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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보고서 공개, 인터넷 여론조작 전쟁
    해외소식 2018. 12. 26. 11:55

     

    12월 17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두 건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들은 러시아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해서, 2016년 미국 대선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문제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다.

     

    보고서 중 하나는 옥스퍼드대의 프로젝트 팀과 네트워크 분석업체 그래피카(Graphika)이 함께 작성했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사이버 보안 업체 ‘뉴날리지(New Knowledge)’, 컬럼비아대, 캔필드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업했다.

     

    각 보고서는 상원의 의뢰를 받아,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의회에 제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과 계정 등을 분석했다.

     

    그리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IRA(Internet Research Agency,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라는 업체에서,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서로 연결된 계정들 중 몇몇에서 광고 구매 등에 러시아 통화인 루블을 사용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IP 주소나 전화번호 등의 기록으로 증거를 찾았다.

     

    IRA는,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자금을 지원해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특검에 의해 기소된 곳이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보고서 공개, SNS 여론조작 전쟁

    (미국 상원에서 공개한 두 보고서 표지)

     

    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텀블러, 레딧, 핀터레스트, 바인, 구글플러스 등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그 많은 트롤 계정으로,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을 깎아내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여론을 유도했다. 이건 이미 러시아 스캔들 사건에서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이것 외에,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특징들을 몇 가지 있다. 이런 것이 다시 활동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고, 한국에서 벌어져도 딱히 대안이 없는 것이 우려되지만, 일단 알고나 있어보자. 미리 알고 있으면 나중에 상황 돌아가는 것 보고, 쓸 데 없이 열 내지 않고 조용히 산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

     

     

    분열 유도

     

    IRA가 관리한 SNS 계정들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 기능은 '분열'이다. 미국 시민들을 여러가지 분류로 잘게 쪼개서 분열하게 한 다음,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투표장에 가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일단은 미국 사회 맞춤형으로 아프리카계 아메리칸(흑인)을 겨냥했다. 2016년 대선 시기에, 흑인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몇 건 있었다. 영상과 함께 이런 사건들이 전해지면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가 크게 일어나고 이슈가 됐다.

     

    IRA(이름을 하필 이렇게 지어가지고)는 이 균열을 파고들었다. 주로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쏘는 영상을 보여준 유튜브 채널 'Don’t Shoot'과, 'BlackToLive' 등을 운영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블랙스타그램(blackstagram)'이라는 계정도 운영했다.

     

    특히 블랙스타그램은 팔로워 수가 30만 명이 넘고, 수많은 좋아요를 받은 인기 계정이다. 어떤 포스팅은 좋아요 25만 개와 댓글 7천 개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계정을 만들었는데, IRA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페이지 81개 중 30개가 흑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간 이미지들 예. 이미지: 뉴날리지 보고서)

     

    채널에서 마냥 흑인이 죽는 모습만 보여주고 한 것은 아니다. 미국 흑인의 역사 중 감동적인 부분을 소개한다든가, 인권운동과 흑표당, 말콤 엑스 등을 소개하며 공감을 끌어냈다.

     

    자작 컨텐츠 뿐만 아니라, 뉴스에 나온 훈훈한 이야기들을 올려서 공유하기도 했다. 자동차에서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를 감지하기 위해, 차량 범퍼에 부착하는 센서 기기를 흑인 소년이 개발했다는 뉴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 수시로 백인이 흑인을 공격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모습 등을 게시했고, 인종차별 철폐, 흑인 인권 확립 등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여기까지 맞아, 그렇지, 예스 하다보면 이제 다음 단계도 수긍하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표 거부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실제로 IRA는 흑인 운동과 인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모은 후에 이런 메시지를 퍼뜨렸다. 이들이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선이 다가오자, "힐러리 선거캠프가 KKK에게서 2만달러 기부금을 받았다" 같은 가짜뉴스도 살짝 버무렸다. 버니 샌더스나 힐러리나 다 똑같은 것들이니 투표하지 말자라는, 전형적인 정치혐오 자극이다.

     

     

     

    물론 이런 활동은 흑인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총기 문제, 기독교 문제, 동성애, 페미니즘, 이민자, 라티노, 무슬림 문제 등, 사회적으로 꽤 큰 균열이 있는 곳은 모두 파고들었다.

     

    그래서 좌파 성향의 유저를 타켓으로 한 계정은 정치 염증 유도와 함께 투표 포기를 말하고, 중간층과 우파 쪽에는 "저들은 우리를 나치 처럼 보지만, 사실은 우리가 애국자다"라면서, 민주당 혐오와 트럼프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의외로 인스타그램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가짜뉴스(fake news)'이고, 이것이 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널리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의외로 IRA가 '인스타그램'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은 셀카나 음식 사진 같은 것을 공유하는 SNS인데, 그만큼 가볍게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기도 쉽다. 트롤도 그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IRA가 운영한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이 1억 8700만 건으로, 페이스북에서 7650만 건을 얻은 것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이상 많은 반응을 얻어냈다. 뉴날리지 쪽은 "인스타그램이 러시아 개입 활동의 주요 무대"라고 평가했다.  

     

    물론 다른 SNS도 두루두루 활용했다. 한국 이용자들에게도 친숙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핀터레스트, 바인, 사운드클라우드, 레딧, 텀블러 등도 이용했다.

     

    단순히 계정 파서 프로파간다만 외친 것이 아니라, 정말 적극적으로 운영했다. 예를 들면, IRA가 운영하는 계정 하나가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와 연계해서 물건 판매도 했을 정도다. 물론 IRA가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돈을 벌기보다는 물건 판매를 통해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얻을 목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의외로 인스타그램에서 대박을 친 것을 보면, 앞으로 이런 유형의 공작들은 어느 플랫폼에서 또 의외의 성과를 낼지 예상하고 대비하기 힘들다는 뜻도 되겠다.

     

    >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 개입 의혹 관련 정리, 사건일지

     

    (게임은 계속된다, 다 죽을 때까지. 이미지: CC0)

     

     

    게임은 계속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사건을 이렇게 평가했다. 최초로 미국 대선을 노린 외세의 대규모 공작, 해외 국가가 미국 국민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공작, 냉전 이후 물리적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라고.

     

    그런데 이걸로 공격이 끝난 것이 아니다. 대선 이후에도 IRA의 인터넷 트롤 공작은 계속됐는데, 특히 2017년 4월에는 대선 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이때는 시리아 내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IS 문제가 한창 불거질 시기였다.

     

    2017년에 IRA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들에 올라온 게시물은 5956건으로, 2016년 261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러시아는 이미 에스토니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의 주변국에도 이런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기네는 그러지 않았다고 잡아떼고 있다. 그렇다면 IRA가 이름을 바꾸고, 근거지를 바꿔서, 미국을 대상으로도 계속 활동할 수도 있을 테다.

     

    더군다나 이제는 미국의 정치 공작원들도 인터넷을 이용한 여론 조작술의 사례로 이것을 연구 중이라 한다. 그렇다면 러시아 외에 다른 어떤 세력들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뒤섞여서 더욱 파악하기 힘들어 질 테고, 인터넷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될 테다.

     

    얼마 전 대만에서 있었던 선거와 국민투표에서는, 중국이 대만의 인터넷 여론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중국과 대만은 특수관계라서 인터넷으로만 하는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언론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가 포착됐는데, 어쨌든 이런 사례로 인터넷 여론 조작이 러시아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도 이미 겪은 일이고.

     

    자, 이제 이 쓰레기통 같은 현실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를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좀 더 깊은 연구는 연구비 나오는 사람들이 하라고 친절하게 남겨둔다.

     

     

    p.s. 참고

    * 보고서: The IRA, Social Media and Political Polarization in the United States, 2012-2018

    * 보고서: The Tactics & Tropes of the Internet Research Agency (pdf)

     

    * New report on Russian disinformation, prepared for the Senate, shows the operation’s scale and sweep (WP)

    * Russia's disinformation campaign wasn't just on Facebook and Twitter. Here are all the social media platforms Russian trolls weaponized during the 2016 US elections (Business Insider)

    * How Instagram Became the Russian IRA's Go-To Social Network (w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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