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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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에서 길을 잃다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5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5. 00:55
반띠아이 끄데이 (Banteay Kdei) 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춤 추는 소녀들의 홀' 이었다. 벽과 기둥 여기저기에 '압사라'가 새겨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곳이다. '압사라 (혹은 압살라 Apsara)'는 '춤 추는 여신', '천상의 무희'를 뜻하고, 캄보디아 전통춤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압사라는 익살스러운 몸짓과 앙증맞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매혹적이라기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반띠아이 끄데이'는 거의 건물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흔이 아니다. 무너질 것을 대비해서 버팀목을 세워둬야 할 정도로 훼손이 심한 건물도 있고, 다 무너지고 기둥이나 벽의 일부만 간신히 서 있는 곳도 있다. 어디서나 돌 무더기를 볼 수 있으며, 어디서나 폐허의 냄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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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그림자, 쁘레 룹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4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4. 23:32
앙코르 왓 동쪽편, 큰 호수 옆쪽에 자리잡고 있는 '쁘레 룹((Pre Rup)'은 '육신의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사원으로, 장례의식을 치뤘던 사원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0세기 후반에 지어졌을 거라고 추정되는 이 건물은, 건물 전체가 붉은빛이 감도는 벽돌과 라테라이트(홍토)로 지어졌다. 그래서 해 뜰 무렵에 보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건물과 마찬가지로 이 근처 토양 또한 붉은빛이 감돈다. 마치 화성에 온 듯 한 느낌 (화성 가보진 않았지만). '쁘레 룹'은 많이 훼손된 상태라서 어떤 용도의 사원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단지 장례의식 용으로 사용되었을 거라는 추측 뿐. 장례의식으로 사용된 건물이라고 생각하고 걸어보면 웬지 조금 음산하고도 고요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잉카, 마야 문명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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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사원, 니악 뽀안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3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4. 18:42
'또아리를 튼 뱀'이라는 뜻의 '니악 뽀안 (Neak Pean)'. 또아리를 튼 뱀 두마리가 중앙의 사원을 바치고 있다. 주변에 큰 연못과 잔디밭(이라기 보다는 잡풀밭)이 있기 때문에 공원같은 느낌이다.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서 그리 많이 구경할 건 없지만, 건물과 그 주변의 정교한 조각품들이 볼 만 했다. 햇볕이 따가워져서 잠시 휴식. 가게 안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던 딸내미는, 손님들이 오니까 햇살 따가운 집 밖으로 밀려났다. ;ㅁ; 바나나 껍질에 밥을 싸서 쪄내면, 바나나 향을 머금은 찰떡같은 느낌의 음식물이 만들어진다. 별 맛 없이 밍밍하지만, 군것질 용으로 먹을 만 했다. 여긴 또 어딘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 들었다. ㅡㅅㅡ;;; 조그만 틈을 내 놓고는 입구를 나무들이 애워싸듯 뻗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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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폐허, 쁘리아 칸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2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4. 18:24
사진을 정리하다가 보니, 얼핏 여기가 '따 프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는 '쁘리아 칸(Preah Khan)'인 듯 하다. '자야바르만'이라는 왕이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지은 사원이 '쁘리아 칸'이고, 어머니를 위해 지은 사원이 '따 프롬'이기 때문에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무너져서 폐허가 된 채로 방치 돼 있는 모습까지도 비슷해서 먼 기억을 되살리려니 더욱 헷깔린다. 내부 통로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고, 복도가 일관된 형식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걷다가 다른 통로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복도가 펼쳐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복도를 따라 걷기만 해도 다양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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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왓의 해오름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1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4. 17:04
앙코르 유적을 구경하기 시작한 첫째 날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자가용 택시 운전기사가 우리 일행에게 말 했다. 이른 새벽에 '앙코르 왓(Angkor Wat)'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그래서 우리는 새벽 일찍 일출 시간에 맞춰서 데려가 줄 수 있냐고 물었고, 택시기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둘째 날 새벽.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기 위해 나는 다른 분에게 알람시계까지 빌려서 간신히 잠을 깼다. 함께 같은 방을 썼던 동행인도 일단 깨긴 했는데, 너무 피곤하다고 안 가겠다며 다시 골아떨어졌다. 그래서 혼자 숙소 앞으로 나갔더니, 택시기사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피곤해서 못 가겠다며 잠을 자고 있다는 거. 첫날 하루 구경하고 모두 피곤했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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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 바켕, 앙코르 유적의 석양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0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3. 21:21
'앙코르 톰' 북동쪽 지역, 즉 '동 바라이' 지역을 수박 껍데기 보듯이 (핥지도 못하고) 아주 대충 보고는 다시 또다른 유적지로 향했다. 이번 유적지 이름은 '프놈 바켕 (Phnom Bakeng)'. '앙코르 왓' 서북쪽 즘에 있는 사원인데, 사원 자체는 별 볼 것 없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이 장관이란다. 운전기사가 일부러 일몰시간에 대충 맞춰서 여기 도착하게끔 시간을 조절했다고 한다. 앙코르 유적을 구경하는 첫날인데, 멀찌감치 스쳐 지나는 앙코르 왓의 꼬랑댕이(?)만 보며 스쳐 지나려니 아주 미칠 지경이었지만, 앙코르 왓은 내일 실컷 보게 해 준다니 믿고 참는 수 밖에. '프놈 바켕'은 약 70미터 정도 되는 언덕 위에 있는 사원이다. 그래서 낮은 언덕을 올라가서 다시 사원 계단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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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적, 동 바라이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9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3. 20:32
앙코르 유적을 최초에 발견할 때 모습은 대충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나무가 그리 많이 우거져 있진 않지만, 나무들 너머로 유적을 넘겨보니 좀 더 신비한 느낌이 난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 '톰마논'이나 '차우 싸이 떼보다'였던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냥 앙코르 유적이다. ㅡㅅㅡ;;; 이 즘 되면 이제 뭐가뭔지 헷깔리기 시작하면서 뇌 용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서, 오늘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ㅠ.ㅠ 현지 여행할 때 가지고 다녔던 지도를 보면서 정리를 하고는 있지만, 사진을 보고는 어디가 어딘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뭐라 말 하기가 민망하다. 아무래도 이름 정리하러 다시 한 번 갔다와야 할 듯 싶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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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톰, 코끼리 테라스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8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3. 19:38
앙코르 톰(Angkor Thom)은 '커다란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곽 안이 굉장히 넓고 볼거리도 많다. 옛날 이곳을 지을 당시에는 실제로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그 인구를 약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성곽 안팎을 포함해 이 부근에서 생활을 했을 모든 인구를 포함한 것인데, 약 12~13세기 정도에 그 정도 인원이 모여 살았다면 비슷한 시기의 유럽의 큰 도시들보다 많은 수라고 한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앙코르 유적지는 세계 불가사의 지역 중 하나다.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축조하고, 그렇게 많은 인구가 모여 살았던 곳이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앙코르 유적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50년대 즈음, 서양 탐험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