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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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에 동해 바다는국내여행/강원도 2020. 9. 19. 12:49
이곳에 도착한 날 비가 내렸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파도로 마을을 삼켰고, 11월과 닮았던 비는 영혼까지 아프게 때렸고, 마침내 태풍이 왔다. 세상 따위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홀로 그렇게 외쳐보아도 비바람에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스러질 뿐이었다. 바람 불면 날아가고, 비가 오면 씻겨가고, 태풍이 오면 쓸려가며, 그 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우산을 부여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도 볼 수 없는 세상의 끄트머리 어디에서 태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린 사람이 결국은 생의 한 가운데에 있었음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야 했다. 맑고 뜨거운 여름 하늘처럼 치솟던 분노는 태풍으로 쓸려나가 비바람에 침잠했다. 비로소 나는 실로 오랜만에 어둡고 평화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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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토지 판매자의 논리웹툰일기/2011~ 2017. 10. 30. 16:25
실제로 'UN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 있다. 번역에 따라 우주 천체 조약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1967년에 만들어져서 한국은 물론 북한도 서명해서 총 107개 국가가 참여한 조약이다. 지구 밖 영역에 대하여 최초로 많은 국가들이 참여한 대규모 조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아직까지 유효하다. 이 우주조약 2조에 이런 내용이 있다.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은 주권의 주장에 의하여 또는 이용과 점유에 의하여 또는 기타 모든 수단에 의한 국가 전용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국가'만 언급했고, '개인'은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개인의 소유권 주장은 타당하다는 것이 달 판매자의 논리다. 사실 달 토지 판매를 시작한게 꽤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고, 아직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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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이달 - 달과 6펜스 그리고 매트릭스리뷰 2017. 10. 6. 18:35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은행에서 계약직 직원이 된 주인공 리카(미야자와 리에). 은행 영업직원으로 고객들의 집을 방문하여 상품도 추천하고, 예금과 출금 서비스를 하는 것이 주 업무다. 어느날 외근을 마치고 잠시 들른 백화점에서 충동구매를 하고는 돈이 부족해서 고객의 예금에서 1만 엔을 꺼내 쓴다. 물론 곧바로 ATM기에서 돈을 뽑아서 메꾸기는 했지만, 여기서부터 리카의 일상에 금이간다. 그리고 한 고객의 집을 방문하다가 알게 된 대학생과 불륜을 벌이면서 돈이 필요해진 리카는, 결국 고객의 예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범죄를 저지른다. 이후 그녀의 범행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규모가 커진다. 영화 종이달(紙の月)은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원작의 시대배경이 1996년 일본의 버블경제가 가라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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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트 테마 여행 -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관람하기해외여행/싱가포르 2017 2017. 6. 5. 10:00
싱가포르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Art science museum, 예술 과학 박물관)'도 마리나 베이의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독특한 외형 때문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다섯 개의 손가락 모양이라 하기도 하고, 연꽃 모양을 본땄다고도 한다. 어쨌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설계한 모셰 샤프디가 디자인 한 곳으로, 독특한 외형과 함께 이 앞에 넓은 공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근처에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내부는 예술과 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라 할 수 있다. 뭔가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어떤 것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전시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싱가폴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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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발표한 소행성 2016HO3, 지구의 동반자 준위성IT 2016. 6. 22. 02:46
큰 언론사에서 '제 2의 달'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사 발표를 인용해서 (약간) 화제가 됐다. 2016HO3 소행성 이야기인데, 결론부터 말 하자면 "제 2의 달"은 좀 오버다. > 지구 인력에 소행성 끌려와.."지구의 2번째 달", KBS, 2016.06.21. 나사(NASA) 공식 홈페이지의 발표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렇게 쓰여져 있다. "Since 2016 HO3 loops around our planet, but never ventures very far away as we both go around the sun, we refer to it as a quasi-satellite of Earth," (Small Asteroid Is Earth's Constant Companion, NASA,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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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달 탐사 프로젝트, 한국형 발사체 + 예산과 정치IT 2014. 11. 12. 17:50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달 탐사선 계획'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 일단 가까운 과거 정부들의 우주 개발 계획부터 간단히 알아보겠다.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로드맵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과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로드맵'이 발표됐다. 이때의 목표는 우리 기술로 우리 땅에서 로켓(발사체)을 쏘아 올리자는 것이 주 목표였다. 그래서 세부 계획도 이에 맞춰져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추진되어 결국 발사된 것이 바로 '나로호'다. 러시아와 공동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이 생겨서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2009년 1차 실패, 2010년 2차 실패를 거쳐서 결국 2013년에 성공했다. 물론 3차 시도에서도 발사 전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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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육백원, 월식과 슈팅스타 (달은 인공구조물?)IT 2011. 6. 19. 13:08
얼마전에 있었던 일식을 보고는, 갑자기 은하계를 닮은 슈팅스타가 생각났지. 어쩌면 달이 지구로 향하는 수많은 소행성들을 몸빵해주기 위한 가드(guard)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외계인의 기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림살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인천 앞바다에 UFO가 떴어도, 배고프면 뭔 소용. 일단 밥이나 먹자구. 달의 인공위성 설 - 지진파 실험, 지진계 관측 결과, 종을 울리는 것 같은 현상이 관측되었다. - 달이 생각보다 너무 가벼워서 내부가 비어있는 게 아닌가라는 추측. (자연 상태에서 천체의 내부가 비어있을 수 없음) - 달의 암석 물질이 지구의 그것과 매우 다르고, 달에서 채취한 일부 암석은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밝혀짐. - 달의 크레이터들이 지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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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의 달을 보고 싶었다 - 경복궁 야간개방국내여행/서울 2011. 5. 21. 14:59
경복궁 야간개방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 밤 만사 재쳐두고 한 달음에 달려 갔다. 경복궁 야간개방 자체가 자주 열리는 행사도 아니고, 그 기간에 시간 내서 구경 가는 것 또한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간개방 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그 기간에 직장에서 야근 등의 일정이 잡혀 있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면 놓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부지런히 봐 두는 것이 좋다. 내게 경복궁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다. 아마도 갈 때마다 만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그랬을 테다. 맨 처음엔 언제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 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구경 갔을 테다. 광화문 쪽에 놀러 갔다가 괜히 한 번 발길을 옮겨 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