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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숲길 2, 화랑대역 철도공원 - 태릉선수촌국내여행/서울 2019. 5. 18. 19:47
앞편에서는 경춘철교에서 공트럴파크를 거쳐서 화랑대역까지 소개했다. 이제 경춘선숲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랑대역 폐역부터 구경하고, 이후 구간을 끝까지 한 번 걸어보겠다.
> 경춘선 숲길 1, 경춘철교 - 공트럴파크 - 화랑대역
화랑대역은 옛날에는 태릉역이었지만,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해오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경춘선 노선이 바뀌면서 폐역이 됐다.
전체 경춘선 숲길을 따져보면 화랑대역 위치가 좀 외딴 곳에 있는 느낌이지만, 지하철 화랑대역 근처에 있고, 소위 공트럴파크와도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고, 볼거리도 있는 편이다.
특히 폐역사가 역사관으로 꾸며져 있고, 야외는 여러가지 열차를 구경할 수 있는 철도공원으로 꾸며져 있어서 나름 볼거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은 경춘선숲길의 상징 같은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햇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너무 뜨거울 때는 피하는 게 좋겠다.
공릉동 쪽에서 길을 건너와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흰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협궤열차가 눈에 띈다. 이 열차는 1951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73년까지 운행하다가 퇴역하고, 75년부터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됐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놨다.
이 열차는, 최근에 딱 이 각도에서 방탄소년단 RM이 사진을 찍어 올려서 화제가 됐다. 각도는 이 각도지만, RM이 사진을 찍은 곳은 이 사진에서 한 칸 뒷쪽의 계단이다.
창문을 통해서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의자가 딱딱한 건 둘째 치고, 저 간격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서로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싶다. 거의 무릎이 맞닿을 것 같은데. 그래서 옛날 기차여행이 정겨웠던 것인가.
일 년 전만해도 열차 안쪽에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문이 열리지 않게 돼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열차도 마찬가지였다.
그 앞쪽엔 '황실 노면전차' 모형이 있다. 1899년 대한제국 시절에 최초로 운행됐던 개방형 노면전차의 모형인데,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던 것을 옮겨왔다.
말 그대로 모형이라 대충 구경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이 모형 전차 너머로는 길 건너편 육사 입구가 보인다. 군 간부들은 왜 그리 골프장을 만들려하는가라는 의문이 슬쩍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아까 봤던 협궤열차. 앞쪽에 혀기1 증기기관차도 있는데,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이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잘 안 찍히더라.
나름 기차역이나 철로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그런지 모델 촬영 같은 것도 하더라. 출사지가 되기보다는 관광지가 되는게 좋은데.
이건 체코에서 운행되던 노면전차(Tram). 노원구가 체코 대중교통박물관에서 구매한 것으로, 1989년 제작한 T3형 노면전차(T3SU-CZ)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프라하에서 운행됐다.
이것은 고종 때인 1899년부터 1968년까지 사용했던, 일부 유럽형 노면전차와 비슷한 차량이라 한다. 그래서 들여온 거라고.
2016년까지 운행했던 거라면 조금 수리하면 관광용으로 조금씩 다니는 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이것도 내부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은 히로시마에서 운행됐던 노면전차. 1960년대까지 한국에서 운행됐던 것과 유사한 것으로, 1957년 일본에서 제작됐다. 원래는 오사카에서 사용하려고 했지만, 거기서 전차가 사라지면서 히로시마로 넘어가서 운행됐다고. 이 차량은 노원구에 무상 양도한 것이라 한다.
구석 안쪽에 처박혀 있는 미카5-56호 증기기관차. 일본에서 제작됐고, 1952년 도입해서 경부선 구간을 운행했던 화물용 증기기관차. 1967년 디젤기관차가 나오면서 운행이 중단됐는데, 75년부터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됐던 것을 2017년에 여기로 옮겨왔다.
이렇게 화랑대 폐역 앞 선로에는 열차를 하나씩 넣어서 철도공원으로 조성하는 중이다. 어쩌면 앞으로 통일호, 무궁화호 같은 것도 들어올지 모르겠다. 궁극의 목표는 은하철도 999로 하자.
미카를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그 뒷편으로 길이 있는지 없는지 살짝 헷갈리는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경춘선숲길이 이어진다. 저 뒤로 태릉선수촌 방향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다.
이쪽은 자전거 통행 금지다. 자전거는 서울여대 쪽으로 나 있는 큰 길가 인도를 이용해야 한다. 화랑대역 앞쪽에서 도보길과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고, 나중에 태릉선수촌 앞쪽에서 다시 만난다.
그래서 경춘선숲길을 구경하려면 이 구간은 걸어서 가야하는데, 이후 사진을 보여주겠지만, 이 구간은 딱히 구경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계속 길을 가기 전에, 화랑대역 폐역사를 전시공간으로 꾸며놓은 화랑대역사관을 구경해보자. 이 건물도 다른 간이역과는 달리 비대칭삼각형을 강조한 박공지붕구조를 가져서 희소성이 있다고 하는데, 응 몰라.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반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일단 시원해서 좋다. 간이역 대합실 정면에는 화랑대역 역사를 이미지화 해놓은 판넬이 있고, 벽면에는 옛날 사진 등이 걸려 있다. 한쪽 옆에는 표 파는 곳과 역무실이 있는데, 그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이런저런 전시물과 7080 교복 체험 같은 것들이 있다. 이쪽에 직원이 앉아있어서, 사람 없는 줄 알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열차 안 처럼 꾸며놓은 작은 공간이 나온다. 의자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을 듯 한데, 그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더 안쪽 공간은 사무실 처럼 생겨서 슬쩍 보고 나왔는데,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까 매점이라고 돼 있었다. 매점을 과연 운영하는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내가 봤을 땐 별거 없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어쨌든 딱히 쓸 데 없는 팜플렛에 스템프를 찍고 나오면 끝. 여름이나 겨울철엔 지친 몸 피할 곳이 이곳 밖에 없어서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
멀리 육사 안쪽을 한 번 구경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중간중간 육사 입구가 나온다. 이걸 지나치면서 계속 길을 이어간다.
화랑대역부터 구리쪽 서울시 경계까지는 계속 이런 길이다. 한쪽에는 철로, 한쪽에는 인도가 나 있는데, 전체 폭은 그리 좁지 않지만, 인도는 좁은 편이다. 사람 두 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다.
양쪽으로 육사 부지가 있어서 그런지, 이 길에서는 사진 찍는다고 조금만 멈춰서도 CCTV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길이 도심에 있었으면 우범지대가 되기 쉬운데, 여기는 외곽지역이라 괜찮을 걸까. 사람이 별로 많이 다니지 않지만,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는데, 밤에는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하다. 경찰을 불러도 찾아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곳이다.
어쨌든 태릉선수촌 앞까지는 위 사진과 같은 길만 계속된다. 진짜 다른 모습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걷다보면 좀 재미가 없어지고 지치기도 한다. 중간에 빠져나갈 곳도 마땅치가 않고.
차라리 이 구역은 작은 노면전차를 운영하거나, 소형 모노레일로 양방향을 오가거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구역 자체는 별 볼 게 없지만, 화랑대역에서 출발해서 갔다온다는 걸로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모노레일로 달리는 레일바이크 같은 걸 도입하면 돈도 비교적 적게 들 텐데. 어쨌든 이 구간은 뭔가 기발할 아이디어가 필요할 듯 하다. 그냥 걷기 코스로는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태릉선수촌 앞쪽에 다다르면 옆으로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차도 옆으로 인도가 있고, 거기에 자전거길도 있다. 그러니까, 화랑대역에서 분리된 도보길과 자전거길이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된다.
태릉선수촌과 삼육대학교 사이 쯤 되는 지점에서는 아예 자전거길이 이렇게 내려와서 만난다. 더 걸어가면 담터마을이 나오고 구리시로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길을 보면 느끼겠지만, 더 걸어가는건 무의미해 보인다. 자전거라면 이 길을 타고 구리와 퇴계원으로 쭉쭉 빠져나가봐도 좋겠다.
뛰어가시오. 이쯤에서 걷기를 끝내고 자전거길을 따라서 위로 올라갔다.
태릉선수촌 앞에서 버스를 타는걸로 끝. 이 일대엔 태릉(중종왕비문정왕후릉), 강릉(명종인순왕후릉)과 삼육대학교도 있고 하니, 기운 남으면 더 구경해보자. 난 지쳐서 이만.
p.s.
경춘철교부터 화랑대역 철도공원까지는 걸어볼 만 하다. 많이 걷는 것 싫으면, 화랑대역부터 구경하고 공릉동 도깨비시장까지만 걸어가서 이것저것 사먹는 걸로 경춘선숲길을 즐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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