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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바닥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려나IT 2018. 12. 19. 14:53
IT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쪽은, SW바닥이라고 퉁쳐서 업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법안을 만들기가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해서 사업하는 곳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흔히 SI라 부르는 맞춤형 솔루션 제작(?) 쪽이 크게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원수는 비교적 적을지라도 매출액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게임 업계는 또 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업계 축만 이렇게 나눠서 되는 것도 아니다. 형태에 따라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인턴 등으로 나눌 수 있고, SI 쪽으로 들어가면 하도급 문제를 파악해야만 한다. 업종과 고용형태, 노동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 정치인들은 이런 복잡한 바닥을 IT 혹은 SW라고 퉁쳐서, 두루두루 행복한 법안을 만들어 한방에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답은 안 나오고, 진전도 안 되고, 뭐 하려고 하니까 막히고, 막히니까 재미가 없고, 엄마가 보고싶고, 집에 간다.
그냥 좀 해보다가 조용히 집에 가면 다행이다. 어설프게 건드리는 것보다는 그냥 가만히 놔두는게 도움이 되니까. 근데 잘 모르면서 뭔가를 하면, 밑바닥에서는 아주 죽어난다.
정치인이라는 타이틀 달 정도 되면, 업계 일반 직원들 잘 안 만난다. 사장 같은 사람들만 만나지. 그런 사람들 만나서 업계 이야기 듣고, 입법 활동을 하니, 대다수 직원들에겐 맞지 않는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다시 말하건데, 제대로 잘 모르겠으면 그냥 가만히 놔둬 주기 바란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이 바닥에 어떤 일이 일어날 조짐이 보여 기록해둔다.
기술사법 개정안
12월 초, 이상한 소식이 들려서 SW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바로 '기술사법 개정안'이었다. 너무 해괴한 법안이라, 언론 보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발의된 법안 원문을 찾아봤다.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개정안이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 설계도서등은 기술사가 아니면 작성하거나 제작할 수 없다.
- '설계도서등'에는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 이를 위반해서 설계도서 등을 작성하거나 제작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시 요약하면, 소프트웨어 설계를 기술사만 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이었다.
* [2016678]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의원 등 14인), 의안정보시스템
이 계획의 부당성이야 업계에서 조금만 놀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 무엇보다 기술사라고 SW 설계를 잘 할 수도 없고, 그들만 모여서 설계를 한다해도 완벽한 설계도가 나오지도 않는다.
이상민 의원실 측은 "소프트웨어가 국민 안전 측면에서 중요해져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발의한 것"이라고 했다가, "직무 대상과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기술사회가 이를 정하도록 신설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SW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이 법안은 12월 5일 철회됐다.
* 기술사만 SW설계?..국회, 논란된 '기술사법' 개정안 철회키로
아무래도, 기술사가 경력도 많고, 지식도 많아서 딴 자격증이니, 이런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설계를 하면 좀 더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만든 법안인 것으로 추측된다. 비전문가라면 충분히 할만 한 생각이다. 어쨌든 업계 목소리를 들어서 철회를 했으니 다행이랄까. 그렇다면 이걸로 해피엔딩일까.
뭔가 좀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구을 국회의원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원장, 정보통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서, 두 위원장 자리에 임명됐다고 한다.
* 이상민 의원, 과학기술·정보통신특위 위원장 동시 임명
뭐 그런가보다. 나름 당 내에서는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하나보다. 그렇다면 IT 바닥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분의 활동을 한 번 쯤은 볼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한 번 봤다.
이후 소식들은 따로 사견을 담지 않도록 하겠다.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시라.
* "SW 안전 확보 급선무"..여야 정치권·학계·산업계 맞손 (11.20.)
국회에서 '소프트웨어안전포럼'을 출범했고, 소프트웨어 안전을 공동으로 입법화, 제도화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기사는 20일 나왔지만, 소프트웨어안전포럼 행사는 19일에 있었다. 그리고 기술사법 개정안도 같은날인 19일에 발의 된 것으로 나온다.
* 이상민 의원, 블록체인 기본법 연내 발의 (11.29.)
블록체인 유니콘 육성, 샌드박스 지정, 국가적 지원 확대, 네거티브 규제방식 등이 담길 예정. 블록체인 관련 법안 발의 소식은 수시로 뉴스가 나온다.
왜 보루꾸 체인으로 꽉 막힌 느낌이 날까
* 이상민의원, 개인정보 관리·담당자 대상 '국가자격' 부여 법안 발의 (11.29.)
개인정보 보호 제도에 국가자격인증을 도입하는 법률 개정안 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 관리할 수 있도록 함.
다시 말해,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 등에 관한 자격증 도입이다.
> [2016887]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의원 등 12인)
* 이상민 의원 "백두산에 과학기술 전진기지 구축..'광대토 과학기지' 만들자" (12.02.)
“광대토대왕의 '기'를 받아 동북아시아를 넘는 전 세계적 과학기술 '메카'가 될 수 있다”라고.
남북교류 IT 사업 좋은데, 나중에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게 흠이다. 최근에 안면인식 관련 업체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대북사업가, 증거조작 경찰을 고소 "국정원이 배후")
* "융복합 시대, 보안 컨트롤타워 '사이버보안청' 만들어야" (12.18.)
이상민 의원이 국회에서 2차 사이버안전포럼을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아무래도 '소프트웨어'와 '안전'을 화두로 융합시키는 것이 목적인 듯.
할 말은 많은데 밥이나 먹자.
p.s.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진짜 이거 하나는 쓰고 싶다. 지금 소프트웨어 업계에 적용되는 법들 중 많은 수가, 토목, 건축 법에 종속되어 있거나, 이 법들을 그대로 갖다 베껴 적용시키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기술사 법도 그렇고, 하도급 법, SW 인력 관련 법들이 그렇다.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는 토목, 건축과는 전혀 다르다. 공공 프로젝트가 하도급 위주로 돌아가니, 편의상 비슷한 발주 체계를 갖다 쓴 모양인데,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건 벌써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일단 소프트웨어 업계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SW업계를 토목, 건축 업계와 비슷하게 여기는 법부터 모두 떼 내는 작업이 우선이다. SW 업계를 법적으로 독립시켜야 자체 발전 가능한 법안들이 논의되어 나올 수 있다. 지금 상태는 너무 거시기해서 뭔가 해 볼 방법이 없을 지경이다.
이걸 누구한테 말 해야 하나. 그냥 내가 국회로 가는게 나은가. 하지만 국회의사당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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