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다오(Chiang Dao)로 가보자. 발음 좀 뭉개서 빨리하면 칭따오 같아서 느낌도 좋다. 물론 맥주 공장이 있지는 않지만.

 

치앙다오로 가려면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치앙다오 가는 버스는 '창프악 버스 스테이션'에서 출발한다. 방콕이나 빠이 갈 때 이용하는 그 외곽 버스 터미널이 아니고, 치앙마이 해자 북쪽의 '창푸악(Chang puak) 게이트' 윗쪽에 있는 버스 터미널이다.

 

구글 지도에서 'chang puak bus station'이라고 검색하면 엉뚱한 호텔이 나온다. 누군지 몰라도 참 잘 찍어놨다. 구글 지도에서 제대로 된 위치를 찾으려면 'Chiang mai bus terminal 1'으로 찾아야 한다. 아래에 위치 찍어놓은 구글맵을 링크하겠다.

 

> 창푸악 버스터미널 Chiang mai bus terminal 1 구글맵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도심 가까이 있는 버스 터미널이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무턱대고 창푸악 게이트에서 북쪽으로 큰 길 따라 쭉 가기만 해도 대강 보인다. 규모가 꽤 작은 편이라서, 저게 버스 터미널인지 모르면 그냥 뭔가 있나보다 하고 지나치기 쉽긴 하다.

 

썽태우를 타고 갈 때는 '창푸악 버스터미널'이라고 하면 못 알아 듣는다. '창프악 버스 스테션'이라고 해야 대충 알아 듣는다. 이것도 억양이나 발음을 너무 세련되게 하면 못 알아듣지만.

 

 

버스 스테이션에 들어서자마자 호객꾼들이 어디 가냐고 묻는다. 이미 잘 안다면 그냥 손을 내저으며 니들 거 안 탄다고 표시하면 되지만, 잘 모른다면 이 사람들을 적극 이용하자. '치앙다오'라고 말하면 대충 손가락으로 저기라고 알려준다. 물론 가끔 자기 쏭태우로 태워 줄테니 천 바트 내라는 미친 놈도 있지만, 어쨌든 대충 가서 버스마다 '치앙다오?' 물으면 된다. 버스 옆에 영어로 쓰여져 있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탔다간 엉뚱한 데로 갈 수도 있으니까 물어보는 게 낫다.

 

빅 버스는 대략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출발한다고 쓰여져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수시로' 출발한다고 보는 게 낫겠다. '수시로'라는 것은 그냥 대충 출발할 때 되면 출발한다는 뜻이다. 여행 계획 딱딱 짜서 이동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 못 참아 하겠지만, 이런 것도 다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며 즐기는 수 밖에 없다. 자기 계획대로 딱딱 맞추려면 돈을 더 쓰는 수 밖에.

 

에어컨도 없는 빅 버스는 치앙다오까지 편도 40바트인가 했던 것 같다. 치앙마이에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태국의 선풍기 로컬 버스는 좌석이 정말 비좁다. 웬만한 한국 여자들도 앉으면 좌석 밖으로 어깨가 삐져 나갈 정도다. 물론 옛날에는 태국 사람들이 체구가 작아서 이 좌석 크기에 딱딱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태국인들도 이런 비좁은 좌석에 딱 맞지가 않다. 어쩌랴, 대강 어깨 접어넣고 부대끼며 가는 수 밖에. 그나마 두 시간 좀 안 되게 가면 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걸린다고 한 것도 대략 그 정도 예상하면 된다는 뜻이고, 사실은 내 경우엔 한 시간 십 분 만에 가기도 했다. 길바닥에 승객 없고, 기사가 엄청 밟으면 빨리 가기도 한다. 나름 정해진 포인트에서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일일이 태워주고 짐 싣고 해야해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뭐 그냥 버스 탔으면 됐지 뭔 시간까지 딱딱 맞길 바라냐고 생각하자.

 

 

치앙마이 경계를 벗어날 때까지는 교통체증도 있어서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릴 수도 있다. 버스가 도시의 길바닥에 멈춰 서 있으면 더운 열기에 후끈후끈 달아 오르지만, 도시 경계를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잠이 솔솔 온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오토바이를 랜트해서 가도 괜찮겠지만, 요즘(2016년) 치앙마이 쪽도 오토바이 면허증 단속이 심하다. 이때도 창프악에서 치앙마이 도시 경계 벗어나는 곳까지 두 군데서 면허증 단속을 하더라. 현지인들은 오토바이 등록증까지 보여주고 하던데, 대체로 랜트한 오토바이는 국제면허증이 있으면 통과다. 물론 모터바이크 운전 가능한 면허증이어야 한다. 그런데 때때로 외국인에게도 태국 면허증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탈 때는 몇백 바트 정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난 그냥 이거저거 따지고 생각하고 일 만들기 귀찮아서 버스 탔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에 도착하면 치앙다오 처럼 생긴 마을이 나타난다. 그냥 말 장난 같겠지만, 정말 치앙다오는 치앙다오 처럼 생겼다. 딱 여기가 내릴 곳이구나 느낌이 온다. 버스는 일단 치앙다오 읍내(?) 번화가에서 승객들을 한 번 내려준다. 가만 있으면 치앙다오 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내릴 수 있다. 좀 걷기는 하겠지만, 여기서 내리나 거기서 내리나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읍내에서 내리는 게 바로 세븐일레븐도 들어갈 수 있고 해서 좋다.

 

 

버스 내리자마자 당 떨어진 것 보충하려고 세븐일레븐을 들어갔더니 불 다 꺼놓고 어두컴컴하게 도둑 소굴처럼 해놨더라. 이 동네는 장사가 안 돼서 이렇게 해 놓는건가 했더니, 마침 불이 탁탁 켜진다. 정전이었던 거다. 치앙마이하고 꽤 가까운 곳인데도 대낮에 정전이 되는구나 싶더라. 시골은 시골인가보다.

 

이쪽 큰 길 가엔 나름 호텔도 있었다. 대략 500바트 정도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것 같던데, 정말 피곤하고 시간 안 맞고 하면 묵을만 하겠다. 물론 치앙마이로 가면 같은 값에 더 좋은 숙소를 얻을 수 있겠고.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읍내라고 해봤자 어차피 왕복 2차선 쭉 뻗은 도로 하나 밖에 없다. 가다보면 치앙다오 동굴 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헤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서 정말 좋다. 문제는 치앙마이보다 여기가 햇볕이 더 따갑게 느껴진다는 것 뿐.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아아 갑갑하다. 그늘 하나도 없는 땡볕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야 하다니. 이 동네 오면 모터바이크 빌릴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 누군가 이 삼거리 근처에 랜트 할 곳이 있다고 하던데, 문 닫은 가게들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갔을 땐 없더라. 그래서 걷는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 하면 저 산이 트레이드 마크다. 어떻게 보면 좀 쌩뚱맞기도 해서, 처음엔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거의 울릉도에 처음 내렸을 때 느낌이랄까. 그래도 여긴 배멀미 안 하고 왔으니 컨디션은 훨씬 낫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왜 구름은 저기에만 있을까 원망하며 땡볕을 걷는다. 아까 세븐에서 산 물 한 통이 마치 쌀 한 가마니 처럼 느껴진다. 햇살이 너무 쎄서 조금만 걸어도 지치더라.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드디어 찾아왔다, '모비헛 (Mobby Hut)'. 글자 적어놓은 거 보면 호비옷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어쨌든 여기서 한 번 묵어보고 싶었다. 동굴 너머로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에 여행객들이 많이 서식한다고 하지만, 난 동굴이고 숲길이고 별 관심 없고 그냥 이 숙소에서 한 번 묵어보고 싶었다. 치앙다오에 온 이유도 이거 하나였다.

 

어차피 오토바이가 없으니 동굴까지 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략 5킬로미터 정도가 일반적인 경우엔 걸을만 한 거리이지만, 이런 땡볕엔 죽을만 한 거리다. 그래도 가끔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니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쓰러지면 죽지도 않고 병원 실려가서 돈만 깨진다. 그런 건 절대 안 돼.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사실은 이렇게 뭔가 수풀로 우거져서 구질구질해 보이는 숙소지만, 각도 잘 잡으면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이렇게 잡으니까 좀 깔끔해보이지 않는가. 물론 실제로 가보면 뱀이 나오진 않을까 약간 걱정되는 분위기다. 들어가는 입구에 다른 집 개가 곧 튀어나와서 물어뜯을 듯이 짖어대기도 하고.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낮 시간에는 기괴하게 생긴 산을 바라보며 멍때리다가 밤에 잠시 나와서 별을 보며 바쁜 하루를 마감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침 사람도 아무도 없네. 구경 좀 하다가 주인장을 찾아 불러보았더니, 저 멀리서 한 아줌마가 나오더라. 기쁜 마음에 숙박비를 꼬깃꼬깃 꺼내어 준비하고 있었더니 아줌마 왈, "6, 7월은 오프시즌이라 클로우즈다~". 장사 안 한단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그 말만 남기고 다시 슥 들어가는 아줌마. 뭐 어쩌겠냐 장사 안 한다는데. 텐트라도 있었으면 이 근처 어디선가 비집고 들어가보겠지만 그것도 안 되고.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가 그냥 돌아 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나오면서 '이런 건 빠이에 많아!'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번엔 갈 계획 전혀 없었던 빠이를 가게 됐다. 오늘 바로.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못내 아쉽더라. 치앙다오 온 이유가 이것 하나 뿐이었는데. 다음엔 어떻게든 오토바이 마련해서 와서 동굴 쪽 동네도 가봐야지.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돌아나오다가 다른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을 보고 술길을 들어가봤다. 결국 숲길만 한참 헤매고 숙소는 찾지 못했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그래도 이쪽 숲길은 꽃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가 정말 좋더라. 나무는 시원하게 바람에 흔들리는데 햇볕은 너무 쎄서 내 몸은 별로 시원하지 않았다. 이 숲길 구석구석에 집들이 있긴 있던데, 수시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느낌이 안 좋았다. 경험상 이런 시골 동네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집이 많아서 잘 못 가다간 물리기 쉽다. 특히 태국에서 대낮에도 짖어대는 개라면 좀 위험하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다시 돌아나온다. 참 허탈하다.

 

 

나오다보니 랜탈 하우스도 있더라. 대충 원룸 구조일 듯 한데, 이런 데서 살아보는 것도 한적하고 심심하니 좋을 듯 하다. 문제는 이런 시골 렌트 하우스는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인터넷 안 돼도 상관없다면 정말 선택의 폭이 엄청 넓어지는데.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읍내 한 켠에는 일본과 태국이 친선을 위해 뭔가 한다는 듯 한 건물도 보였다. 보니까 일본이 세워준 것 같더라. 이걸 보니까 살짝 느낌이 오더라.

 

사실 치앙다오는 요즘 '샴발라 뮤직 & 아트 패스티벌'로 차츰 알려지고 있다. 올해(2016년)도 2월에 샴발라 축제가 열렸다. 히피 비슷한 분위기에 텐트 치고 노는 축제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 무대에선 공연도 한다고.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점점 소문이 나서 커지는 추세라 한다.

 

관련 내용은 샴발라 축제 공식 페이스북 참고 (라고 해봐야 딱히 별 내용이 없기는 하다)

 

> 치앙다오 샴발라 축제 페이스북 페이지

 

이게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건지 (NGO가 한다 해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일부 개인 또라이들이(좋은 뜻으로 또라이) 알아서 조직해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만약 여유가 된다면 이런 것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동남아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구석에 날 잡고 축제 한 번 열어서 "야, 비슷한 또라이들 한 번 모여봐"해서 놀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샴발라 축제도 그래서 관심은 가지고 있는데, 딱 성수기 시즌에 열려서 어느 세월에 한 번 가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문제는 돈).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어쨌든 치앙마이에서 2주치 태울 살을 치앙다오에서 하루만에 다 태웠다. 까맣게 불살랐어.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치앙다오 동네 구경 & 모비헛 게스트하우스

 

동네 끄트머리로 가면 버스 터미널이 한쪽 구석에 수줍게 숨어 있다. 여기서 살짝 메싸이를 갈까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메싸이 쪽은 버스가 온다는 사람도 있고 안 온다는 사람도 있어서 정보가 불확실했다. 그냥 안전하게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것으로 선택.

 

 

버스표. 버스에 탑승해서 앉아있으면 차장이 돈 걷으러 온다. 돈을 내면 이런 표를 주는데, 대체로 표만 주고 끝이지만 가끔씩 중간에 표 보자고 할 때도 있으니 버스 내릴 때까지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창푸악 버스터미널에 내려서 다시 다른 버스 터미널로 이동. 치앙다오 숙소에 못 묵은 것 때문에 바쁜 하루였다. 모비헛 아줌마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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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