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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트 테마 여행 - 길만 버락,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예술 지구해외여행/싱가포르 2017 2017. 3. 24. 13:58
현대미술에 관심이 없다면 크게 볼만 한 것들이 없어서 그런지, 길만 버락은 아직 그리 대중적인 관광지로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길만 버락'은 거의 백여 년 된 오래된 건물들이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그 속에서 건물을 옮겨다니며 미술품 구경을 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 같은 단일 건물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책 겸 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마음 내키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 뽑아서 계단에 앉아 멍하니 앉아 쉴 수도 있다.
단일된 주제로 전시된 미술품들이 아니라, 각각 독립된 다양한 갤러리들이 전시하는 서로 다른 주제의 전시물들을 눈이 아플 정도로 구경할 수 있는 길만 버락. 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한 나절 시간내어 여유롭게 돌아보길 권한다.
길만 버락 (길만 배럭스) Gillman Barracks
한국어로 '길만 버락' 혹은 '길만 배럭스' 등으로 표기하는데, 구글맵에서 찾을 때는 'Gillman Barracks Singapore'로 찾으면 위치가 나온다. 싱가포르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한글로 '길만 버락'이라고 표기해놓긴 했는데, 여기서는 내 기분따라 섞어 쓰도록 하겠다.
위 안내판 사진을 보면 대략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길만 버락(Gillman Barracks)'은 단일한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 이름이다. 대학교가 여러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길만 버락'은 2차 대전 때부터 영국군 병영으로 쓰이던 곳이다. 군 막사와 기숙사, 훈련소 등으로 이루어진 군부대라고 보면 되겠다. '길만'이라는 이름도 옛날 영국군 장교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그런 곳이 복원 작업을 거친 후,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현대 미술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길만 버락 예술 지구'로 변신했다. 따라서 공원 같이 꾸며진 배경 속에 식민시대 영국 군대 건축물들을 볼 수 있고, 그 안에 전시된 현대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가 됐다.
'길만 배럭스'에는 싱가포르에서 유명하거나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Sundaram Tagore Gallery), ARNDT, 미즈마 갤러리(Mizuma Gallery), 포스트 갤러리(FOST Gallery), 야부즈 갤러리(Yavuz Gallery)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참고로, 이곳은 갤러리들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작업 공간과 지원 활동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활동지원 및 전시가 함께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 '예술 지구'이다. 물론 우리 같은 단순 관람자들은 대체로 갤러리 구경으로만 만족해야겠지만.
'길만 버락'의 전체적인 이용 시간은 이렇다.
* 화-토: 오전11시-오후7시
* 일: 오전11시-오후6시
* 월, 공휴일: 휴무
전체적인 운영 시간은 이렇지만 여러 개의 건물에 각각 다른 갤러리들이 입주해 있는 만큼, 각자 사정에 따라 전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대체로 월요일날 쉬기 때문에 그건 그렇다 치고, 일요일에 방문했는데도 절반가량 문을 닫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요일부터 토요일 사이에 방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갤러리 같은 곳은 금요일 저녁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지하철(MRT)로 간다면 가장 가까운 역은 'Labrador Park' 역이다. 구글지도에서 위치를 검색해서 잘 찾아가보도록 하자. 지하철 역에서 대략 6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도 있으니, 미리 싱가포르 시내버스 활용방법을 익혀 놓아도 좋겠다.
> 해외여행 시 구글지도로 현지 버스 이용하기 - 싱가포르 버스 예시
택시를 탄다면 택시기사가 'Gillman Barracks'가 뭔지 모를 수도 있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검색해서, 캡처를 해두거나 하고 주소를 보여주는 게 좋다. 주소에 한글이 나와서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는데, 지도와 함께 '록 로드 (Lock Road)'라고 말 해주면 된다.
길만 버락 내에서는 지나다니는 택시가 거의 없다. 따라서 갤러리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그대로 전사할 수도 있다. 미리 택시 부를 방법을 마련해놓든지, 아니면 체력 분배를 잘 하도록 하자.
길만 배럭스 안의 갤러리들 스타일도 다 제각각이었다. 대체로 갤러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한 명 있고, 이 직원은 손님이 오는 것에 개의치 않고 딴짓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별 부담 없이 조용히 들어가 구경하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곳은 들어가자마자 간단한 브리핑(?)을 당연히 영어로 줄줄 읊어주거나 관람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관람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곳도 꽤 있는 편이다. 또 어떤 곳은 내부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곳도 있고, 오픈한 상태에서 작품을 일부만 교체하는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갤러리들은 대부분 무료 입장인데, 때에 따라 특별 전시인 경우엔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고. 그리고 대체로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하고 있다. 인상적인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 차마 찍지 못해서 좀 안타깝긴 하더라. 물론 어차피 전시물들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런 게 있다고 소개하는 건 무의미하다. 내가 갈 땐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하고 궁금해하며 가는 재미를 느껴보자.
(아마도 여기가 선다람 갤러리)
한낮인데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더니 이내 먹구름이 몰려들고 장대같은 굵은 비가 후두둑 쏟아졌다. 정말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는데, 그래도 마침 갤러리 건물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비를 피할 수 있었다.
3월의 싱가폴은 내내 햇볕 쨍쨍하다가도 한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어 장대비가 내렸다. 비는 짧게 여러 번 오락가락 할 때도 있었고, 한 시간 정도 계속해서 내릴 때도 있었다. 어쨌든 비가 그치면 또 순식간에 구름이 물러가고 다시 맑은 날씨가 펼쳐지기 때문에, 비가 쏟아지는 시간만 잠시 피하면 된다.
길만 버락에도 레스토랑과 바, 카페 등이 몇 개 있는데, 좀 비싸보이기도 했고 내가 갔을 땐 문 연 곳도 별로 없었다. 현지인들도 일요일에 쉬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아는지, 방문한 사람도 별로 없이 한산했다.
어쨌든 길만 버락에는 편의점이 없다. 그래서 물이나 간식거리 등은 미리 챙겨가는 게 좋다. 건물 몇몇 곳에 음료수 자판기가 있긴 한데, 자판기에 글자들이 일본어로 막 쓰여져 있고, 나만 그런지 지폐는 안 들어가더라. 동전도 좀 챙겨가든지, 아니면 자판기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동전 좀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떻게든 동전 바꿔서 잘 사먹긴 했다).
야외 화장실에 식수대가 있어서 물병만 있으면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싱가폴은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된다 한다. 그래도 물갈이 할까봐 호텔에서 물을 끓여서 물병에 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길만 버락에서는 그냥 야외 식수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뭐 딱히 탈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길만 버락에서 선다람(Sundaram) 갤러리나 미즈마(Mizuma) 갤러리는 꽤 유명한 곳이니까 들러봐야 할 곳이고, 그 외에 43번 건물(Block 43)도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유는 다음 편에.
p.s.
이 여행은 싱가포르관광청에서 일부 경비를 지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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