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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맛집이 될 수도 있을 부리또 집 - 부스 부리또국내여행/서울 2017. 6. 5. 18:33
부리또(burrito)는 또르띠야에 콩과 고기 등을 넣어서 만드는 멕시코 음식이다. 만드는 곳에 따라서 고기를 많이 넣기도 하고, 야채를 많이 넣기도 하고, 이런저런 것들 막 때려넣기도 해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또르띠야에 돌돌 싸 먹는다는 형태면 일단 부리또라 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 앞에 부리또 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나름 여기서도 부리또 비슷한 것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들러볼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부리또 먹으려고 멀리 나가는 거 너무 부담스럽잖아.
서울시립대 앞에 새로 생긴 부리또 집은 '부스 부리또'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세븐일레븐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저기는 짜장면집만 있는 줄 알았던 공간인데.
내부는 나름 패스트푸드 음식점이나 카페 비슷하게 꾸며놨다. 약간 헐렁한 분위기. 언뜻보면 창 밖으로 막 숲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창가에 앉아서 내려다보면 이런 분위기. 딱히 볼 건 없다. 비오는 날은 좋을지도.
중앙에는 좀 애매한 자리들이 있는데, 뭐 취향따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어차피 가게에 수천 시간 앉아 있을 것도 아닌데 대충 앉을 자리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핵심인 부리또를 주문해보자.
1. 세트 1, 2, 3 중 하나를 선택한다.
2. 부리또에 들어갈 고기를 선택한다.
3. 매운맛을 선택한다.
여기까지가 기본이다. 뒤에 있는 토핑과 사이드메뉴는 선택사항. 선택 하나 할 때마다 금액이 띠링띠링 올라가는 것이 마치 게임에서 아이템 구매하는 느낌.
참고로 나는 세트3을 선택했다. 세트3은 부리또와 탄산음료와 감자튀김이 들어가있는 메뉴다. '섞어서' 3300원 짜리 고기를 선택하니 총 6100원이 나왔다. 이 정도면 패스트푸드점 정도의 성능만 나오면 되는 가격이다.
한 오 분 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탄산음료는 주문대 바로 옆에 있는 음료대에서 셀프로 부어 먹으면 된다. 리필은 또 돈을 내야하니 아껴서 먹자.
어쨌든 부리또가 생각보다 크다. 크기 비교 샷을 안 찍었는데, 대략 2017년산 빠리빠게뜨 모카빵 정도 크기다. 모르겠으면 말고.
감자튀김도 펼쳐놓아서 적어 보일 뿐, 실제로는 양이 꽤 많은 편이다. 감자 자체가 두껍기도 하다. 겉모양은 거의 쉑쉑버거 감자튀김과 비슷한데, 맛도 똑같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좀 안타깝다. 속 간을 해서 조금 더 빠싹하게 튀겨냈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뭐 그래도 맛은 괜찮은 편이다.
부리또는 일단 양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부리또만 단품으로 산다면, 고기에 따라 3300원에서 43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주먹밥이나 김밥에 비해서 이게 한 끼 식사로 더 든든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부리또 안에 들어가는 쌀밥이다. 한국형 부리또에 쌀밥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건 백반용 쌀밥을 이용한 듯 하다. 그래서 쌀밥의 누린내랄까 구린내랄까, 보통 백반으로 먹을 때는 '구수하다'라고 표현하는 그 맛이 이런 곳에서는 누린내로 드러난다. 그리 유쾌하진 않은 맛이다. 이 맛을 잡아내기 위해 이런 곳에는 볶음밥을 주로 사용하는 거고.
사실 다른 것들은 다 괜찮았는데, 부리또 자체가 좀 안타까웠다. 물론 나만 그럴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만약, 한 번 왔던 손님들이 다시 재방문을 잘 하지 않는다면 이 점을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배는 부르다. 가끔 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노숙자 행세를 하고 싶을 때 부리또만 단품으로 사서 밖에 나가서 주섬주섬 주워먹을 계획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면이나 쌀밥류가 아닌 조금 독특한 가게들은 오래 못 가는 경향이 있더라. 아무래도 매일매일 먹기는 부담스럽다보니 사람들이 생각날 때 한 번씩만 찾다가 가게가 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부리또 집은 일단 가격과 간편함 면에서 어필 할 수도 있을테니,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개발했으면 싶다.
초창기 프랜차이즈인 것 같던데, 좀 더 뭔가를 시도해보면 좋을 듯 하다. 사실 안타까움에 이 글을 썼다. 부리또 쌀밥의 구린맛만 좀 잡아내면 추천할 만 한데. 여기 부리또를 먹으면서 생각나는 집 하나가 있었다. 근처에 있으면서도 비슷한 시기에 생긴 철판볶음밥 집. 부리또와 둘이 협업을 하거나 해보면 딱 좋을 것 같던데.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늘 먹던 밥이나 버거 같은 것에 지쳤다면 한 번 가볼만 하다. 입맛에 맞을 수도 있고.
(이디야 서울시립대점 건물 2층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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