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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배동 무인 편의점 - 혹은 자판기 라면방(?)국내여행/서울 2017. 2. 28. 11:58
오늘은 하늘이 너무나 맑았다.
그래서 무인편의점에 갔다. 역시 날씨 좋은 날엔 골방에 처박혀서 혼자 라면이나 먹는게 최고다.
'뉴들365'라는 프렌차이즈 편의점.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 대도시에 한두개씩 있는 듯 하다. 서울에는 아직 방배점 하나. '무인 편의점'이라는 컨셉을 내걸고 있다.
입구에 '무인편의점'이라고 써붙여놨다. 실제로 안에는 사람이 없다. CCTV 몇 개로 찍고있나보다. 의외로 매장은 그리 크지 않은 편. 벽쪽으로 자판기 몇 개가 설치돼 있고, 중앙에는 탁자와 의자가 배치돼 있다.
자판기엔 과자, 레또르트 식품, 라면, 컵라면, 음료수 등을 팔고 있다. 품목이 그리 많진 않다. 자판기의 한계랄까.
일종의 라면방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 듯 하다. 라면을 먹기 위한 시설로 활용하기 좋다.
전자렌지와 뜨거운 물 기계 등이 있다. 재미있는 건, 라면 먹을 사람들을 위해 종이로 된 빈 그릇이 쌓여 있다는 것.
이렇게 봉지라면도 팔고 있다. 이 봉지라면을 비치된 종이그릇에 담아서 어떻게 해 먹는 건가. 뜨거운 물에 불려서? 그러면 맛 없을 것 같은데. 뭔가 잘 해먹는 방법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TV가 틀어져 있어서 라면 먹고 시간떼우기 좋다. 여름되면 잠시 쉬어가며 아이스커피 같은 것 마시려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사실 이런 컨셉의 자판기 편의점은 옛날에 일본에서 한때 유행을 했고, 한국에도 조금 들어왔었다. 어느 순간 유행이 사그라들어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는데, 요즘 다시 생기려나보다. 안타까운 건, 그 옛날에 비해 그다지 발전한 게 없다는 것. 그냥 자판기 몇 개 놓은게 전부다.
GS25도 김포공항 쪽에 무인 편의점 하나를 만들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또 잠깐 붐을 이루긴 할 듯 하다. 근데 일반 편의점에 비해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생략)
이왕 왔으니 컵라면이나 하나 먹고 가자고 생각했다. 천 원짜리 지폐 네 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판기에 넣으니 모두 튕겨져 나왔다. 그리 많이 구겨져 있지도 않았는데. 네 장 번갈아가며 넣었는데, 네 장 다 토해냈다. 나한텐 안 팔고 싶은가보다 해서 그냥 나왔다.
무인편의점이 이런게 좋다. 돈을 아끼게 해 준다. 사람이 있었다면 냅다 돈 받고 계산해줬겠지. 그럼 다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컵라면을 뜯고 물을 붓고야 말았겠지.
여태까지 일본 여행을 하며 자판기에게 갈취당한 돈만 모아도 한 십만 원은 될 테다. 워낙 자판기 천국이라 자판기를 안 사용할 수가 없는데, 고장이나 오작동하는 자판기도 많아서 돈을 많이 버렸다.
돈을 넣었는데 들어갔다는 인식을 못 해서 삼킨다든지, 돈 넣고 버튼 눌렀는데 물건은 안 나오고 돈만 삼킨다든지, 물건까지는 받았는데 거스름돈을 삼킨다든지 등등. 그래서 웬만하면 자판기 사용을 꺼리는 편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자판기가 돈 먹은 건 많다. 어쩌면 그래서 자판기 장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것도 요즘 로봇을 이용한 무인 매장 개설 추세에 부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을지는 좀 의문인데, 어쩌면 기계를 거부하는 신 러다이트 운동의 시작은 지폐 구기기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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