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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트 테마 여행 - 길만 버락 NTU CCA, 미즈마 갤러리해외여행/싱가포르 2017 2017. 3. 24. 15:53
앞편에 이어 계속 길만 버락(Gillman Barracks) 탐험.
> 앞편: 싱가포르 아트 테마 여행 - 길만 버락,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예술 지구
잠시지만 비가 무섭게 퍼부어대더니 잠시 후에 날이 개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먹구름이 어디론가 몰려가고 다시 햇볕 쨍쨍. 온 세상이 햇볕으로 금방 다 말라버려서, 방금전에 비가 왔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움푹 파인 길에 고인 물 웅덩이 정도가 흔적으로 남을 뿐. 하지만 이날은 낮부터 밤까지 비가 오락가락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스튜디오 쪽도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꽤 예뻐보이는 카페도 문을 닫고 있었다. 다른날 다시 한 번 와서 기웃거려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해서 기회가 나진 않았다. 애초에 날을 잘 잡고 가는 수 밖에 없겠다.
43번 건물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야외 화장실. 남녀 각각 한 칸 씩만 있는 아주 작은 화장실이고, 세면대도 밖에 있다. 이 화장실 옆쪽 귀퉁이에 식수대가 있어서 물통을 채울 수 있다.
야외에 있는 시설물이라 좀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목은 마르고 가게는 없고 당장 죽게 생겼는데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물 맛이 좋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마실만 했고, 나중에 별 탈도 없었다. 그래도 물은 미리 충분히 챙겨가는 게 좋겠다.
핑크코끼리가 눈에 띄어서 한 번 문을 열어봤더니, 여긴 아이들 노는 곳인지 놀이시설 같은 것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깜짝 놀라서 다시 문을 닫고 후다닥 나와버렸다.
이제 길만 버락에서 꼭 찾아가봐야 할 곳, 43번 건물 NTU CCA가 나왔다.
Block 43: NTU CCA Singapore Exhibitions
NTU CCA는 'NTU Centre for Contemporary Art Singapore'의 약자이고, NTU는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의 약자이다. 즉, 난양기술대학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전시관이다.
NTU는 길만 버락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한데, 다니면서 잘 보면 NTU 리서치 센터 오피스, NTU 레지던스 등도 볼 수 있다. NTU CCA도 평소에는 단순히 갤러리 같은 전시실로 이용하고 있지만, 자체 일정에 따라 교육이나 워크샵, 단체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수시로 자주 체크하고 방문할 수 있다면 각종 프로그램 소식을 접할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단기 여행자들이 그런 일정을 맞추지는 못 할테니까 그냥 전시물 관람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겠다.
NTU CCA 내부의 전시물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약간 대학교 전시회 같은 느낌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작품들을 늘어놓아서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안내자가 따라붙어서 함께 다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워서 빨리 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실 NTU CCA를 꼭 가야 하는 이유는 이 건물이나 전시 작품들 때문이 아니다. 이 근처에 쉴 곳이 비교적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야외에도 그늘진 곳에서 앉아 쉴만 한 곳이 있지만, 내부에도 꽤 괜찮은 곳이 있다.
내부에 있는 영상 상영실이 의자가 아니라 거의 침대다. 실제로 드러누워서 보기 편하게 돼 있다. 영상은 비교적 짧은 편이었지만, 시원한 곳에 누워 있으니 잠이 솔솔 올 지경.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물론 여기는 엄연히 영상 상영실이고, 작품을 관람하는 곳이니 너무 오래 있지는 말자.
건물 내부는 평범한 전시실 모습이다. 책상 위에 놓여진 팜플렛도 앉아서 볼 수 있게 해놨다. 사람 별로 없을 때는 여기서도 책자 뒤적이며 적당히 쉬었다 가기 좋다.
사실 오전부터 나와서 거의 쉬지도 못 하고 돌아다녀서 염치불구하고 좀 쉬어갔다. 가보려던 카페는 만석에다가 대기자도 많아서 기다릴 엄두가 안 났고, 이동하며 딱히 앉아 쉴 곳도 찾지 못했던 상태. 물론 중간에 카페 몇 개를 보기는 했지만, 별로 끌리지가 않아서 하루종일 밖에서 움직였더니 좀 피곤했다. 이대로 그냥 숙소로 가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에 차마 그러지도 못 하고 계속 강행군. 짧은 여행은 참 피곤하구나.
조금이나마 체력을 충전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걸어 올라갔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미즈마(Mizuma) 갤러리가 보인다.
전시실이 생각보다는 규모가 좀 작은 편이었고, 내가 갔을 때는 크게 눈에 띄는 전시물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날 방문해보면 전시물들이 바뀌어서 취향에 맞는 작품들이 있을 수도 있다. 많은 갤러리들을 방문한 탓일 수도 있고.
큰 미술관을 가면 건물 안에서 한꺼번에 여러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지만, 길만 버락에서는 각각 다른 건물의 다른 갤러리들을 옮겨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건물들 사이를 산책처럼 즐기며 여유롭게 걸어다닐 수도 있고, 중간에 소나기를 만나서 잠시 비를 피해 대피할 수도 있으며,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자판기 음료수를 꺼내 마시다가 카메라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즐거운 여행.
미즈마 갤러리 앞마당에 전시된 작품. 이런 풍은 내 취향에 맞지 않지만, 마침 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길래 내부에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 밖은 빗방울이 날려서 시원했는데, 이 작품 내부는 마치 온실 같이 후텁지근해서 카메라 배터리만 바꿔 끼고 금방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휴식은 미즈마 갤러리 처마 밑에서 하는 걸로.
미즈마 갤러리에서 윗쪽으로 다시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면 '서던 리지스 (The Southern Ridges)'가 나온다. 서던 리지스는 둘레길 같은 산책로라고 할 수 있다. 장장 1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기는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길만 버락에 온 김에, 이쪽 구역만 조금 맛보기로 했다.
산책로는 다음 편에.
* 길만 버락 공식 홈페이지(영어): https://www.gillmanbarracks.com/
p.s.
이 여행은 싱가포르관광청에서 일부 경비를 지원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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