도 충분히 예쁘다. 어느 관광지든 다 비슷하겠지만, 여기는 정말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좋다. 아마도 우리가 죽을 때까진 아무리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해도 여행을 가상현실로 실감나게 구현하진 못 할거다.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것으론 부족하다. 바람의 냄새, 그리고 현장의 기운, 그런게 없다면 굳이 여행 할 필요 없이 그냥 사진만 봐도 된다.

 

 

 

 

 

 

관광객 모드가 되면서 별로 쓸 게 없다. 쥐어짜서 쓰는 것도 한계가 있지, 더이상은 도무지 무리다. 그냥 자전거 타고 오르막을 오르는 게 낫겠다. 앞으로는 쓸 게 없으면 사진만 그냥 나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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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