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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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은 시간은 죽창으로 살아 보련다사진일기 2010. 5. 14. 00:27
너는 저 대나무처럼 살자 했다. 사시사철 곧고 푸른 저 대나무처럼, 비가 오고 눈이 오면 더욱 빛나는 그 기상을 여린 바람에는 흔들릴 줄도 알지만, 거센 바람에는 허리가 꺾여도 굴하지 않는 그 줏대를 잔가지 수없이 드리워도 어린 싹 키워내고, 햇볕 한 줌으로 기어이 자라고야 마는 그 투지를 새벽녘에 한 줌 이슬 드리울 줄 아는 여유와, 바람으로 노래할 줄 아는 풍류를 너는 닮고자 했다, 나도 닮고자 했다. 모진 세파를 맞아야만 했다. 누군가 더 강한, 더 질긴 사람이라면 참아낼 수도 있었을 시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너와 나에게는 견디기 힘들었던, 그래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이었지만 말이다. 너는 오동나무로 변했다. 그래 비난할 이유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그건 그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많은 쓰임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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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사진일기 2010. 5. 12. 02:29
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 그 겨울 어두운 하늘 포근히 감싸 안으며 별자리를 짚어주던 그 사람. 새벽이 올 때까지 차가운 모닥불을 체온으로 감싸며 시를 읊던 그 사람. 개나리 꽃 만발한 도심을 병아리처럼 지저귀며 다니던 그 사람. 낙엽 한 잎에 수명이 다한 양 슬퍼하며 몇날 며칠을 울적해하던 그 사람. 안녕. 이제 그 사람 여기 없단다. 그 해 겨울 저 먼 하늘로 눈보라와 함께 날아갔단다. 그 해 여름 아득히 먼 수평선 너머로 구름과 함께 노저어 갔단다. 별이 뜨지 않는 까만 밤을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 한낮의 차가운 태양 아래 마음 녹일 촛불 하나 켤 수 없어서, 그렇게 멀리멀리 떠나갔단다. 잘 살려므나 너는, 해가 뜨지 않아도, 달이 뜨지 않아도, 더이상 비가 별처럼 쏟아지지 않아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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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산 아래 천년고찰 - 대구 팔공산 동화사국내여행/경상도 2010. 5. 11. 04:28
동화사는 팔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대구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이다. 서기 493년에 세워졌고 그 후 832년에 다시 세워졌는데, 그 때 오동나무 꽃이 만발해서 이름을 동화사로 고쳐 지었다 한다. 오래된 곳인 만큼, 신라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마애불좌상, 석조비로자자불 좌상, 비로암 삼층석탑, 금당암 삼층석탑, 동화사 당간지주 등, 보물 등으로 지정돼 있는 수많은 유물들이 있는 곳이다. 마침 석가탄신일이 코 앞이라 사찰 내에는 등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이런 등은 밤이면 참 예쁜데... 대웅전 올라가는 입구에 놓여져 있는 동그란 돌덩어리 세 개. 봉황의 알이란다. 저걸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대한민국에 소원 이루게 해 주는 장치들은 참 많고도 많은데, 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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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 - 광주 구 도청 앞전시 공연 2010. 5. 10. 03:16
어찌 이 땅에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황망한 눈으로 연일 보도되던 그의 소식을 보던 때가 며칠 전 일 같다. 정신을 차리고 찾아간 분향소가 '그들'의 발에 짓이겨져 있었던 것을 목격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 것이 엊그제같다. 오고가는 사람들과 마지막 모습을 보려던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찬 그 길에 섰던 것이 마치 어제 일 같다. 그러던 것이 벌써 일 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시간은 이만큼 흘렀다. 서거 1주기 기념으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찾아갔다. 2010년 5월 8일 토요일에 있었던 서울 행사에 이어,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 광주에서 열린 행사였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 몰라도, 행사 바로 전날까지 이런 행사가 열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시내도 나갔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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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 시내구경 2/2국내여행/강원도 2010. 5. 5. 06:11
* 토고미 마을의 농촌체험 토고미 마을은 옛부터 부자동네로 소문난 곳이었다 한다. 다른 마을은 품삯으로 보리나 잡곡을 줬을 때도, 토고미 마을은 쌀을 줬다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토고미(土雇米: 품을 팔아 쌀을 받는다는 뜻)다. 그런 토고미 마을도 이촌향도 현상으로 한 때 텅 비었으나, 최근 독특한 마을 자체조합 시스템과, 토고미 자체 브랜드 홍보 등으로 농촌의 새로운 살 길을 열심히 닦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것은 앞에 포스팅 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농촌의 미래를 꿈꾼다 - 강원도 화천 토고미 마을 토고미마을에서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계절따라, 요구사항따라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는 그 중 직접 만들어 먹는 인절미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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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 시내구경 1/2국내여행/강원도 2010. 5. 5. 03:43
* 민들레김치 이걸 민들레 김치라고 불러야 할지, 민들레 무침이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생전 이런 음식은 들어본 적도 없었던 터라,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릴적에 합천 산골짝에 살아서, 동년배들에 비해 시골스러운(?) 것들을 좀 아는 편이다. 직접 소 꼴 먹이러 다니기도 했고, 쑥 캐서 떡도 해 먹고, 밥도 찌고, 모기불도 피웠었다. 나락(벼) 줄기를 다듬어 소 먹이도 만들었고, 도리깨질도 했었다. 배 아프면 할매가 막걸리 먹여줬었고, 플라타너스 우거진 개울가에서 이도 혼자 뽑고, 커다란 연잎을 비 올 때 우산처럼 쓰고 다니기도 했고 그랬었다. 그런데 민들레 김치라니. 이런 건 정말 듣기가 처음이다. 봄에 진달래 꽃잎을 따 먹기도 했고, 나팔꽃 꼭따리를 쪽쪽 빨고 다니긴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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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마음 둘 곳 없어라, 화천 파로호와 평화의댐국내여행/강원도 2010. 5. 1. 20:18
화천은 푸르다. 푸르다 못해 시리다.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굽이굽이 펼쳐진 한낮의 강이 그렇고, 수많은 눈물들이 고여 이루어진 웅덩이같은 호수가 그러하며, 그 위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말없는 상처를 감싸 안은 산들이 그렇다. 하물며 하늘 위로 흘러가는 한 점 구름마저 푸른색이 감도니, 이곳은 노란 봄이 찾아와도 언제까지나 파아란 색을 간직하고 있는 시리고 시린 북단의 등허리다. 파로호의 아침공기는 풋사과처럼 새콤했다. 달력 상으로는 완전히 봄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었지만, 이곳은 그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는 곳인 양 시간을 살짝 비켜 있었다. 강원도 간동면 구만리. 파로호는 1944년에 북한강 협곡을 막아 축조한 화천댐으로 생긴 인공호수다. 이곳에는 화천수력발전소가 있는데, 6·25전쟁 때 이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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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의 숨결을 느끼는, 강원도 화천 산소길국내여행/강원도 2010. 4. 30. 18:38
강원도 화천하면 군부대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나마도 요즘은 산천어 축제가 큰 호응을 얻어서, 그런 축제가 있나보다 할 뿐이었다. 군부대와 물고기 축제 말고는 전혀 아는 것 없는 그 곳. 게다가 강원도라는 지명만으로 쉬이 산만 겹겹이 있을 거라는 쉬운 선입관. 내 머릿속에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화천을 찾아갔다. 화천을 들어서자마자 간 곳은 '산소길'이라는 곳이었다. 처음에 산소길이라 하길래, '국군 공동묘지를 찾아가는건가'했다. 떠오르는 건 그런 것 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가 본 '산소길'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강따라 산따라 신선한 자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길이라해서 산소길이라 한다. 산소길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산천어 축제를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