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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자전거길: 속초 - 미시령 옛길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22. 15:09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딱히 자전거길이 없긴 한데, 그래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들 가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동해안 자전거 여행도, 미시령을 넘어야 뭔가 완성을 했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다. 그래서 오늘은 드디어 미시령을 넘으로 간다.
인소 게스트하우스. 하루 정도 더 머물며 속초 구경도 하고, 동네 구경도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근 한 달을 자전거 여행으로 떠돌고 있으니,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여기는 다음에 속초 놀러갈 때 다시 찾아가야지. 때때로 게스트하우스 하나가 동네를 바꾸기도 하는데, 이 동네도 여기를 중심으로 점점 뭔가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셀프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오늘도 빡빡한 일정이다. 설악산을 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짐이 있으니, 올라갈 때는 걸어서 끌고 올라갈 것을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숙소가 청초호 주변이라, 설악산 가는 길은 찾기 쉬웠다. 이른 아침이라 차도 별로 없었고. 어느정도 외곽으로 나가면, 산으로 가는 큰 길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됐다.
울산바위는 정말 멋있구나. 이제 곧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지만, 즐길 수 있을 때는 즐기자. 산도 있고, 바다도 있어서 그런지, 이 동네는 차도도 공기가 좋더라.
미시령 톨게이트 가기 전에, '미시령 옛길' 교통안내 표지판이 있다. 정상소통이 기본형이고, 날씨가 안 좋으면 통행금지를 알리나보다. 여기가 통제되면, 꼼짝없이 다시 속초로 돌아가서 고속버스를 탈 수 밖에 없다. 겨울철은 아마 거의 대부분 눈 때문에 통제될 테고, 다른 계절에도 뉴스를 살펴보도록 하자.
미시령 톨게이트 바로 앞에 울산바위촬영휴게소가 있다. 그냥 국도변 작은 휴게소다. 이 앞에서 길이 갈라져서, 미시령 옛길은 산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골프장 인근 지역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아직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이상하게도 산 속 길보다 이쪽 길 상태가 좀 안 좋더라.
정상기점 7km. 아직 좀 더 자전거를 달릴 수 있지만, 여기서부터 걸어간다해도 정상까지 서너시간 정도면 되겠다. 미시령 해발고도는 826미터 밖에 안 된다. 에베레스트에 비하면 뒷동산이다.
미시령 옛길은 자전거 우선도로 표시가 돼 있더라. 갓길이 없어서,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자전거가 딱히 갈 길이 없다. 슬슬 오르막길이 시작되면 커브길이 많아지지만, 길 상태는 좋은 편이었다.
산 위에서 조금이라도 가깝게 울산바위를 접하면, 커다란 바위들이 구름의 흐름에 어우러져, 시시각각 그림자가 바뀌면서 색깔도 조금씩 바뀌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걸 보고 있으면 한 없이 빠져들게 된다. 사진으로 잡아내지 못 한 것이 안타까울 뿐.
중간중간 길 가에 조그만 쉼터가 있다. 별달리 뭐가 있지는 않고, 그냥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벤치가 있는 정도다. 쉬면서 산 구경도 하고 사진 찍고 하기엔 좋다.
이건 무슨 표시인지 모르겠다. 계속 가면 새 된다는 건가.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돼도, 중간에 짤막하게 평평한 길들이 나오기도 한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올라가다가도, 이런 길을 만나면 잠시 다시 타고 간다. 타면서 끌면서 놀멍쉬멍 그렇게 조금씩 올라간다. 티끌모아 태산이니 태산은 티끌이다.
어느정도 올라가면 속초 시내와 동해안이 한눈에 보인다. 여기서 날다람쥐 같이 생긴 플라잉수트 입고 날아보고싶다.
한참 그렇게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다보면, 어느순간 평평한 길이 나오면서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온다.
드디어 미시령 정상. 황량하고도 넓은 주차장이 있고, 한쪽에 조그만 화장실이 있다.
정상 자체는 주차장 밖에 없다. 주차장 끄트머리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경치를 감상하는게 전부인데, 올라오면서 길 가에서 본 것보다 좋지는 않다. 게다가 바람이 정말 미친듯이 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자전거를 세워두면 넘어질 것 같아서 눕혀놨을 정도다.
몇 시간을 걸어서 올라왔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정상에선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조금 둘러보고는 바로 하산해야 했다. 정상에선 볼 것이 별로 없으니, 올라가면서 틈틈이 구경하는게 좋다.
미시령 표지석. 보통 여기서 기념촬영을 한다.
정상에서 내륙쪽으로 넘어가면 인제군이 시작되는데, 인제군은 돈이 없는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고성군 쪽 길에 비해서 도로가 영 관리가 안 되고 있더라. 꼭대기를 가운데 두고 두 지역의 길 상태가 너무 다르다.
정상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되니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되겠지 싶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경사가 너무 급하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있는 상태에서는 가속도가 붙어서 위험하다. 그래서 대략 1킬로미터 정도는 다시 걸어서 내려왔다. 내리막길이 있어도 걸어가는 신세.
실제로 자전거들이 미시령을 내려가면서 사고가 많이 나기도 한다.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내려서 걸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적당한 경사가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사진이 없다. 내리막길을 타고 신나게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런 내리막길을 포기할 순 없지.
그래서 쭉 내려와서, 미시령 터널 쪽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잠깐 쉬면서 한 장.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출발만 하면 다시 굴러내려간다.
미시령 정상 언저리부터 황태마을을 거쳐서, 구만동계곡이 있는 구만교차로 인근까지는, 거의 페달 한 번 밟지 않고 쭉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었다. 설악산이 끝나고도 은근한 내리막이 계속돼서, 별로 볼 것은 없지만 가만 있어도 자전거가 굴러가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이걸 반대로 올라가면 은근한 오르막이 꽤 오래 계속돼서 많이 힘들겠다.
황태마을에서 밥을 먹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비싸겠지 싶어서 계속 쭉 내려갔다. 용대리 쪽에서 편의점이 보이길래,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조금 늦었지만 거의 끼니를 맞춰 먹을 수 있었는데, 이후 밤까지 또 아무것도 못 먹고 달려야 했다.
음료수는 항상 1+1 행사 하는 것을 사서,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넣어서 간다. 라이딩 하다보면 당이 부족해지니까. 어쨌든 오늘은 산을 하나 넘었기 때문에 제일 비싼 도시락을 사 먹었다. 나름 보람찬 하루.
여기서부터 인제 근처까지도 거의 평평한 길이거나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자전거로 가기 편했다. 가끔 사람들이 문경새재와 미시령 넘기를 비교하며 어느 쪽이 더 힘들다 말 하기도 하는데, 내가 보기엔 둘 다 힘들고, 둘 다 지나면 추억이 된다. 근데 둘 다, 자주 할 만한 짓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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