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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무인 카페 탐방 - 어느새 많이 생긴 무인 시간제 카페국내여행/서울 2017. 3. 1. 13:43
겨울에 집이 너무 추워서 대안을 찾다가 우연히 '무인 카페'를 발견했다.
처음엔 프리랜서나 창업 준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협업공간' 혹은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곳들을 막 뒤져봤다. 하지만 집 근처엔 그런게 없어서 왕복 차비 내고 다니면 시간도 걸리고 차비도 들고 한다는 단점이 있더라. 그래서 슬슬 카페 쪽을 알아봤다.
그러다 의외로 집 근처에도 '시간제 카페'가 많다는 걸 알아냈다. '시간제 카페'는 말 그대로 시간당 얼마씩 돈을 내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손님 입장에서도 주인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카페를 사용할 수 있으니 좋다. 물론 주인도 자신이 제시한 금액을 받으니까 좋고.
시간제 카페도 여러 형태가 있었다. 자리만 시간제로 계산하고, 음료는 진짜 카페처럼 별도로 주문해서 먹는 방식도 있고, 시간제로 금액을 계산하면 대충 간단한 음료를 무료 제공하는 곳도 있고, 이름만 카페고 음료는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정도만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시간제 무인 카페'는 대체로 이름만 카페고 음료는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소개할 곳은 경희대 쪽에 있는 시간제 무인 카페 중 하나다. 주로 대학교 근처에 요즘 이런 카페들이 몇 개씩 있다. '대학 이름 + 무인카페' 혹은 '대학 이름 + 시간제 카페' 조합으로 검색을 해보면 몇 개 나올 테다. 이 동네도 이 카페 말고 다른 시간제 카페가 몇 개 있다.
일단 들어가서 빈 자리를 찾아보고, 적당한 자리를 잡고 짐을 놓는다. 그리고 입구 쪽으로 가서 자판기에서 결제를 한다.
자판기에는 물이나 음료에 이렇게 적혀 있다. '8H 7000, 4H 4000'. 8시간 7000원, 4시간 4000원 이런 뜻이다. 그래서 4시간 있고 싶으면 4천 원을 자판기에 넣고, 해당 음료를 버튼을 눌러서 뽑으면 된다.
이름이 카페이지만 이곳에서 제공하는 무료 음료는 이것이 전부다. 음료를 더 마시고 싶다면 옆에 있는 다른 자판기에서 사먹는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이용하고 싶은 시간에 맞춰서 결제를 하고 음료를 뽑아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이 때부터 시간 계산 잘 해서 사용하면 끝. 아마도 주인은 어딘가에서 CCTV로 지켜보며 체크를 하겠지.
사실 이곳은 자판기 결제 말고도 앱으로 결제하는 방식도 있다. 스마트폰에 카페 전용 앱을 깔고, 그 앱으로 해당 자리의 QR코드를 인식해서 결제하면 된다. 그러면 9번 자리 몇 시간으로 결제가 되니까 주인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훨씬 더 쉬울 테다.
한때 완전히 앱 결제만으로 카페를 운영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는데, 사용자들이 많이들 불편하다고 반발했었나보다. 이내 자판기 결제가 다시 가능하도록 해놨다.
아무래도 앱 결제 방식은 좀 그렇다. 이 곳 전용 앱의 UI가 좀 어색해서 신뢰가 안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앱에 카드 번호 입력해서 결제한다는 게 영 꺼림칙하다. 게다가 회원가입도 해야 하고. 어쩌다 한 번씩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수고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귀찮으면 그냥 딴 데 가면 그만이니까.
다만, 한 달 단위로 장기권을 끊으면 비교적 싸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앱으로 몇 번 자리에 앉은 장기권 이용자라는 사실을 체크한다. 이런 경우라면 앱에서 결제하고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은 편.
카페 내부는 대체로 1-2인석이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독서실 처럼 이용하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런 분위기다.
실제로 카페라기보다는 독서실에 가까워서 상당히 조용하다. 하지만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고, 노트북 타자 치는 소리 정도는 용인된다는 점에서 독서실이나 도서관과는 다르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다'라는 점이 내가 시간제 카페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다.
별도의 공간에 10여 명 정도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스터디룸도 따로 있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이런 곳들도 자리가 꽉꽉 들어차서 쉽게 이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방학 때는 이곳도 꽤 조용한 편. 개학하면 어느 정도 자리가 들어차기 시작하겠지. 나도 이제 올 여름에 더울 때 장기권을 끊어볼까 생각 중이다.
자판기 방식이 앱 결제 방식보다는 여러모로 편한 편이다. 알잖아, 한국은 온라인 결제를 하려면 지리산에서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 하지만 자판기 방식도 좀 문제가 있긴 있다. 구겨진 돈이 안 들어간다거나, 자판기에 잔돈이 없는 경우에 만 원 짜리를 넣을 수 없다거나 해서 결제를 못 하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
아마도 이런 무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 투잡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래서 수시로 빨리빨리 돌발상황에 대처하지는 못 하는 듯.
어쨌든 요즘 이런 무인 뫄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프랜차이즈 모집 홈페이지에 가보면 주로 투잡을 뛰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객을 하고 있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더라.
아무래도 직장만 다니거나 한 가지 가게만 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런 무인 가게들로 투잡을 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돈만 있으면 무인 편의점, 무인 카페, 인형뽑기방 같은 걸로 쓰리잡 포잡도 뛸 수 있겠다 싶으나, 문제는 그런 걸 차릴 돈이 없다. 이런걸 보면 앞으로 빈부격차은 더욱 더 극심히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뭐 어쨌거나 그냥 이런 게 충분할 정도로 많이 생겨서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차피 기계 기술은 발전할 테고, 자연스레 백수는 늘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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