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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자전거길: 자라섬 - 샛터삼거리 - 밝은광장 인증센터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6. 25. 19:21
자라섬 입구의 경강교 인증센터에는 커다란 자전거 펌프가 있어서, 튜브에 공기를 빵빵하게 채우고 바로 가평 안쪽으로 달렸다. 주말이라 자전거 타고 나온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마침 이때 행사가 있기도 해서, 이 일대에서는 쉴 수가 없었다. 평소엔 비교적 조용한 곳인데, 가끔 행사가 있으면 차가 꽉 막힐 정도다.
길에 차와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런 타이밍에 찍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차도 사람도 꽤 있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걸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평 벗어나기 직전에 편의점이 보이길래 점심을 먹었다. 여기도 사람이 많아서, 컵라면도 앉아서 먹기 힘든 어수선함 때문에 그냥 빵 하나로 끼니를 떼웠다. 어차피 여기까지 별로 힘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힘든 길이 없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만 먹자는 생각으로 간단히 먹었다. 하지만 이것도 싸진 않다. 차라리 컵라면을 먹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다.
그래도 스티커가 남았다. 국토종주하면서 카카오프랜즈 스티커 모아서 붙이고 다닌 사람은 나 뿐이지 않을까 싶은데.
자라섬에서부터 서울쪽으로는 꽤 오랫동안 강을 볼 수 없다. 북한강 자전거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그래도 서울에서 간단하게 나가서 즐길 수 있는 길이라 사람은 엄청 많다.
여기쯤 오면 또 쫄쫄이 입은 놈들의 고질병이 시작된다. 마주쳐서 지나가는 사람을 고개까지 돌려가며 빤히 쳐다보는 행위.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자기 앞길이나 잘 보고 갈 것이지. 사람 별로 없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안 그런데, 꼭 도시쪽은 이런 인간들이 많다. 도시병인가.
이제 슬슬 터널도 자주 나온다. 자전거길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은 편인데, 그래도 터널은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는게 좋다. 가끔 썬글라스 쓴 채로 진입한 자전거가 휘청거리거나 지그재그로 중앙선을 침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귀찮아서 안 벗을거면, 그냥 투명 고글을 쓰란 말이다.
그냥 북한강 자전거길. 그동안 달려온 길들에 비하면 좀 재미가 없다. 벌써부터 동해안 길이 막 떠오른다. 며칠 전만 해도 시원한 바다 옆을 달렸는데.
청평대교와 경춘선과 또 작은 다리 하나해서 세 개가 주르륵 나열돼 있다. 이제 슬슬 서울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청평으로 접어들면 다시 강을 만날 수 있다.
대성리 지나서 강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샛터삼거리 인증센터. 여기는 두물머리 쪽으로 향하는 한강 자전거길과, 남양주 쪽으로 가는 경춘선 자전거길이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자전거 끌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인증센터 앞쪽으로 난 길을 직진해서 가면 마석역 쪽으로 가는 길이고, 남쪽으로 꺾으면 두물머리 쪽으로 가는 길이다.
사실 북한강 자전거길은 딱히 소개할 것도, 쓸 것도 없다. 물론 강변으로 달려보면 나름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나들이 장소이긴 하다.
쭉 내려와서 운길산역 근처의 밝은광장 인증센터. 여기는 주말엔 등산가는 사람들과, 그냥 구경하러 나온 사람,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그래도 이곳은 공간 자체가 넓어서, 한강을 끼고 있는 다른 자전거길 쉼터보다는 여유롭게 느껴진다. 절대적인 사람 수보다는 밀도가 문제다.
어쨌든 여기가 이번 여행의 종착점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다가 그늘에서 한껏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 멍하니 앉아서 마음을 정리하기 좋았다. 사실 정리고 뭣이고 없고, 오늘 하루종일 먹은게 거의 없어서 배가 고프다는 생각 뿐이었고,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니 머릿속은 온통 피자 생각으로 가득차버렸다. 오타 아니다. 햄버거 먹고 싶었는데 피자만 떠오르더라. 뭔가 이상해졌나보다.
비, 바람, 바닷바람 엄청 맞아서 여기저기 녹슬고 삐걱대며, 기어도 고장나버린 자전거. 펑크 한 번 안 나고 여기까지 버텨줘서 고마웠다. 물건에 인격을 부여하거나 애착을 가지면 혼이 깃들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 어차피 12만 원짜리이니 미련없이 버린다. 모터헤드의 파티마 처럼. 나의 발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나를 옭아매는 쇠사슬이 되기도 했으니, 헤어짐을 아름답게 맞이하자.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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