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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가능하게 하다 - 싱가포르 관광청 새 브랜드 런칭 행사전시 공연 2017. 10. 26. 19:12
10월 20일, 싱가포르관광청의 새 브랜드 런칭 행사가 서울 논현동 쿤스트할레에서 있었다. 싱가포르 관광청은 8월 24일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세계 여러 도시에서 런칭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날은 서울 차례였다.
관광청의 브랜드라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I.SEOUL.U'라든지 'Visit Korea' 같은 것이었다. 일종의 홍보문구 정립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 재편성이라고 보면 되겠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새 브랜드는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Passion Made Possible)'.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싱가포르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열정과 가능성이 많이 꼽혀서 두 단어를 넣었다고 한다.
싱가포르 국기가 빨간색과 하얀색의 조합이니, 관광청의 브랜드도 전체적으로 그 색깔들을 조합해서 만든 듯 하다. 행사장 바깥에는 거대한 빨간색의 천막이 인상적이었고, 안쪽에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싱가포르 미식가 체험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VR로 유명 레스트랑 키친을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아만다 레스토랑, 무투스 커리, 피치 블라썸 키친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3분 정도 VR을 보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아직 VR의 갈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해보인다 (관광청 행사에 와서 갑자기 IT 단상). 기술만 좀 더 발전한다면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아마도 어지럼증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겐 좋은 체험이 됐을 테다.
이번 브랜드 런칭 행사는 '미식가(foodie)'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VR기기로 현지 레스토랑의 키친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쪽에선 싱가포르 풍의 음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미식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음식이 다른나라에 자국을 소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일 테다. 실제로 뭔가 먹고싶은 것이 있어서 어떤 나라를 여행하려고 가는 사람들도 꽤 있을 정도니까.
행사 시작 전에 간단한 핑거푸드를 즐길 수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다. 여기서 카야잼 바른 빵과 비첸향 육포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 음식들을 통해서 예전 싱가포르 여행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시각과 후각도 기억에 크게 관여하지만, 역시 맛 또한 기억을 남기고 다시 떠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생각보다 비싼데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다가 마침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들어간 카야잼 가게에서 먹었던 빵, 늦은 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며 작은 조각 하나를 사서 질겅질겅 씹었던 비첸향 육포. 물론 맛은 좀 다르지만, 그 때 기억을 마치 어제 일 처럼 다시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
이윽고 본 행사가 시작됐다. 방송인 전현무 씨가 싱가포르 프랜드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사회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창 치 페이(Chang Chee Pey) 싱가포르관광청 부청장이 인사말과 함께 브랜드 소개를 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싱가포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열정과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Passion Made Possible'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공식적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브랜드명은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이다. 내 생각엔 운율을 맞추려면 '열정으로 가능하게 하다' 정도가 좋지 않나 싶지만,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만들었겠지. 어쨌든 핵심 키워드는 열정과 가능성이고, 이 단어들이 지금의 싱가포르를 상징한다는 게 핵심이다.
'열정을 가능하게 하다'라는 새 브랜드는, 싱가포르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7개 영역으로 소개했다. 그 7개 영역은 미식가(foodie), 탐험가(explorer), 컬렉터(collector), 활동가(action seeker), 문화 향유자(culture shaper), 소셜라이저(socialiser), 프로그래서(progressor) 등이다.
예를 들면, 대충 음식점의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들을 연결해서 '미식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미식가' 카테고리가 있다. 이 영역에서는 싱가포르를 대표할 수 있는 식당들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탐험가' 같은 경우도, 그냥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탐험가가 되자는 슬로건으로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관광지는 싱가포르 동물원,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서던 리지스, 센토사섬, 리틀 인디아, 풀라우 우빈, 주 치앗, 싱가포르 플라이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멀라이언 파크 등이 있다.
각각의 카테고리와 장소 소개는 싱가포르관광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마커스 탄 싱가포르관광청 북아시아 국장,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창 치 페이 싱가포르관광청 부청장, 써린 운 싱가포르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 싱가포르프렌즈 전현무 등이 무대에 올라서 새 브랜드 개막식을 하는 모습.)
음식으로 예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니스 웡(Janice Wong)'도 참석해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음식 맛이 예술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진짜 예술을 한다.
무대 옆쪽에 제니스 웡의 작품이 벽에 걸려 있었다. 큰 판자 같은 것에 그림을 그렸고, 모형 꽃과 함께 막대사탕 모양으로 초콜렛을 꽂아 놓았다. 이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인데, 여기서 초콜렛은 하나씩 빼 먹을 수 있게 해놨다. 그래서 이것을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실제로 초콜렛을 하나 빼 먹어봤는데, 사실 맛은 그냥 초콜렛 맛이다. 근데 빼먹기 전에 예술품을 감상하는 행위와, 빼 먹으면서 예술품을 파괴하는 행위가 합쳐져서 묘한 쾌감이 살짝 느껴진다.
음식이라는 것은 미감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먹는 행위로 인한 파괴의 쾌감이 있기도 하다. 이 디저트 아트는 그런 부분을 좀 더 크게 증폭시켜놓았다. 여러사람이 달려들면 예술 작품 하나를 박살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모여서 음식을 먹는다는 쾌감도 더욱 커질 수 있겠다. 미술관 같은 데서 행사를 열기 어렵다는 것과 작품 보존이 어렵다는 것 등이 흠이겠지만, 재미있는 영역이다.
트래블X쿠킹쇼
이어서 최현석 쉐프가 나와서 전현무 씨와 함께 쿠킹쇼를 했다. 싱가포르 여행을 하면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피쉬헤드 커리 파스타' 요리를 선보였는데, 피쉬볼(어묵)과 커리와 파스타를 합쳐서 만든 요리였다. 각각 따로 놓아도 다 맛있는 것들이고, 유명한 셰프이기도 하니까 맛이야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다.
(최현석 셰프 때문에 우리나라 소금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았을까 싶은 소금 던지기 행위예술(?))
요리보다도 싱가포르 여행 이야기를 살짝 넣어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 쇼 자체가 볼 만 했다. 대체로 여행 관련 행사를 가보면 밋밋한 분위기의 토크쇼로 진행하는데, 이런 형태로 여러가지 소재를 합치면 꽤 재미있는 쇼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문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아서 조금 거친 느낌이 나기는 했지만, 이걸 여행 토크쇼에 접합해서 발전시키면 꽤 재미있을 듯 하다. 예를 들면, 여행 내내 싸우면서 돌아다녔다면 토크쇼를 '파이팅 여행쇼'로 컨셉을 잡고, 관객들과 싸우면서 여행 이야기를 해도 될 테고. 화는 나겠지만 기억에 오래는 남겠지 아마.
마침내 공식 행사가 끝나고 저녁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뷔페식으로 준비된 케이터링 서비스였는데, 코코넛 새우, 칠리 크랩, 샐러드, 사테 등으로 싱가포르 분위기를 낸 음식들이었다.
사테는 지글지글 연기 자욱한 곳에서 먹어야 제맛인데, 약간 식은 탓에 좀 식감이 덜해졌다. 그래도 서울 한복판에서 싱가포르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걸 보니까 싱가포르 사테 골목이 또 떠오른다.
참석한 사람들이 많은데 비해 음식이 좀 적은 것 아닌가 싶어서 애써 참으며 조금씩 떠 왔지만, 나중에 보니까 의외로 음식이 많이 남았다. 아마도 행사 전에 핑거푸드를 알차게 준비해서 다들 많이 먹지 못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핑거푸드와 함께 타이거 비어와 와인 같은 것들도 나왔으니까, 배가 부를만도 하다.
이 행사에서는 'Don't just eat Be a foodie'라는 제목의 가이드북 소책자를 나눠줬는데, 책 안에는 최현석 셰프의 미식 여행과 맛집 가이드가 몇 페이지에 걸쳐 소개 돼 있었다. 스타 쉐프를 등장시켜서 맛집 여행에 더욱 신뢰를 준 형태인데, 그냥 잡지처럼 읽기도 괜찮았다.
빨간색 표지에 다른 그림 없이 그냥 '싱가포르 미식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돼 있는데, 아마도 싱가포르관광청에 가면 구할 수 있을 테다. 싱가포르 맛집 투어를 할 계획이라면 한 번 구해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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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싱가포르는 관광청 홈페이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이것도 잘 활용해보자. 실제로 나도 싱가포르 여행 전에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꽤 얻었다.
p.s.
* '인간이 되는' 코스가 없는게 좀 아쉽다. be a human 해서 동굴에 마늘과 쑥을 차려주는...그만하자.
* 이 포스팅은 싱가포르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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