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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 - 서던 리지스 산책로, 호트 파크 일부 구간해외여행/싱가포르 2017 2017. 3. 25. 21:06
'서던 리지스(Southern Ridges)'는 장장 10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책로다. 물론 10킬로미터를 산책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서던 리지스'는 '하버프론트(Harbourfront)'에서 시작해서, '마운트 페이버 파크(Mount Faber Park)', '텔록 블랑가 힐 파크(Telok Blangah Hill Park)', '호트 파크(Hort Park)'를 지나 '캔트 리지 파크(Kent Ridge Park)'까지 이어진 길이다.
공원과 공원을 이어서 도시와 항구, 숲, 공원 등을 즐길 수 있게 해놨는데, 가장 유명한 구간은 '마랑 산책로(Marang Trail)', '헨더슨 웨이브즈(Henderson Waves)', '포레스트 산책로(Forest Walk)' 등이다. 가끔 싱가포르를 소개할 때 나오는 용처럼 구불구불한 모습의 육교가 '헨더슨 웨이브'인데, 마운트 페이버 파크와 텔록 블랑가 힐 파크를 연결하는 서던 리지스의 일부이다.
체력과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모든 구간을 다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나는 둘 다 없었으므로 아주 일부 구간만 잠깐 체험해보기로 했다.
서던 리지스(Southern Ridges) - 호트 파크 일부 구간
길만 배럭스(Gillman Barracks)의 미즈마 갤러리(Mizuma Gallery) 윗쪽으로 나 있는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보면 머리 위로 육교가 지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계단을 통해 쉽게 저 육교로 올라갈 수 있고, 이 육교가 바로 '서던 리지스'의 일부다.
서던 리지스 일부인 육교로 올라가는 입구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공원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번개가 그려져 있길래, 혹시 번개가 치면 철제 다리 전체에 전기가 통해서 통구이가 될 수도 있는건가 의문스러웠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둑해진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비가 내렸다. 천둥 쳤으면 번개가 칠 수도 있는데, 일단 비를 피할 곳이 이 육교 위 밖에 없으므로 그냥 올라갔다. 생각해보니 비와 함께 이 육교를 걷고 나서부터 카메라가 좀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 전에 땅바닥에 떨어트렸지만.
육교 위에는 꽤 튼튼하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지붕을 설치했으면서 의자는 하나도 안 만들어 놓은 걸까. 서서 비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붕이 꽤 튼튼해서 아마도 번개도 막아줄 듯 했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었다. 그렇다면 원숭이도 있다는 뜻인데, 결국 원숭이는 한 마리도 못 봤다. 아마 어딘가엔 있을지도. 그런데 원숭이가 있다면 먹을 것을 들고 다니는 건 좀 위험한데, 이것도 주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내 가방 안에 어제 산 빵이 들어있었는데 별 일이 없긴 했다.
올라가보면 높이가 꽤 높다. 이 길을 따라서 조깅하는 서양인들이 많이 지나갔는데, 그들이 뛰어서 지나갈 때도 바닥이 울리거나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기보다 튼튼해서 흔들다리 같은 수준이 아니니 안심하고 올라가도 되겠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어째서 비가 오는데도 조깅 한다고 그렇게 막 뛰어다니는 건가, 체력이 남아도나. 이쯤 돼서 나는 체력이 거의 소진되어서 더 걷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대책이 없기 때문에 어쨌든 큰 길로 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걸었다. 무게를 줄이겠다고 500미리짜리 작은 물통을 가져왔더니 이미 아까 받은 물도 바닥났다. 길만 버락과 서던 리지스를 구경하는 이 여정을 따라해보겠다면 최소한 물은 큰 통으로 챙기도록 하자. 이쪽 동네는 정말 편의점이 하나도 없다.
호트 파크(Hort Park)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가니, 이내 울창한 숲으로 길이 이어졌다. 숲 구역에 이르니 육교 높이가 좀 많이 높아졌다. 연인과 함께 손 잡고 가서 밀어 떨어트리기 딱 좋은 높이다. 이쯤에서 사진 찍어주겠다며 잘 유인해보자.
물론 진짜로 그런짓 하면 안 된다. 그냥 가볍게 장난으로 '웍!'하고 미는 흉내만 내면 된다. 그러면 체력적으로 힘들 상태인 이 지점에서 갑자기 짜증이 확 솟구쳐 오를 테고, 싸우고 헤어지기 딱 좋다. 그 전에 숙소 열쇠는 미리 챙겨두라는 팁까지 친절히 알려주겠다.
숲 속에 꽤 괜찮은 공터가 보이니 이쯤에 텐트 치고 베이스 캠프로 삼고 느긋하게 한 달 정도 여행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보통 싱가포르 여행이라고 하면 "한 3일이면 다 본다"고 말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시내 중심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짝반짝하는 것들만 돌아볼 수 있을 뿐이다. 시간 잘 쪼개면 산토사 섬도 잠깐 둘러볼 수 있겠지. 하지만 도심 외곽까지 둘러본다면 일주일로도 어림 없다.
길따라 가다보면 큰 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중간중간 있다. 조금 더 가면 호트 파크의 '플로랄 워크' 구간이다. 이 구간도 볼만 한 구간이라는 말이 있어서 조금 더 가볼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서던 리지스 걷기는 이쯤에서 종료하기로 했다. 더 들어가면 다시 버스나 지하철 타러 나오기가 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서던 리지스는 대략 길만 버락에서 호트 파크 입구까지 아주 짧은 구간을 체험해 본 셈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산책로여서 좀 더 가보고 싶었는데 정말 안타깝다. 서던 리지스만 한 코스로 일정을 짜서 하루종일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물론 나머지 구간들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다시 갈 수 있다면 꼭 서던 리지스 전구간을 한 번 걸어보고싶다.
이렇게 짧은 서던 리지스 체험은 끝. 호트 파크 입구 쪽에서 큰 길로 내려오니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길만 버락을 구경하고 나가는 방법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 National Parks - The Southern Ridges (영어)
p.s.
이 여행은 싱가포르관광청에게서 일부 경비를 지원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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