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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 서울시청 건너편 90년 된 유럽풍 성당국내여행/서울 2017. 2. 17. 17:17
서울시청 쪽에 갔다가 우연히 길 건너 붉은색 지붕이 눈에 띄어 가봤더니 성당 하나가 나왔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었다. 줄여서 '서울대성당'이라고도 부른다.
서울시의회와 덕수궁 사이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는 세실극장과 영국대사관 등이 있다. 사실 이쪽은 영국대사관 등으로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목적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즉, 일부러 가야만 찾아가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이 성당 앞쪽에 국세청 별관이 자리잡고 있어서 큰 길에서는 눈에 안 띄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국서청 별관 건물을 철거하면서 눈에 띄어, 사람들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들 까지도 찾는 추세라고.
서울주교좌성당을 둘러보면서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실극장도 몇 번 가봤는데, 모두 밤 시간에 가서 그랬나, 이 성당은 정말 여태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밤에 지나가며 봤으면서도, 그냥 장식만 유럽풍으로 해놓은 거겠지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성당은 무늬만 유럽풍 성당처럼 만든 것이 아니라, 진짜 역사적 건축물이다. 이미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이 성당은 1926년 아더 딕슨의 설계로 건축했는데, 당시에는 설계도 그대로 다 짓지 못했다 한다. 1996년에야 설계도 그대로 다 완성할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기본으로 화강석과 붉은 벽돌로 지었는데, 처마장식, 기와지붕, 스테인드 글라스 등에 한국 전통 문화 요소로 섞여 있다.
성당 본 건물 바로 뒷편에는 주교관, 사목실, 수녀원 등이 자리잡고 있고, 그 너머엔 영국대사관이 있다. 그리고 큰 길쪽으로 나오면 세실극장도 볼 수 있으니, 겸사겸사 시간내어 한 번 둘러볼 만 하다.
사목실 뒷쪽에 수녀원은 당연히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이쪽 건물들은 밖에서 눈으로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게 좋겠다.
'유월 민주항쟁 진원지'라고 쓰여진 조그만 비석이 하나 놓여 있는데, 1987년의 그 '6월 향쟁'을 가리킨다.
물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민 운동이라서 꼭 여기서 시작했다고 할 수는 없곘지만, 그래도 1987년 6월 10일 이곳에서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다.
성당 뒷편에는 '경운궁 양이재'도 있다. 이 건물은 귀족 자제를 교육하는 수학원으로 쓰이다가, 일제 강점기에 대한성공회가 임대하고, 이후에 매입했다. 지금은 주교관으로 서울교구장 주교 집무실로 쓰이고 있다.
한 바퀴 돌아가며 감상해봐도 꽤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그런데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느낌을 살려서 사진을 찍기는 좀 어려울 듯 하다.
한 바퀴 빙 돌며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문득 성당 문 앞에 세워진 배너를 봤다. '도심의 쉼터, 시대의 명소'라는 제목을 써놓고, 개방을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침 수녀님 한 분이 들어가시는 걸 목격하고, 따라서 한 번 들어가봤다. 문이 좀 두껍고 무겁고 굳세게 생겨서 선뜻 가볍게 열어보기는 좀 힘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를 안내하고 설명해주시는 분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서울주교좌성당 내부는 의외로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좀 작아 보였다. 그리고 앞쪽 제단 외에는 소박한 느낌이다. 로마네스크 양식 기둥은 딱 교과서 그대로다. 의자가 여느 교회 의자보다는 편해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비교적 그렇다는 말이다.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은근히 다른 사람들도 틈틈이 들어와서 구경을 한다. 종교를 한 번 가져볼까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각종 정보를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냥 구경하러 들어가도 된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찾아온다고.
하지만 안내하시는 분이 옆에서 따라다니니, 완전 셀카 왕창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좀 무안해질 수 있다. 아무래도 성당이니까 아무렇게나 막 돌아다니게 하지는 않는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현역 성당이다.
제단 쪽으로 가보니, 뒷쪽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형태였다. 모자이크 제단화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아래 다섯 성인들이 그려져 있다. 이것도 건축 당시 영국인이 시실리 전통에 따른 채색돌로 만든 것이라 한다.
제단 옆쪽 기둥에 검은 성모 마리아 이콘이 눈길을 끌었다. 흔치 않은 이콘인데, 이것은 옛날에 성당 건축 후에 러시아 정교 주교가 선물한 것이라 한다. 그래도 좀 특이하다. 왜 검은 성모 이콘이었을까. 이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면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다음에 진지하게 다시 찾아가봐야 할까 싶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이런 식으로 옛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문살무늬를 본딴 문양이다. 한두개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전부가 다 이렇다. 성공회 자체가 현지 문화와 섞여 들어가는 것을 지향해서 그렇다고.
시청광장에서 차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촛불집회 같은 것 하기 전에 잠깐 둘러보기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시청에 놀러가면서 함께 둘러볼 수도 있고 기타등등.
쓸 데 없이 사진이 너무 많아서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 서울대성당 - 서울시청 근처 이국적인 성당, 내외부 모습 사진들
* 참고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울대성당) 개방시간
- 월-토: 11 - 17시 (4 - 9월)
- 월-토: 11 - 16시 (10 - 3월)
- 공휴일은 1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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