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쉑쉑버거 동대문 두타점 체험기국내여행/서울 2017. 5. 30. 18:58
동대문에도 쉑쉑버거가 생겼다. 몇달 전인가 강남에 생기자마자 엄청나게 줄 섰다며 홍보 나오던 그 쉑쉑버거 말이다. 정식 명칭은 쉐이크쉑(ShakeShack). 줄임 표기는 'ㅅㅅ버거'. 아니면 말고.
어쨌든 동대문 쉑쉑버거는 두타에 있다. 머리두 때릴타. 두타빌딩 앞으로 가면 찾아보고 뒤져보고 할 필요도 없이 1층 바깥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꽤 크다.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에게, 이걸 두고 사람들이 줄을 섰단 말이냐 할 정도로 별 것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뭐 어차피 버거집이니까.
하여튼 어쩌다 근처에 간 김에 생각나서 호기심에 한 번 가봤다. 한 번 쯤은 경험삼아 괜찮겠지 하면서 마치 카지노 들어가듯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장.
물론 뉴욕의 그 유명한 버거집을 가보다니 너무너무 감격스러워 우왕 해서 두근거린게 아니라, 이거 체험하다가 기둥뿌리 하나 뽑을 텐데 싶어서 지금이라도 탈출해야하나 이미 늦었나 하는 두근거림.
거대한 버거집 답게 내부는 돗대기 시장. 사람들로 바글바글. 그나마 점심때도 아니고 저녁때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가서 빈 자리가 좀 있었다. 바깥쪽 테라스 자리는 텅 비어있다시피 했고. 하지만 그런 시간도 얼마 가지 않는다. 대략 다섯시 쯤 되니까 자리가 꽉 차더라.
강남에 처음 생겼을 때 하루종일 길게 줄 서 있던 모습과는 약간 대조적이다. 동대문도 사람이 제법 많은 곳인데. 독특한 점은 쉑쉑버거 안에는 외국인들이 꽤 많다는 것. 외국 나가서 한국 식당 찾는 기분인걸까. 예전에 한 번 한국에 있는 미국인에게 고향 생각 나지 않느냐면서 맥도날드 갈까 했더니 미친놈 하면서 욕 하던데.
들어가면 메뉴판 잔뜩 들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먼저 메뉴판 드릴까요 하고 물어본다. 위트가 없다. 빨간 메뉴판을 줄까 파란 메뉴판을 줄까 하면 좀 재밌을 텐데.
어쨌든 메뉴판을 들고 천천히 분석해보니 어둠의 기운이 음습해온다. 역시 비싸다. 둘이 먹다 한 놈이 튀면 다시는 안 보리라 결심할 만 한 가격이다. 내게 위대한 결단력이 있었다면 이때 똥 끊듯이 딱 끊고 튀어나왔겠지. 하긴 애초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지금쯤 부자가 됐겠지.
주문하고야말았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고 다짐하면서. 지인이 꼭 먹어보라고 한 버거가 있었는데, 메뉴판을 보고 이름만으로 추측하다보니 뭐가뭔지 모르겠더라. 결국 스모크버거인가를 시켰는데, 이건 별로라고 비추하던 버거였다. 딱딱한 베이컨 때문에. 뭐 어쩔 수 없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17,300원이 중요하다. 버거 하나, 감자튀김 하나, 레모네이드 하나 시켰는데 이 가격이다. 젝일. 레모네이드는 참아야 했는데.
기다리다보니 엄마가 애기를 데리고 오기도 했다. 이 비싼거 먹여봤자 나중에 지 애인 좋다고 뛰쳐나갈 텐데. 옆자리에선 알바해서 돈 받았다며 애인한테 오늘은 쏘겠다는 커플도 보인다. 이 비싼거 먹여봤자 결국은 헤어질 텐데. 저 너머엔 친구들끼리 와서는 오늘은 내가 살게, 내가 살게 하고 있다. 이 비싼거 먹여봤자 결국 슬슬 연락 뜸해지다 어느날 갑자기 연락해서는 축의금이나 내라고 할 텐데.
진동벨이 울리면 산타할아버지는 버거를 안 주신데. 가 아니고, 픽업히어 돼 있는데로 가서 버거를 받아와야 한다. 비싼만큼 직원들은 아주 친절하다.
식판은 거의 칠십년대 시장통에서 쓰던 쓰덴 식판 같은 느낌. 미제인가. 식판의 퉁명함이 좀 깬다. 케찹, 머스타드 소스, 마요네즈, 빨대 등은 따로 마련된 구석에서 직접 가져와야 한다. 스푼 같은 재미있는 아이템도 있고. 어쨌든 한 십 분 기다려서 받아든 금칠한 음식 되겠다.
딱 받아들고 일단 실망했다. 생각보다 버거가 너무 작다. 혹자들은 저 빵이 부드럽고 촉촉하고 어쩌고 극찬하기도 하더라마는, 그냥 동남아에서 서양인이 하는 버거집 가면 흔히 먹을 수 있는 빵일 뿐이다. 한국에선 수제 버거집이 비싸서 잘 안 가서 모르겠지만, 아마 분명 한국에서도 이 정도 빵을 쓰지 않을까 싶다.
감자튀김도 딱히 특별한 것 못 느끼겠다. 롯데리아보다는 확실히 낫고, 맥도날드보다 나은지는 알 수 없다. 맥도날드 감튀는 지점마다 시간마다 사람마다 워낙 편차가 커서. 어쨌근 감튀는 역시 파파이스지.
어쨌든 피눈물이 흐른다.
베이컨이 들어간 스모킹 버거인가 뭣인가. 스모킹 버거면 담배 꽂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뚜껑을 열어 재료를 하나씩 맛 봤다. 뭐 그닥 특별한 건 없었는데, 아아 저건 베이컨이 아니고 육포인 게 틀림없다. 이 딱딱함이 어찌 베이컨일 수 있단 말이냐. 육포다. 틀림없이 육포다. 아니면 칠포. 하여튼.
육포를 뒤집어 다시 찍어본다. 패티가 부드럽고 고소하긴 하다. 한 십 년 전 와퍼 패티 같은 느낌이다.
치즈 얹은 감자튀김을 추천하던데, 도저히 그것까지는 비싸서 못 먹겠다. 그냥 감자튀김에 마요네즈 네 개 뿌려서 먹는 걸로. 마요네즈는 오뚜기 것을 사용하더라. 태국 마요네즈가 그립다.
머스타드 소스가 부드러울 경우엔 마요네즈를 섞어 먹으면 맛있는데, 쉑쉑 머스타드는 좀 까칠한 느낌이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까칠하면 부드러움과 쉑쉑 잘 안 된다.
추락해서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감자튀김. 너의 장렬한 전사는 만 칠천 삼백 원.
이제 대략 나갈 때가 됐나 시간을 보자, 만 칠천 삼백 원.
예쁘게 소스를 찍어먹자 만 칠천 삼백 원.
영수증은 잘 찢어서 버리자 만 칠천 삼백 원.
탄산이 없는 레모네이드는 꽤 괜찮았다. 어쩌면 동대문 지나가다가 주체할 수 없는 돈의 무게로 주머니가 무거울 때 약간 허영질을 해야겠다 싶으면 레모네이드 하나 쯤은 다음에 또 사먹을지도.
저녁시간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여유롭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가지고 노닥거리던 사람들이 슬슬 눈치보며 일어나서 나갈 때 쯤 나도 나왔다. 뭐 딱히 재미있는 것도 없었고.
바깥에 이렇게 쉑쉑버거 메뉴판이 걸려 있다. 대체로 메뉴판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들은 그냥 가던 길 가더라. 나도 애초에 이걸 발견하고 유심히 들여다봤다면 안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뭐 어쨌든 뉴욕의 맛을 봤다는 걸로 만족을 하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만 칠천 원이면 런치타임 빅맥이 세 개 아니냐. 아이고. 어쨌든 내 돈 내고는 다시는 사 먹을 일 없는 쉑쉑버거 탐방기 끝. 애인이 쉑쉑버거 안 사주면 헤어지자 하면 그래 헤어져 할 테다. 이틀은 굶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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