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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전자센터 9층, 한 층이 모두 피규어 상가
    국내여행/서울 2018. 2. 1. 10:56

    남부터미널 근처에 있는 국제전자센터는 흔히 '국전'이라고 불린다. 한때는 용산과 함께 큰 전자상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던 곳이고, 나중에는 게임 씨디 같은 것으로 유명세를 이어간 곳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이미 용산 쪽으로만 발길을 옮기면서, 국전이란게 있었지라는 추억 정도만 남긴 곳이다.

     

    그런 곳을 우연히 소문을 접하고 다시 한 번 가봤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정보겠지만, 국전 9층은 한 층이 모두 피규어 상가로 이뤄져 있다고 하더라. 늦게서야 알게됐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된 게 어디냐며 방문.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에스컬레이터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여기까지 올라가는 길은 거의 테크노마트 같은 분위기다. 그냥 전자기기나 카메라, PC 부품 같은 상가들이 모여있는 흔한 분위기인데, 호객행위가 없어서 호젓한 느낌.

     

    모르지 안쪽으로 구경하러 들어가면 테크노마트 처럼 또 기분 상하게 하는 양아치 호객행위가 있을지도. 어쨌든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 타고 9층까지 쭉 올라가면 신세계가 나온다.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아아 영롱하다.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기본적인 형태는 여느 전자상가와 비슷한 구조다. 여러 개의 가게들이 구역을 나누어 옹기종기 모여 앉은 형태. 하지만 그 가게들을 꽉꽉 채우고 있는 것은 시커먼 pc 부품들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피규어들이다.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가히 9층 전체가 피규어 전시장이라 할 만 하다. 가게마다 큰 진열장도 있어서 온갖 종류의 피규어를 구경할 수 있다. 진열장에 밝은 조명이 반사되어 제대로 구경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피규어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이나 장난감, 가챠, 에니메이션 관련된 일러스트 등의 각종 물건들, 그리고 코스프레 의상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볼 수 없었던 피규어를 여기서 볼 수 있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여기는 언제 한 번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한 번 가보고 싶다. CPL 렌즈 끼워서 진열장 안쪽도 제대로 찍어보고 싶고. 아아 신세계다. 하지만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다. 늙어버렸어.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영혼이 머리 위에 동그란 링을 달고 있듯이 머리 위에 가격표를 달고 있는 미니 피규어들. 그렇다, 자본주의에선 가격이 영혼이다. 단순히 이름을 불러주는 것 따위론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런 공짜는 없어.

     

    네가 나에게 돈을 주었을 때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 라는 것이다.

     

     

    가게마다 주인장 취향대로 상품이 들어가 있는 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것이 덕업일치라는 거겠지. 물론 모든 주인들이 이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장사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정말 위험한 곳이다. 돈 있을 때 가면 셀프 강탈 당하기 딱 좋다.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피규어들은 조그만 거라도 가격이 꽤 있기 때문에 망설일 수 있는데, 가챠 같은 종류는 크게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라서 구경하다보면 하나가 손이 쥐어져 있다. 아무도 호객하지 않고, 사라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도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다. 아아 위험해.

     

     

    요츠바. 웬만한 가격이었다면 이것도 주워왔을 테지. 아무래도 이곳은 오늘부로 잊는 게 좋을 듯 하다. 계속 기억하고 있으면 돈 생길 때마다 달려갈지도 몰라.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옛날에 건담 종류를 몇 개 조립했다가 이사하면서 다 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지. 이런걸 수집하기 위해서는 일단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 프라모델 수집 취미를 살리기 위해 집을 사자. 하지만 진열장 용도로 쓸 집이 너무 비싸. 아직도 꿈을 이루지 못 했다는 이야기.

     

    조그만 피규어는 대충 들고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누군가 주면 되니까 프라모델보단 조금 낫더라.

     

    국제전자센터 9층 피규어 상가

     

     

    어쨌든 그랬다는 이야기. 아래로 내려가면 식품 매장도 있지만, 이미 밥 사먹을 돈을 피규어에게 줘버렸어. 괜찮아, 밥은 먹어도 몇 시간 지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피규어는 이론상 영원하니까.

     

     

    국제전자센터 9층, 한 층이 모두 피규어 상가

     

    물건들이 마치 도매상 처럼 쌓여 있는게 많은데, 상가 주인들이 의기투합해서 일종의 전시장 같은 분위기로 꾸며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겠지.

     

    어쨌든 예술의전당이나 남부터미널에 갈 일이 있다면 국제전자상가 9층도 한 번 가보자. 굳이 뭘 사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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