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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울진 - 죽변항 - 나곡해수욕장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17. 14:31
울진군청 근처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자전거길을 찾아서 외곽으로 벗어났다. 아파트도 많고, 뭔가 이것저것 많은 동네였지만 특별히 관심이 갈만 한 것은 없는, 도시 느낌이 나는 읍내였다.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자전거길을 벗어나도 금방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는게 좋았다. 중고등학교 규모가 꽤 큰 것이 기억에 남는 동네.
울진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서 바다 쪽으로 넘어가는 길. 오르막길을 슬슬 오르다가 이런 급경사가 나왔다. 직선 도로면 좋았을 텐데,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방심하고 달렸다간 빠져 죽기 좋겠다.
여기도 있는, 길 없음. 길 없음이 있으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울진 안쪽 내륙으로 가는 길도 있고, 7번국도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바로 고개를 넘어 바다로 빠지는 길로 가도록 하자. 아까 그 내리막에서부터 양정항까지 길이 예쁘다. 이때는 비도 슬슬 그쳐서 경치 구경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물고기 바위라거나 괴물바위라거나 무슨 이름이 있을 것 같은 바위도 있고. 그 옆을 구불구불 지나가는 길도 나름 운치 있다. 태풍 오면 다이나믹 할 것 같더라.
봉평해수욕장 가기 전에, 양정항 윗쪽에 작은 해변이 있었다. 해변 끄트머리에 차도로 나가는 길목에 커피루나라는 카페가 있는데, 자전거로 달리면서도 눈에 띄는 곳이라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외로 사람이 많았고, 여유롭게 카페를 즐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긴 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가 꽤 유명한 곳인 듯 했다. 사람들 후기를 보니까 이구동성으로 말 하는 특징이 에어컨이 빵빵하다는 거였다. 물론 경치가 좋다는 말도 있었고.
이런 곳은 자전거 타면서 거지꼴로 가기보다는, 대중교통이라도 타고 느긋하게 여행할 때 가야 제맛이겠지 아마도. 그러면 다시는 못 가 볼 것 같은데.
봉평해수욕장. 남쪽엔 울진, 북쪽엔 죽변항이 있어서 그런지, 이 일대에 펜션이 많았다. 죽변은 울진보다는 작지만 은근히 관광지 같은 느낌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인지 이 해수욕장도 은근히 이런저런 시설들이 마련돼 있는 편이었다. 맑은 날이면 바닷물도 꽤 맑을 것 같더라.
죽변항으로 유명한 죽변리에 접어들었다. 여기도 식사를 하거나 펜션 정도는 구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마을이었다. 사실 울진보다 죽변항이 더 유명하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와, 1박2일 촬영지가 있어서 그럴 테다. 하지만 둘 다 안 본 나는 그냥 좀 복잡한 바닷가 마을일 뿐이었다. 바다에 음식물 쓰레기 좀 안 버리면 좋겠더만.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이라고 표시돼 있는 길로 가면 이런 언덕길을 몇 번 오르내려야 한다. 나중엔 동네 골목길 같은 곳으로도 들어간다. 여기까지 왔으니 드라마 세트장 구경하라고 길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듯 하다.
하지만 세트장에 별 관심이 없다면, 죽변면사무소 직전에 시내를 통과하는 차도를 타고 바로 북쪽으로 올라가도 된다. 그러면 결국 바닷가를 빙 둘러가는 자전거길과 만나게 되고, 대략 한 시간 정도는 절약할 수 있을 테다. 물론 대부분은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 한 번 하자고 바닷가 길을 택하겠지만.
지도를 봐도 대략 여기가 독도까지 최단거리인 것 같기는 한데, 아쉽게도 여기서는 울릉도 가는 배가 없다.
올라갔다 내려가고, 빙 돌아서 또 올라간다.
아마 저것이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 같은데. 딱 봐도 폭풍 속에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1박2일 촬영했다는 뭔가는 못 찾았다. 펜션에서 촬영한 거였나. 그냥 이 일대에서 뭔가를 한 건가. 몰라, 별로 알고싶지도 않고.
어쨌든 저 위치에 진짜로 집을 짓고 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태풍 오면 아주 그냥 잠수함을 탄 것 같겠지.
이 조그만 동네에 언덕이 왜 이리 많은지. 오르막길 오르다가 하루 다 가겠다. 근데 이 조그만 동네에서도 중심가 쪽은 아파트와 새로 지은 건물 같은 것들이 있고, 바닷가 쪽은 오래된 단층집 같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동네가 구분되는게 좀 신기했다. 바닷가 쪽과 내륙 쪽이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어찌어찌 가다보면 북면을 지나서 나곡해수욕장. 어쩌다보니 해수욕장 이름만 나열하고 있네. 근데 정말 이 일대에선 이따금씩 나오는 마을 지나고, 바닷가 도로 달리며 바다 구경하고, 그게 전부였다. 오늘밤 어디서 잘까, 지금까지 돈을 너무 많이 썼다 같은 고민만 떨칠 수 있다면, 무념무상으로 도를 닦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가까이에 마을이 있어서 해변에서 짜장면을 주문해도 될 것 같지만, 한 그릇 주문하면 아마 그냥 가게 와서 먹으라는 소리 듣겠지.
어쨌든 여기는 조그만 해수욕장인데 구조가 좀 특이하다. 백사장은 당연히 바닷가에 있는데, 백사장으로 가려면 조그만 다리를 건너야 한다. 백사장과 육지 사이에 조그만 개천이 있다. 비가 많이와서 모래가 유실된게 아니라 원래 이런 구조인 듯 하다.
안쪽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 데크도 몇 개 있다. 성수기에는 소형 5천 원, 대형 1만 원을 받는데, 비수기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성수기는 보통 7-8월이지만, 동네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으니 현장에서 분위기를 살펴보는게 좋다.
나곡해수욕장을 지나니, 길이 바로 하이랜드로 올라갔다. 해 질 때 다 돼서 자전거 끌고 산을 올라가니 죽을 맛인데, 여기가 또 분위기가 너무 휑하다. 산 깎아놓은 모양새도 좀 위화감이 들고, 바닥에 모래가 흩뿌려져 있어서 자칫하면 자전거가 미끄러질 수도 있는 위험도 있고.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지만 길이 좁고 갓길이 없어서 아주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이 구간은 좀 무섭더라. 커브에 내리막길에 길 위엔 모래가 잔뜩. 갓길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이 당시는 자전거가 약간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도 불더라.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쪽 기운이 영 음산하다는 거다.
그나마 차가 별로 없어서, 손에 쥐가 날 정도로 브레이크를 잡고 조심해서 슬금슬금 내려가서 무사했지만, 이런 곳은 정말 잠깐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계속해서 산업단지를 마주보고 있는 어느 마을에 닿았을 때 해가 지고 말았다. 아까 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작은 해수욕장을 두 개 정도 지나왔지만, 딱히 내키지 않아서 지나쳤다. 그랬더니 이런 이상한 분위기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마을의 작은 공원에서 하룻밤. 다행히 작은 마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해 뜨자마자 일어나서 길을 떠날테니, 오늘은 대충 이렇게 밤을 보내기로 했다.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 강원지역 시작점인 임원해수욕장까지 가려고 했는데, 너무 욕심을 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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